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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또 사업 챙기나…트럼프, 계속되는 이해충돌 논란

아시아경제 오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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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또 사업 챙기나…트럼프, 계속되는 이해충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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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상업발사체 '한빛-나노' 실패한듯…폭파 장면 포착
트럼프 리조트·골프장서 외교 행사
가상자산으로 돈벌이…아들들도 수혜
사라진 견제장치…"비정상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기 행정부 시절에도 이해 충돌 논란이 여러 차례 일었으나 2기 들어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백악관을 가족 돈벌이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브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은 지난 3월 기준 51억달러(약 7조553억원)다. 열렬한 지지층을 업고 2024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치판에 복귀하면서 재산이 2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트럼프 리조트서 정상회의 개최… 순방은 트럼프 골프장서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미국 플로리다주 도럴에 있는 자신의 리조트에서 개최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현재 예비 계획이 진행 중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리조트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리조트 중 한 곳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면 그가 현대의 전임 미국 대통령 중 누구보다도 공적 직무와 개인 사업을 뒤섞고 있는지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외교에 자신의 사업을 이용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택 마러라고 리조트나 뉴저지 골프 클럽에서도 여러 차례 외국 고위 인사들과 만났다. 특히 마러라고 리조트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장기 투숙한 것으로 유명한데, 소식통에 따르면 일반적인 숙박비는 1박에 최소 2000달러로 전해졌다. 마러라고에서 기업인과 투자자 등을 상대로 유료 만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경호국 요원들의 마러라고 리조트 숙박비로 1000만달러 이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지난달 25~29일엔 영국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과 회동했다. 그러나 도착 당일부터 자신이 소유한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 리조트를 방문했고 신규 코스 개장식에도 참석했다.


이에 대해 미국 납세자의 세금으로 수많은 실무진과 경호 인력, 기자 등을 대동해 가는 해외 순방에서 자신의 사업을 홍보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백악관은 이해 충돌이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 사업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회사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넘겼고 자산은 자녀들이 운영하는 신탁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윤리 단체들은 여전히 이해 충돌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조던 리보위츠 시민책임윤리단체(CREW) 부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사업이 너무 얽혀 있어서 그 자신조차도 둘의 경계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며 "백악관이 트럼프 그룹의 한 부서처럼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AP 통신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 정책 왜곡 가능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이익을 위해 해외 사업 확장을 멈출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스코틀랜드 애버딘 인근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 골프 코스 개장 행사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스코틀랜드 애버딘 인근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 골프 코스 개장 행사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親코인' 대통령 속내는… 트럼프 일가로 번지는 이해충돌 논란

비단 골프장만의 일이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 가상자산 정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비트코인 등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다 돌연 친(親) 가상자산 대통령을 표방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 300명 중 약 70명이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했다. 내각 중에선 3분의 1 이상이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100만달러, JD 밴스 부통령은 25만달러 가상자산 보유를 신고했다.


또 미 정부윤리청(OGE)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이 지난해 9월 설립한 가상자산 플랫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의 토큰으로 5735만달러를 벌었으며 이 회사에 157억5000만달러의 토큰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엔 올해 1월 취임 직전 출시한 밈 코인 '$TRUMP' 수익은 포함되지 않은 것인데, 지난 6월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TRUMP'를 출시해 수수료로 3억2000만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외에도 운동화·모자·머그잔 등 각종 굿즈 판매와 '트럼프 모바일' 통신 사업, 성경 등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화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해충돌 논란은 트럼프 일가로도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은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해 중동을 누비며 각종 부동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이 이끄는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등 중동과 베트남의 부동산 개발 사업, 가상화폐 사업 등을 잇달아 시작했다. 또 장남은 가입비 50만달러의 이그제큐티브 브랜치(Executive Branch)라는 회원제 사교 클럽을 만들기도 했다.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는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면서 라이선스 비용으로 4000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모두 현직 대통령의 이름값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계약이다.


감시 장치 사라진 美 행정부, 2기 들어 더욱 노골적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서만 공적 업무와 사적 사업 간 경계를 모호하게 한 것은 아니다. 첫 임기 당시 마러라고 리조트 숙박비 청구 외에도 2018년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핀란드에서 정상회담을 하러 스코틀랜드로 향하던 중 턴베리 골프장을 방문했다. 2020년에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도럴 리조트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큰 반발을 사고 법적 문제를 우려해 철회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결국 화상회의로 개최됐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익 추구가 2기 들어서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지만 권력 견제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정부윤리청장을 해임했고, 12개 이상 연방정부 기관 소속 감찰관을 동시 해고했다. 부패 방지 장치가 사라지자 정부 기관들은 마치 트럼프 그룹의 일부처럼 움직이고 있다. 예컨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다시 한번 불거지자 미 법무부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국가정보국(DNI)은 때아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을 무마하고 있다.

정치 부패 전문가인 제임스 서버 아메리칸대 명예교수는 "그는 대통령으로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이라며 "그러나 그는 오히려 자신의 부를 키우기 위해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는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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