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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터뷰] ‘녹두전’ 장동윤 “난 ‘워커홀릭’…더 못해 아쉬울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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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올해 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한 ‘녹두전’은 장동윤의 2019년을 가득 채웠다. “거의 올해를 다 쏟아부었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에는 만족감이 엿보였다.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은 미스터리한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잠입한 전녹두(장동윤)와 기생이 되기 싫은 반전 있는 처자 동동주(김소현)의 발칙하고 유쾌한 조선판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였다. 장동윤은 극 중 출중한 외모에 비상한 머리, 타고난 체력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고 자부하는 ‘상남자’ 전녹두를 연기하며 여장, 액션, 출생의 비밀 등 바람 잘 날 없는 녹두의 인생을 그려냈다.

흔히 ‘여장 남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하이톤의 목소리, 과장된 손짓과 몸짓. 하지만 장동윤은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여장 남자, 그것이 녹두로 낙점된 이유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점쳤다. 그는 “김과부의 모습이 짧게 나온다면 달랐겠지만, 절반을 넘는 긴 호흡을 끌고 가야 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하면 부자연스럽고 너무 질릴 것 같았다”며 자신이 만든 ‘김 과부’ 캐릭터를 설명했다.

그의 고민에 시청자는 높은 관심으로 화답했다. 장동윤이 만든 김과부는 첫 방송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새침한 눈빛과 손짓까지 여주인공 김소현보다 예쁘다(?)는 극찬이 쏟아졌다. 장동윤은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기대 이상으로 좋아해 주신 부분도 있다. 처음 해보는 시도여서 여장 남자를 표현하는 다른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매력 있게 봐주셔서 뿌듯했다”면서 “나도 김과부를 많이 좋아했다”라고 답했다.

‘녹두전’의 타이틀롤 전녹두를 연기했고, 당연히 부담도 따랐다. “녹두는 비중이 컸다. 동료 배우들이 잘 살려준다고 살 수 있는 인물도, 주변에 묻어갈 수 있는 역할도 아니었다. 부족한 면을 가지고 이끌어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모든 책임이 나에게 돌아오는 상황이었기에 중압감이 컸다.”

하지만 장동윤은 중압감과 책임감을 긍정적으로 이겨냈다. 짊어지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돼 안 좋을 때도 있지만, 반대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힘이 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에도 긍정적인 활용을 잘하는 편”이라며 “압박감이 들어야 더 노력하게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미 경험한 여장 남자 캐릭터지만 앞으로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아가 ‘녹두전’은 웹툰 원작으로 했지만, 드라마와 원작의 차이는 컸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통통 튀는 분위기가 원작에 잘 표현되어 있었고, 장동윤은 이러한 분위기를 참고해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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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 녹두와 동주의 로코 분위기가 두드러졌다면, 중반을 넘어서서 짙은 사극의 분위기가 묻어나왔다. 녹두의 출생 비밀이 드러났고, 능양군(강태오)은 왕권을 손에 쥐기 위해 피바람을 몰고 왔다. 제목부터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를 못 박고 시작한 ‘조선로코-녹두전’이기에 후반부 피의 혈투로의 변화가 갑작스러울 법도 했다.

“동주와 투닥대는 부분이 없어서 아쉽기도 했어요. 밝은 로코 분위기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불만 섞인 댓글도 보게 됐죠. 로코를 예상하고 시청했는데, 분위기가 너무 확 바뀌어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하시더라고요. 뒤로 갈수록 로코 장르를 더 가지고 갔더라면 시청률이 더 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저도 그랬고, 초반의 분위기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작품을 바라봐서 인가 봐요.(웃음) 연기할 때도 힘들었어요. 액션은 초반에도 후반에도 많았지만, 후반부엔 감정이 너무 깊어지니까.. 매일 울기만 했죠. 점점 지쳐가는데 진이 빠지더라고요.(웃음)”

