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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의 메디컬와치]항생제 내성균 확산세…안전지대 사라지나

이데일리 안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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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의 메디컬와치]항생제 내성균 확산세…안전지대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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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내성균 'CRE'…국내서 5년간 2배 늘어
내성 전파하는 CP-CRE 비중 '57.8%→73.7%'
요양병원 '비상'…병원 감염관리·정부 지원 필요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산욕열’은 출산 후 첫 24시간을 제외한 10일 이내에 이틀 동안 측정한 체온이 38℃ 이상일 경우를 의미한다. 주로 생식기 감염을 통해 걸리는데 과거 산모 4명 중 1명은 산욕열로 사망할 만큼 산모에게 위험한 질병이었다. 지금은 산모가 병원에서 산욕열로 사망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졌는데 이는 위생 상태가 좋아진 것도 있지만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생제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세균이 확산하면 인류는 다시 세균과 생명을 건 전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이는 점점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항생제 일종인 카바페넴은 현재 사용 중인 항생제 중 그람음성세균에 대해 가장 광범위 항균력을 가지고 있는데 내성균이 점차 퍼지고 있다. 이러한 균은 우리 몸 속 장내세균 중에 있는데 이를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CRE)’이라고 한다.

질병관리청은 2017년 6월부터 국내 CRE 감염증에 대해 전수감시체계로 운영 중인데 전국 의료기관은 CRE 감염증 발생시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 이러한 CRE 감염증 발생 신고 건은 매년 약 20~30%씩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1만 5369건이었던 CRE 감염증은 2023년 3만 8405건으로 5년간 약 2.5배 늘었다.

더 큰 문제는 CRE 중에서 다른 세균에게 항생제 내성을 전파하는 세균이다. 카바페넴에 내성이 생긴 세균 중 일부는 다른 세균에게 분해효소를 전달해 내성 유전자를 전파할 수 있다. 내성이 없던 장내세균도 내성균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내성 전파 장내세균을 CP-CRE(carbapenemase-producing Enterobacterales)라고 하는데 CP-CRE 감염증은 2019년 8887건에서 2023년 2만 8318건으로 약 3.18배 늘었다.

(자료=질병관리청 ‘2023년 국내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목 감염증의 신고 현황’)

(자료=질병관리청 ‘2023년 국내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목 감염증의 신고 현황’)


CRE 감염증 신고건 중 CP-CRE 비율 또한 커지고 있다. △2019년 57.8%(8887건) △2020년 61.9%(1만 1218건) △2021년 63.4% (1만 4769건) △2022년 71.0%(2만 1695건) △2023년 73.7%(2만 8318건)로 CP-CRE 감염증 비율은 매년 증가했다.

이렇게 계속 늘어나는 CRE와 CP-CRE를 가장 두려워하는 곳은 요양병원이다. 요양병원에는 주로 만성질환의 유병률이 높은 고령 환자 및 재활 환자가 장기 입원하고 있다. 의료기관 전체 평균 재원일수가 16.1일인데 반해 요양병원 재원일수는 평균 134.4일로 8배 이상 길어 CRE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 요양병원의 다인실 구조와 감염관리 인력 및 자원 부족 등으로 인해 CRE 감염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요양병원에선 CRE 검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검사 현황을 보면 요양병원 전체 양성 검체 중 대변검체 건수가 2020년 2441건(69.2%)에 비해 2023년 8558건(73.6%)으로 증가해 CRE 감염증 환자관리를 위해 선제검사 및 접촉자 검사가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환자는 CRE 감염증 확산 억제를 위해 항생제 처방을 요구하지 말고 입원시 격리지침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CRE 감염증 감소 전략으로 의료인은 시설 내 CRE 감염증 발생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감염관리를 위해 손 위생 △개인 보호 장비 착용 △적절한 환경 소독 등을 권고하고 적절한 항생제 처방 및 사용과 ‘무증상 보균자 선별’을 위한 선제검사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은 “CRE 감염증 전파 예방을 위한 감염관리 대책 마련을 위해 요양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의 시설 및 환경관리 체계 개선, 감염관리 제도 기반 확대, 의료관련감염 대응체계 재정비 등 대책을 수립해 추진 중”이라며 “지속적으로 감염관리 인력의 역량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수가체계 등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