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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회의 순간 5’ [스페셜리포트]

매경이코노미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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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회의 순간 5’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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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를 각오하고 공격적 경영을 해야만 어려움에 처한 삼성과 국민 경제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가까이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털어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은 지난 7월 23일 이 회장에게 공격 경영을 주문했다.

재판의 굴레에서 벗어난 만큼, ‘등기이사 복귀’로 그룹 전면에 나서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는 해석이 주류다.

이 회장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는 온 국민이 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명실상부 국내 대표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잘해야 국내 경제도 증시도 살아난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춰 고대역폭반도체(HBM)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삼성전자 존재감은 없었다.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4000을 향해 달려가는데 삼성전자가 기여는커녕 방해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사법 리스크를 떨궈낸 지금, 이 회장이 ‘기회의 순간’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사회 복귀를 통한 책임경영과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대대적인 인사를 통한 조직 혁신, HBM과 주문형반도체 기술력 향상, 스마트폰 주도권 회복 등이 퀀텀점프 계기로 꼽힌다.



기회의 순간 1. 이 회장 이사회 복귀

적극적인 M&A로 신사업 찾아야

이 회장은 2019년 임기 만료로 사내 이사에서 물러난 뒤, 5년 9개월째 미등기 임원으로 머물고 있다. 국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이벤트로 작용할 수 있다.


준감위도 2020년 출범 후 여러 차례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언급했다. 2023년 발표한 연간보고서에서 이 위원장은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 제거, 최고경영자 등기이사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에도 “여러 장애물 때문에 신중히 고민하고 있는 듯하지만, 등기이사 복귀를 통한 책임경영을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회장이 전면에 나서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발(發) 관세와 중국 맹추격으로 삼성은 복합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33년간 왕좌를 지켰던 D램 사업에서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Large Scale Integration) 부문은 내부 경영 진단까지 받았다.

이 위원장은 “500만명 훨씬 넘는 국민이 삼성전자 주주고 삼성그룹 전체와 국민이 연결돼 있다”며 “국민 경제를 책임지는 기업으로서 기업가적인 책임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516만명으로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다.


기회의 순간이 새 먹거리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그간 삼성전자 사업 구조는 20년째 반도체의 DS(디지털솔루션)와 휴대전화·가전의 MX(모바일경험)부문이 중심이었다.

이 회장은 기존 사업을 탈피하기 위해 2016년 미국 전장 업체인 하만을 전격 인수했다. 2016년 10월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지 한 달 만이었다. 당시 인수 금액은 재계 M&A 중 사상 최대였다. 이전 최고였던 두산밥캣(5조7000억원)의 2배에 달했다. M&A 시장에 내려오는 ‘독 든 성배’라는 말이 상징하듯, 리스크가 큰 초대형 M&A는 그룹 총수 결단이 성패를 가른다. 이 회장이 경영 현장으로 복귀해 오너 리더십을 토대로 더 공격적인 M&A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최근 3년간 6건의 M&A를 단행했다. 2023년 음악 관리, 검색·스트리밍 플랫폼 ‘룬’ 인수를 시작으로 ▲2024년 옥스퍼드시멘틱테크놀로지(AI), 레인보우로보틱스(로봇), 소니오(메드텍) ▲2025년 플랙트(냉난방공조), 젤스(헬스케어) 등 영역을 넘나들며 유망 사업에 뛰어들었다.


다만 시장 눈높이는 훨씬 높다. 스몰딜이 아닌 ‘제2의 하만’이 될 대형딜을 기대한다. 한 증권사 IT 담당 애널리스트는 “간편결제 ‘삼성페이’의 기반이 된 미국 모바일 결제 업체 루프페이(2015년), AI 가상비서 ‘빅스비’로 이어진 미국 스타트업 비브랩스(2016년)처럼 삼성전자에 변화를 줄 원동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비주력 사업 정리도 시급하다. 이 회장이 이건희 선대회장이 쓰러진 해 그룹 경영에 참여한 이후 내린 중대 결단 중 하나가 있다. 2014년 석유화학 계열사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방위 산업 부문의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매각한 것.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삼성전자 사업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AI 시대 들어서며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0호 (2025.07.30~08.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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