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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와 통화 한번 못 해 다행이다”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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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와 통화 한번 못 해 다행이다”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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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공동취재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공동취재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황준범|논설위원



22대 국회의원 총선거(2024년 4월10일)를 몇개월 앞두고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 윤석열한테서 총선 불출마 요구를 받았다. 난색을 표하는 의원에게 윤석열은 ‘좋은 자리 많이 해본 사람이 왜 그리 출마를 고집하냐’고 화를 냈다. 등장인물은 더 있다. 두 사람의 통화를 지켜보다 답답했던지, 김건희가 전화를 바꿔 들고 설득에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총선에 패배하고 나면 대통령 곁을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버텨, 결국 공천을 받고 당선도 됐다. 실제로 그는 12·3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한남동 관저와 헌법재판소 앞에 나가 ‘윤석열 지킴이’ 대열에 앞장섰다.



윤석열과 하던 통화를 김건희가 이어받아서 사안을 정리해버리는 상황을 경험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적지 않다. “내가 윤상현에게 한번 더 말할게”라며 무게는 윤석열이 잡고, “당선인이 지금 전화했는데, 그냥 (김영선) 밀라고 했어요. 잘될 거예요”라며 마무리는 김건희가 해버리는, 온 국민이 육성을 들어서 아는 것과 비슷한 장면들 말이다.



자신을 최고 권력자로 인식하고, 국정 사유화와 정치 개입에 주저함이 없던 김건희의 ‘광폭 스타일’은 워낙 유명하지만,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나는 정황들은 ‘지난 3년간 대한민국이 김건희의 나라였구나’ 탄식을 거듭 자아낸다. 김건희가 쓰던 비화폰이 윤석열과 대통령실 부속실장, 수행실장, 대통령경호처장과 함께 총 5명의 에이(A)그룹으로 묶여 운용됐다는 사실을 최근 한겨레가 보도했다. 통화 상대를 가장 폭넓게 열람해 연락할 수 있는 보안 등급을 김건희가 갖고 있던 것이다. 앞서 김건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및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앞둔 지난해 7월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비화폰으로 33분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12·3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김건희와 조태용 당시 국가정보원장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윤석열 탄핵심판 과정에서 공개된 바 있다.



특검에 6일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은 피의자 김건희는 앞으로 무수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건진법사 청탁, 공천 개입, 주가 조작, 관저 공사,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집사 게이트’ 등 나열하기도 숨가쁜 의혹들의 넝쿨이 본격적으로 끌어올려지기 시작할 것이다.



‘윤건희 일당’에게 사법 정의의 시간이 다가오는데, 그들과 한배를 탔던 국민의힘은 어디로 가고 있나. 2004년 천막당사처럼 몸부림을 쳐도 될까 말까 한데, 쇄신 주장은 묵살하고 아스팔트 극우에 더 가까워지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새 지도부를 뽑는 8·22 전당대회는 윤석열을 옹호하는 강경파와 극단적 유튜버의 무대가 되고 있다.



군사 쿠데타, 차떼기, 최순실 국정농단, 윤석열 내란, 극우화의 길을 걸어온 국민의힘은 최근에는 특정 종교집단들과의 유착까지 공론화되며 사상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그 바닥이 어딘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성찰과 변화 없이 무기력하게 추락하는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구성원의 상당수가 공천, 인사, 내란 등에서 윤건희와 부정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한사코 거부하더니 무리하게 대통령 출마까지 했던 한덕수의 이해 불가한 행보들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의문이 풀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검 피의자나 참고인인 권성동·윤상현·윤한홍·이철규·김선교 의원, 김영선 전 의원 외에도 추가 소환이 예상된다. 윤건희 일당의 말 한마디에 불똥이 날아들까 가슴 졸이는 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윤석열을 옹호하고 극우화에 침묵하는 당 분위기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건희와 통화·문자 한번 못 주고받은 의원들이 요즘엔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국민의힘 앞에 놓인 길은 ①지속적 퇴행 ②자체 쇄신 ③외부 충격에 의한 변화다. 지금 흐름은 ①이다. 국민의힘 위헌정당 해산을 공언하는 정청래 여당 대표 탄생까지 더해져, 국민의힘은 더욱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②로 갈 에너지가 없다는 점은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좌절 등에서 익히 봤다. 그렇다고 윤건희와의 고리에서 자유로운 의원들은 당을 바꾸거나 깰 구심점도 세력도 없다. 그나마 바라볼 기회는 ③으로 보인다. 특검이 연말까지 국민의힘의 기득권 핵심 인사들을 솎아내면 전면적 인적 쇄신이나 ‘헤쳐 모여’ 등 변화를 위한 틈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건희의 운명뿐 아니라 보수정당의 미래가 특검 손에 달린 셈이다. 12월3일 이후 8개월을 윤건희 늪에서 허비한 대가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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