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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젠더 갈등’ 심화…여성혐오·성차별 논란 확산

이데일리 방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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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젠더 갈등’ 심화…여성혐오·성차별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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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성차별 게임·대학생 퇴학 등 잇단 논란
남녀 갈등 SNS서 증폭…서로 “우리가 피해자”
“가치관 변화·경제 불안, 전통·페미니즘과 충돌”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최근 중국에서 젠더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여성 혐오·성차별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AFP)

(사진=AFP)




지난해 중국에서 충칭의 21세 게이머가 연인과 결별한 뒤 51만위안(약 9840만원)을 송금했다는 사연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여성혐오 프레임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올해 4월 중국 산시성 다퉁시 법원이 약혼식 다음 날 여자친구를 강간한 남성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징역 3년형을 선고하자 갈등이 폭발했다.

남성이 약혼의 의미로 금반지와 ‘차이리’(彩禮·신붓값)로 10만위안(약 1930만원)을 지급한 상태였는데, 법원은 이를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남성들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되겠다는 합의이자 성관계에 대한 암묵적 합의로 간주해야 한다며 가역 반발했다.

이후 결혼 풍속과 성적 자율권을 둘러싸고 남성과 여성 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집단적 성별 대립을 불러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남성들의 여성혐오가 심화했으며 ‘젠더 앤터고니즘’(성별 간 적대) 현상도 전례 없이 뚜렷해졌다고 SCMP는 전했다.

일련의 논쟁 속에 지난 6월엔 ‘골드디거스에 대한 복수’라는 모바일 게임까지 출시됐다. 이 게임은 남성 캐릭터가 돈만 노리는 여성 캐릭터들에게 쫓긴다는 내용으로, 출시 첫 날부터 인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여성들이 성차별이라며 분노하자 회사 측은 하루 만에 게임 이름을 ‘감성 사기 방지 시뮬레이터’로 변경했다.

지난달엔 우크라이나 게이머와 하룻밤을 보낸 21세 여대생이 퇴학당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남성이 SNS에 해당 여대생을 ‘쉬운 여성’이라고 묘사하면서 국격을 떨어뜨렸다는 사회적 비난이 쏟아졌다. SCMP는 “남성이 동의 없이 여대생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 등이 도용·확산됐음에도 여성의 신상만 공개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개인적인 일탈이 아니라, 경제여건 변화·여성 교육수준 향상·가부장 전통에 대한 도전 등 중국 사회 구조 변동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고 설명한다. 여성의 교육·소득 수준이 오르며 남성 중심 가치관에 도전장을 내밀자, 남성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깎아내리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내 여성들은 사회적 지위가 이전보다 개선됐다고 해도 여전히 취업 차별과 성 역할 고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여성 리더십연구소의 위안스위 연구원은 “직장에서 결혼·출산 여부를 노골적으로 묻고, 남성 우대 채용 공고가 만연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재력, 안정감, 가정성 등과 같은 배우자 요건이 남녀 모두에서 높아진 것도 현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특유의 양면성과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전통 유교 가치와 페미니즘, 국가 규제와 플랫폼 경제, 각종 인플루언서들이 ‘강렬한 서사’로 경제적 이득을 좇는 상업화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여성들의 다양한 연애 전략이나 남성들의 경제적 거래 경험담이 유행하며 ‘경제적 가치’와 ‘감정적 보상’이 논의의 중심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그 결과 SNS 플랫폼별로 여론이 극도로 쏠리며 성별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한쪽 플랫폼에선 여성은 금전만 탐한다는 인식이, 다른 한쪽에선 남성은 피해자라는 인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중국 젊은 남녀 모두 ‘자신이 억울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구조가 심화했다. 다양한 현실과 콘텐츠가 겹치면서 극소수의 실제 사건이 전국적인 성별 대립 구도로 빠르게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는 서구 이념이 중국 사회에 침투하는 것을 우려해 지난 10년 동안 젠더 관련 개그·페미니스트 활동을 억제해 왔으며, 최근엔 출산율 위기와 맞물려 남녀 대립 현상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SCMP는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