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남북, 윈윈하는 길 있는데 서로 죽는 길만…지금이라도 발길 돌려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 조계종 총무원장 접견실에서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시스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 연합훈련 유예·축소 문제에 말을 아끼면서도 대북 확성기 철거로 남북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군이 최전방 지역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기로 결정한 조치에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확성기 방송이 중단됐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군이) 철거 조치를 마땅히 잘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남북 간의 제일 핵심은 신뢰"라면서 "(확성기 철거는) 완전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런 조치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 조정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정 장관은 이재명 정부 들어 남북 대화 분위기 조성 등을 위해 처음으로 한미 연합훈련 축소·연기 등 조정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정 장관은 지난달 14일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아니면 대한민국의 안보가 흔들린다'는 그런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미 연합훈련 조정 등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통일부 등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통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 프리덤 실드)의 일정 조정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조계총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4일 오전 조계사 내 조계종 총무원장 접견실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시스 |
정 장관은 이날 조계사 방문 소감에 대해 "진우 원장스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것이 '자리이타'(自利利他·스스로 이롭게 하는 동시에 타인도 이롭게 한다)와 '윈윈'(win-win)인데 지금의 한반도 상황과 딱 부합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남북이) 윈윈하는 길이 있는데 그동안 서로 죽는 길로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려 서로 사는 길로 가는 것이 자리이타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는 불일불이(不一不二·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의 관계"라면서 "하나가 아닌 것은 현실이지만 둘이 아닌 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이고 가치"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최근 유흥식 추기경의 판문점 방문 요청이 유엔군사령부로부터 거절 당한 일을 거론하며 "유엔사의 정전 관리 책무가 있지만 비군사적 평화적 방문과 이용에 관해서는 영토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종교 지도자 분들을 시간 내서 계속 찾아뵐 생각"이라고 했다.
진우 스님은 이날 정 장관에게 "(북한의)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와 금강산을 연계해서 북한이 관광상품으로 한다면 우리 남한 말고는 관심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잘 되면 불교계 사람들이 앞장서 관광을 하기도 하고 내년쯤 조계사 위주로 공동 법회를 연다든가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정 장관은 "불교계가 큰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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