JTBC ‘솔로몬의 위증’(2016), KBS2 ‘학교 2017’(2017), tvN ‘시를 잊은 그대에게’, ‘미스터 션샤인’(2018), KBS2 ‘땐뽀걸즈’(2018) 등 데뷔 후 탄탄대로를 걸었다. 매 작품 주연 자리를 꿰찼지만 그는 이번에도 무심하리만큼 객관적이었다. “‘녹두전’처럼 기대작의 주연을 맡은 건 처음이다. 앞서 내가 맡은 주연 역할들은 기성 배우들을 뽑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가능했다”라며 다소 ‘쿨한’ 이유를 찾았다. 필모그라피에 학원물이 채워진 이유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녹두전’에서는 배우 장동윤의 성장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한 평가에 “여러 가지 차원으로 생각하지만, 분명 상황적인 차이도 있었다”면서 “예를 들어 ‘시를 잊은 그대에게’의 신민호는 캐릭터가 뚜렷하게 쓰이지 않았다. 물리치료사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직업적 특성이 드러나지도 않았다. 다른 직업이어도 될 것 같았다. 만일 내가 베테랑 연기자였다면 그마저 살릴 수 있었겠지만, 당시 나는 ‘햇병아리’였다. 경험치가 많지 않은 나에겐 버거운 상황이었다. 반면 이번엔 상황도 캐릭터도 뚜렷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도, 여지도 명확하게 보였다. 노력하다 보니 캐릭터 이입이 쉬웠고 탄탄한 대본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돌아봤다.

동주 역의 김소현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긴 준비 기간과 촬영 시간을 통해 또래의 배우들이 친목을 다질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김소현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인상이 좋았다”라며 빙그레 웃음을 보였다. 미디어에서 워낙 많이 접했던 배우이자, 주변에서 ‘성격 좋다’는 칭찬을 쉽사리 들을 수 있는 동료였다. 착하고, 순수하고,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배우. 묻지 않아도 김소현에 대한 칭찬이 줄줄이 이어졌다.

“첫 촬영을 들어가기 전부터 석 달 가까운 시간을 함께 준비했어요. 감독님 주도하에 대본 리딩도 하고 친목 도모의 자리도 많았죠. 열녀단, 무월단 배우들도 다 같이 자리했는데, 이 시간이 극 중 케미스트리를 이끄는 데 더 좋은 역할을 했다고 봐요. 정말 고마움이 크죠. 동주 역으로, 또 제 상대 역으로 소현 씨만한 사람은 없을 거라 확실할 정도로 고맙고 좋았어요.”

그런가 하면 장동윤의 필모그라피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땐뽀걸즈’에서도, ‘가시나들’을 촬영할 때도 청일점으로 활약했다. 소감을 묻자 그는 단박에 “좋던데요”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청일점을 꿰차는 남다른 비결(?)이 있는지 묻자 “놀리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라고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다들 날 놀리는 걸 좋아한다. 놀림 당하면 억울해하는 리액션이 재밌나 보다. 비슷한 장면이 자주 나온다. 여성분들에게 둘러싸여 위기에 몰리는 상황처럼 말이다”라면서 “‘녹두전’에서도 열녀단 사이에서 그런 상황에 놓인다. 약간 ‘쭈글미’라는 게 있는 것 같다”고 객관적인 시각을 내놔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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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전’은 첫 방송부터 시청률 7.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방영 내내 시청률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최고 시청률은 8.3%로 만족할 법하지만 장동윤은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첫 방송 시청률을 생각했을 때 ‘더 잘 될 수 있었을 텐데’, ‘상승곡선을 타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하지만 이내 “화제성은 잘 나온 것 같다. 주요 시청자 지표를 봤는데 2049 시청자가 50세 이상 시청자보다 적더라. 5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걸 보면, ‘녹두전’이 타겟층에 맞게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또다시 객관적인 평가를 했다.

“요즘은 예전과는 다르게 채널도 많아지고 플랫폼도 많이 생겼잖아요. 과거와 상황이 바뀐 것을 위안 삼으면 될 것 같아요.(웃음) 저는 집에 있으면 TV로 시청하는 편이에요.

편하니까요. 결제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 불편해요. TV로 재방송을 보거나 비밀번호 네 자리를 누르고 VOD를 구매하죠. TV는 로딩도 없으니까 좋아요. 사실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많이 봐요. ‘혼영’(혼자 영화보기)를 정말 많이 하는 편이에요. 상영 중인 영화는 웬만하면 다 보려고 해요. 집중해서 볼 수 있고, 다 보고 나면 ‘한 작품 다 봤다’는 느낌이 나거든요.”

‘녹두전’ 마지막 회에서 녹두는 동주를 위해 자그마한 선물을 사왔다. 동주가 “이런 걸 왜 사와”라고 핀잔을 줬지만, 녹두는 “이러려고 돈 버는 거지”라며 투덜댄다. 녹두와 동주의 티격태격한 케미에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지던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장동윤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돈을 벌고 있느냐고. 그러자 장동윤은 “맛있는 걸 먹으려고요”라고 답하며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먹는 걸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그는 배우를 ‘고문 같은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먹는 게 낙이지만, 먹으면 ‘확확’ 살이 찌고 마는 그에게 가혹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김과부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체중을 줄이기보단 체질을 변화시키기 위해 지방을 끊었다. 무작정 체중 감량을 하기엔 무예도 뛰어나고 수영도 잘하는 녹두를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많이 먹긴 했지만 식단이 달랐어요. 고단백 저지방, 저탄수 혹은 양질의 탄수화물이었죠. 군고구마, 삶은 달걀, 귀리, 아몬드 등을 먹었는데 그중에서도 방울토마토가 제일 맛있었어요.”

