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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4일(현지시간) 뉴욕주에 있는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서 "만약 미국이나 동맹들이 위협 받거나 공격을 받으면 군은 압도적인 힘과 파괴적인 무력으로 우리 적들을 없앨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는 한국 등 동맹에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정책 방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 부채 등으로 재정적 부담이 커진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 방어 부담과 비용을 줄이고 중국 군사력 억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다. 이에 비춰볼 때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 국방예산 인상,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등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관계자는 4일(현지시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의 '동맹 현대화' 관련 서면 질의에 "미국과 한국은 한미동맹을 현대화하고 변화하는 지역 안보 환경을 반영해 우리의 연합방위태세를 조정하는 방안을 협의해 왔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와 연합억제태세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며 "한미동맹이 지역 안정과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 등으로 확대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미 국방부는 내부 논의나 구체적인 양자 협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지역 안보 환경을 반영한 연합방위태세 조정'을 거론한 점으로 볼 때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대장)도 지난 5월 미 육군 행사에서 "주한미군은 북한 격퇴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2기의 국방정책을 입안하고 실행 중인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도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의 참여와 역할 분담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비 차관은 2021년 저서 '거부전략'을 통해 한국으로의 전작권 이양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선 '동맹 현대화' 의제가 공식적으로 다뤄졌다. 당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 등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동맹 현대화에 대한 구체적 개념은 밝히지 않았지만 주한미군의 근본적 역할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0여년간 한국 안보를 지탱해온 주한미군이 북한 억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중국 견제까지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직접 '조선업'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따른 동맹의 역할 확대를 요구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현재는 미국의 해군 함정 숫자가 중국보다 많지만 5년 내 '데드 크로스'(미국의 해군력이 중국에 밀리는 상황) 우려가 제기된다. 미 해군정보국(ONI)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은 10만GT(Gross Tonnage·총톤수) 안팎인 데 비해 중국은 2325만GT이 넘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 국방당국의 동맹 현대화 논의에 대해 "한국이 북한 위협에 더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국방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미국이 더 이상 북한 문제에 주된 역할을 맡지 않고 '한국 주도, 미국 지원' 형태로 역할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에서 안보 현안도 고율관세 정책과 같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쪽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 양국 간 실무 협의에서 합의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주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식으로 미국의 비용과 분담을 줄이려는 돌발 상황 가능성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트럼프 2기의 대전략 변화를 고려할 때 현실화될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역외 차출은 일회성으로 허용하되 한반도가 발진기지로 반복 사용되는 것에는 반대해야 연루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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