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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에 '돼지고기 주의' 문구… K푸드 세계화 발목 잡는 규제

파이낸셜뉴스 김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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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에 '돼지고기 주의' 문구… K푸드 세계화 발목 잡는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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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돈육 가공품 오인해 기피
韓선 알레르기 유발 표시 의무화
돼지고기 성분 없어도 주의 표기
AI번역으로 부정확한 정보 확산
민감 국가 수출땐 패키지 개선을


알레르기 성분 혼입 표시 사례 업계 제공

알레르기 성분 혼입 표시 사례 업계 제공


방한 무슬림 관광객 100만명 시대를 맞은 가운데 국내에서 유통되는 라면 등 가공 식품 포장지에 의무화된 '알레르기 성분 혼입 표시'가 K푸드 세계화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돼지고기·소고기 성분이 제품에 실제로 포함되지 않더라도 알레르기 함유 성분 제품과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면 혼입 주의 문구를 표시해야 돼 무슬림·힌두교 소비자들에게 '기피 제품'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 무슬림 소비자들 사이에서 식품의 돼지고기 함유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이미지 기반 인공지능(AI) 앱을 활용한 제품 라벨 확인하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할랄 로고와 성분표, 알레르기 표시를 확인하기 위해 AI·번역기 등을 활용해 정보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라벨을 촬영하면 AI가 텍스트를 인식해 번역하거나 돼지고기 관련 문구를 강조해주는 방식이다. 무슬림들은 샤리아 율법상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문제는 실제 성분과 무관하게 국내 법에 근거해 제품 포장지에 표기한 알레르기 유발 성분의 혼입 우려 문구가 무슬림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중동 비관세장벽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무슬림 소비자들은 실제 성분과 관계없이 알레르기 유발 성분 혼입 우려 표시에 포함된 돼지고기 문구만으로 제품 구매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거나 단순히 알레르기 표시 사항에 명시된 돼지고기라는 문구가 인식될 경우 실제로 돼지고기 성분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제품 구입을 기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내 유통되는 모든 가공식품 포장지에 알레르기 성분 혼입 표시를 의무화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때문이다.


규칙은 식품에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직접 포함되지 않더라도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사용한 제품과 같은 제조 과정(작업자, 기구, 제조라인 등)을 통해 생산된 경우 '혼입 우려 주의'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토록 하고 있다. 예컨데, "이 제품은 알레르기 발생 가능성이 있는 돼지고기를 사용한 제품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제조하고 있다"라거나 "돼지고기 혼입 가능성 있음" 등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한국은 돼지고기, 소고기 등 19종을 알레르기 유발 성분으로 지정하고 있다.

담당 정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규칙이 국내에만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출 제품은 알레르기 표시 등 모든 표시사항에 대해 식품표시광고법을 적용하지 않고, 수출국의 관련 법령을 적용 받는다"며 "수출국의 알레르기 관련 기준에 따라 수출 회사가 표시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내 무슬림 관광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K푸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한 무슬림 관광객수(추정치)는 103만7438명에 이른다.

aT 관계자는 "돼지고기 등 무슬림 소비자들이 민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제품 포장 패키지에 해당 내용을 표기하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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