식단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로 이어졌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장동윤은 멀찍이 놓여있던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자리로 돌아와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펼지며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맛있는 식당은 다 저장해 놓는 편”이라고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서울 시내만 해도 빼곡히 저장된 ‘맛집 지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가본 맛집도, 아직 가보지 못한 유명 맛집도 장동윤의 ‘픽’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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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기자, 아나운서까지 학창시절 장동윤의 장래희망은 10가지가 넘었다. 공통점을 찾아보니 모두 ‘언론’과 관계된 직업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언론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대입 수시는 언론학과 혹은 국문과에 지원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고, 현재 재학 중인 경제금융학과는 부모님의 추천으로 입학하게 됐다고. 입학 후엔 현실적인 금융권 취업의 길을 생각했다.

그런 그가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유는 “안 해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취업을 위해 입학한 학과에서, 사회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던 대학교 3학년 학생의 놀라운 대답이었지만 그는 굳센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용기 내서 선택했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희소한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잡는 게 당연히 이득이었죠. 사실 배우는 어떻게 시작하는지도 모를 미지의 세계였어요. 그 희박한 가능성을 뚫고 내게 기회가 왔는데 놓치면 더 큰 후회를 할 것 같았거든요. 취업하고 나서 ‘아 배우 해볼걸’ 하고 후회해도 소용없잖아요. 도전을 좋아하는 성향이기도 하고 이건 다시 안 올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우연히 시작하게 된 배우 생활이지만 자신의 선택에 후회한 적은 없다. 자신을 배우의 길로 이끈 소속사 대표의 손을 잡지 않았다면 ‘예상 가능한 인생’을 살았을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한 삶보다는 지금이 더 행복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느껴졌다. 직장 생활을 하는 장동윤의 형은 “나는 시켜줘도 (배우는) 못 하겠다”며 손사래를 친다며 “취향 차인 것 같다”라고 짚었다.

단호박 같은 답변을 이어온 장동윤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다름 아닌 ‘동안 콤플렉스’다. 그는 “예전보다 (외모적으로) 성숙해진 것도 같은데 그래도 역할이 제한되는 것 같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외모적 한계를 넘어서 조금 더 폭넓은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는 것. 28살의 그가 “제 나이에 맞게만 보여도 좋겠어요”라고 말할 정도라니 말이다.

“옛날보다는 (얼굴이) 성숙해진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외모는 스트레스예요. 어디 가서 심하게 고생을 해봐야 할까요? (웃음) 신체적 한계니까 극복해야 할 것 같아요. 연기나 장르적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녹두전’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도 관심이 생겼다. “딱히 장르를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필모그라피”라고 겸손하게 답한 그의 최애 장르는 ‘휴먼 드라마’. ‘프로듀사’를 재차 언급한 그는 “‘풀하우스’, ‘상두야 학교가자’도 좋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미스터 션샤인’에도 출연했지만, 시대극도 좋다”라고 또 다른 장르를 언급했다. 최종적으로는 “아마 내게 재밌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잠정 결론(?)지었다.

“이 작품이, 이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감히 말씀드리기 민망해요. 그래도 굳이 찾자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를 좋아해요. 동백꽃 필 무렵도 한 회도 빠짐없이 다 봤어요. 사람 냄새나는 드라마였죠. 황용식 역의 강하늘 선배님이 워낙 독보적으로 잘해주셨으니 감히 탐난다는 말보단 부러웠어요. 평소에도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님이었는데, ‘동백꽃 필 무렵’을 보면서 ‘역시 강하늘 선배님답다’ 싶었어요. 정말 최고라고 생각해요.”

장동윤이 자신을 기다리는 대중들에게 할 수 있는 대답은 ‘그저 열심히’다. 최대한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로 가득 찼다. 데뷔 후 쉬지 않고 달려왔지만, 그는 “더 하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고 칭하며 “내 몸이 허락한다면 더 열일하고 싶다”고 했다. 시청자도, 관객도 마찬가지다. 영화, 드라마 구분 없이 앞으로도 쉬지 않고 연기할 배우 장동윤의 필모그래피가 더 빼곡 하게 채워지길 바라고 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동이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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