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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 한계 벗어난 폭우·폭염…행안부로 기상청 이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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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 한계 벗어난 폭우·폭염…행안부로 기상청 이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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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에 이틀째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16일 군산시 공설운동장 뒤편 도로에 차들이 물에 잠겼다. 연합뉴스

전북에 이틀째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16일 군산시 공설운동장 뒤편 도로에 차들이 물에 잠겼다. 연합뉴스


지난 3일 밤 전남 무안에 시간당 14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200년 만의 폭우’라던 지난달 17일 충남 서산에 내린 114.9㎜를 훌쩍 넘었고, 역대 최고인 지난해 여름 전북 군산 어청도의 146㎜에 필적한다. 8월 초순(3일 기준)임에도 폭염일은 작년보다 이미 9일 많고 열대야일은 2.7일 모자랄 뿐이다. 기상청과 기상 전문가들은 올해가 “평년(지난 30년 평균)보단 덥고 비가 많겠지만, 지난해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얘기해왔다. 하지만 올해가 ‘역대급’이었던 지난해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점차 힘을 받는다.



지난해 ‘올여름 40도’를 맞춘 교수로 알려졌던 기상학자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과)를 지난달 24일 대구에서 만났다. 연초부터 일관되게 “올해가 작년보다 더 더운 해가 될 것”이라 얘기해온 김 교수는 “기상청의 보수적 예보는 우리 사회가 만든 것”이라며 “기상청을 날씨 예측만 할 게 아닌, (재난 담당인) 행정안전부 산하로 이관해 주도면밀하게 기후재난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상황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이 그다지 높지 않다며 정부가 기대하는 북극항로에 대해서도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이나 미국, 세계기상기구도 우리 기상청처럼 두루뭉술하게 30년짜리 ‘평년 대비’만 얘기하지 않아요. 핵심이 되는 걸 강조하지 않고 평균으로만 얘기하죠. 게다가 꼭 뒤에 반대 가능성까지 덧붙여요.”



김해동 계명대 교수. 박기용 기자

김해동 계명대 교수. 박기용 기자


김 교수는 보수적인 기상청의 태도가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우리 사회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상청의 보도문은 마치)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는 건데, 이러면 정보 가치가 떨어지고 전문가 역할도 아니”라며 “문제는 국민이 기상청을 잡아먹으려 들 게 아니라 쿨하게 받아들이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 예보는 예보관 회의처럼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국민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같이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선 시민들이 허리케인 때문에 대피했다가도 (예보가 빗나가면)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와요. 재난은 과하다 싶게 대비해야 한다는 국민적 인식이 없으면 기상청도 과감한 예보를 할 수가 없죠.”



김 교수는 이와 함께 최근 잦아진 극단적 날씨, 특히 대기 불안정으로 생기는 선상강수(위성에서 본 구름 모습이 일자로 늘어선 형태의 비)의 경우 “예보로 대비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이 실력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것이다. (예보가) 불가능하단 것을 국민에게 알리는 게 답”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극단적인 국지적 폭우를 냄비의 물을 끓이는 상황에 비유했다.



그는 “물을 이 정도로 가열하면 언제쯤 끓게 된다”는 게 지금의 대류불안정성 강수 예보예요. 한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지적 소나기는 “물이 끓을 때 발생하는 기포가 그 냄비 바닥의 어디에서 어떻게 올라올지를 맞추는 것인데, 이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얘기”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원래 현상이 극심할수록 (지속하는) 시간은 짧아진다. (국지성 폭우는) 우연의 영역이며, 한두 시간 전 예측도 어려워 ‘나우 캐스팅’이라 부르는 초단기 실황예보를 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갈수록 극단적 기상 현상이 잦아지는 상황을 고려해 기상청의 행안부 이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은 과거 문교부, 교통부 소속이었는데, 독립외청 시기를 지나 과학기술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환경부 소속이 됐다. 다른 나라 기상청도 소속이 다양하다. 미국의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상무부 소속이고, 일본은 국토교통성에 기상청이 속해 있다. 영국은 산업통상자원부 격인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에 있고, 독일과 프랑스는 교통부 소속이다. 기상재해가 갈수록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되는 만큼, 재해 발생 시 즉각적 인명 구조와 재산 피해 최소화, 복구 지원 등 실질적 재난 대응 지원 역할을 하려면 기상청이 행안부 소속으로 있어야 한다는 게 김 교수 주장이다.



그는 “기상청이 행안부로 이관되면 ‘고온건강경보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재난 대비 매뉴얼 이행이 쉬워진다. 기상청은 극한기상별 재난 단계를 통보하고 지방자치단체는 평소 만든 매뉴얼대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상청의 기상재해 예측 기능을 재난 대비 체계와 밀접하게 연계시키는 것이다. 기상청이 환경부 산하에서 이런 구실을 못하는 건 아니지만, 행안부 산하라면 더 주도면밀하게 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경북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과 관련해선 “‘산불 연계 행동’ 그 자체를 규제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도로교통에서 반드시 사고를 내야 처벌하는 게 아니듯 산불도 어떤 행위를 하면 반드시 불이 난다고 보고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전통제례 절차나 전원주택의 화목난로 사용, 농촌 불법소각 등을 다 막아야 한다. 불이 날 포텐셜(기상학적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관련 행위를 그대로 놔두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기후위기 상황에 대해 안이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으로 ‘북극항로’ 개척이 주목받지만,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 배가 다니는 시점이면 “부산을 포함한 한반도 남쪽 항구는 쓸모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 시점 온도는 파리협정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1.5도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고, 그 경우 슈퍼태풍이 불어온다. 얼마 전 산청에 내린 비(500㎜ 이상)의 2배 폭우가 쏟아붓고, 콘크리트 구조물도 파괴하는 초속 70m의 강풍이 분다. 부산은 그런 슈퍼태풍이 지나는 길목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과학자 조직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역시 “‘동적요인’을 반영하지 않은 채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라고 했다. 빙하가 녹는 속도 같은, 예측이 확실한 ‘정적요인’을 중심으로 계산하다 보니 예측이 어려운 빙하붕괴 같은 동적요인이 소홀하게 다뤄진다는 것이다.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평가되는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가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로 갈수록 극단적 기상현상이 잦아지는 만큼 “배수펌프 같은 기계는 ‘반드시 고장 난다’고 보고 기후재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서산) 폭우처럼 대류불안정성 강수나 낙뢰를 동반한 선상구름대가 생기면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기계는 고장 난다”며 “항시 ‘플랜 비’(대안)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시간당 100㎜의 비를 대비할 수 있는 배수관을 놓자는 얘기는 전 세계 어디서나 하지만 실제로 한 곳은 없다. 이유는 비용 때문”이라며 “옛날처럼 대규모 댐을 지어서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대규모 시설로 물을 처리할 게 아니라 농경지나 학교 운동장처럼 여기저기 많은 물을 저장할 곳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구/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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