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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센 상법·노란봉투법·방송3법…여야 극한 대치 [시장 모르는 집권여당]

헤럴드경제 김진,양근혁,한상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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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센 상법·노란봉투법·방송3법…여야 극한 대치 [시장 모르는 집권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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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안發 증시 급락’ 악재에도
與 “문제 없다” 쟁점법안 강행키로
대주주 요건 당내 공방엔 ‘함구령’
野, 쟁점법안 ‘무제한 토론’ 여론전
미처리 법안 8월 국회 갈등 커질듯
쟁점 법안인 노란봉투법(노동종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놓고 4일 여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야당에선 강경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대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쟁점 법안인 노란봉투법(노동종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놓고 4일 여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야당에선 강경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대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신임 당대표 선출로 전열을 가다듬은 거대 여당이 쟁점 법안인 노란봉투법(노동종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의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이 중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은 경제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우려가 제기됐던 법안으로, 최근 이재명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에 담긴 ‘대주주 기준 10억원 강화’안에 따른 증시 하락까지 겹쳐 우려가 배가 됐다.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4일 제1야당에선 “무책임한 행태(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입법 독주의 전형(김정재 정책위의장)” 등 강경한 비판이 터져나왔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이미 판례를 통해서 형성된 확립된 의견들을 법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향후 본회의 처리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오히려 노사 간에 여러 가지 극한적 대립 또는 손배를 통한 노동자들의 가혹한 희생, 이런 부분들을 원천적으로 법을 통해서 해결하면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며 “오히려 노사관계를 정상화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과 상법은 그동안 많은 공청회와 간담회와 또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통과시키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노란봉투법은 국회법상 정해진 법안 숙려기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여당 주도로 표결을 거쳐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통과됐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앞서 ‘주주 충실 의무’를 골자로 국회를 통과했던 상법 개정안에 이은 추가 개정안이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가 담겨 ‘더 센’ 개정안이란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에선 “글로벌 기업 사냥꾼들에게 우리 기업들을 내 줄 수도 있는 위험한 법안(박준태 의원)” 등 반발이 나왔으나 노란봉투법과 마찬가지로 여당 주도 표결을 거쳐 법사위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들은 윤석열 정부 시절 민주당이 추진했으나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에 부딪혀 번번이 폐기된 쟁점 사안이다. 경제8단체는 지난달 이들 법안 추진에 대해 “깊은 우려를 넘어 참담한 심정”이란 입장을 내놨으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문턱을 넘으면서 본회의 상정 시 통과는 예정된 수순이 됐다. 22대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민주당 소속은 절반을 넘는 167명으로,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조국혁신당(12명)과 진보당(4명), 기본소득당(1명), 사회민주당(1명)과 진보 성향 무소속 의원을 더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특히 이번 법안이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포함된 대주주 요건 강화안을 둘러싼 찬반 격론이 커지는 가운데 추진되는 점도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정부안에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정부안 발표 직후 증시가 급락하며 개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과 여권 내 재검토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 앞서 민주당에서는 “10억원을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소영 의원)”, “코스피5000 신바람 랠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은 분명하다(이언주 최고위원)” 등 지적이 나왔다. 이를 의식한듯 정부안 논의에 참여했던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은 2일 “모두 윤석열 정권이 훼손한 세입 기반을 원상회복하는 조치”라며 사실상 반박 입장을 내놨다.

정부안을 놓고 당내 공방이 확산하자 정청래 신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에서 이렇다, 저렇다 공개적으로 논란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보인다”며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해주시길 바란다”고 ‘함구령’을 내렸다. 정 대표는 한정애 신임 정책위의장에게 “오늘 중으로 A안, B안을 다 작성해 최고위에 보고해주시고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입장 정리해 국민께 알려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을 비롯한 쟁점 법안들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나서 여론전으로 맞대응할 계획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장기적인 주가 상승은 단순한 돈 풀기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며 “더 센 상법이나 노란봉투법 강행으로는 더더욱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은 세제개편안에 관해서도 “앞에서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약속하면서 뒤에서는 1500만명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기만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재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즉각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손을 떼고 무너진 시장과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며 “양당 교섭단체 간 세제개편 합의 기구를 구성해 세수 안정, 투자 촉진, 그리고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합리적인 논의의 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5대 악법”이라 지적하며 앞서 국민의힘이 제안한 쟁점 법안 협의 기구 참여를 거듭 촉구했다.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은 8월 임시국회에서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7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쟁점 법안을 8월 국회 본회의에 올릴 방침으로, 우선순위를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양근혁·한상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