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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기묘한 가족' 정가람, 양배추 먹는 좀비를 아십니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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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영화 기묘한 가족 정가람 인터뷰 /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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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배우 정가람은 아직 대중에 익숙지 않은 신예다. 현재의 그는 순수하고 성실한 열정을 모토로 성장하는 중이다. 이 낯섦이 기분 좋은 호기심으로 바뀌는 순간, 그의 진가가 발휘되는 때다.

영화 '기묘한 가족'(감독 이민재·씨네주 오스카10스튜디오)은 좀비란 개념조차 모르는 농촌 마을에 불시착한 좀비와, 좀비보다 더 무서운 가족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상상초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좀비 버스터.

배우 정가람은 좀비 체면 구기게 '쫑비'란 애칭으로 불리고, 할 줄 아는 말은 "으어어" 뿐이고, 동네 개를 피해 달아나고, 뇌보다 케첩 바른 양배추를 좋아하는, 모자라 보이지만 사랑스러운 감성 좀비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분명 좀비물이라 들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신기하고 재밌는 이야기에 매료됐단 그는 "어떻게 진행될까 예측도 안 될 만큼 재밌었다. '이게 뭐지?' 싶기도 하고 계속 보게 되더라. 다 보고 나서 너무 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막상 출연이 확정된 후엔 부담이 밀려왔다. 이토록 재밌고 즐겁게 본 텍스트를 직접 표현해내야 했기 때문. 정가람은 "제가 느낀 재미만큼 이를 표현해야 한단 생각 때문에 부담이 갑자기 몰려오더라. 쫑비 자체도 흔한 역할이 아니었고 기존 좀비의 움직임과도 다른 아이라 튀지 않게 연기해야 했다. 너무 많은 것들이 걱정거리로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이를테면 쫑비 대사가 "으어어" 밖에 없어서 대본을 외워야 하는 부담감은 없었지만, 대사로 감정 전달을 못하는 만큼 어떻게 반응하며 그 빈틈을 메꿔야 신이 안 어색할지 고민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감독과 선배 배우들에 자문을 구하며 차차 쫑비를 구체화했고, 이 과정에서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됐다. 가슴이 텅 비어있는 좀비가 풍산리 패밀리를 만나 무언가 마음을 채워가는 과정들이 훈훈했기 때문이란다. "쫑비는 다른 좀비와는 다르다. 수많은 매개체를 통해 그려진 좀비와는 달리 가슴이 채워지는 좀비란 방향성을 가진, 좀비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좀비"라며 넘치는 자부심을 드러낸 그다. 그리고 이처럼 새로운 작품에 함께 도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정가람은 극 중 패밀리 비즈니스 사업에 휘말려 이용당하거나, 새로 재개장한 주유소 유리창을 닦거나, 짜장면에 얼굴을 처박고 면발을 흡입하는 등 제게 주어진 코믹한 설정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의외의 재능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웃긴 상황에 놓여 있어서 그냥 묻어가는 편이었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며 전 정말 코미디를 못하는구나 싶었다"고 겸손이었다.

특히 자칭 '좀비 마니아'이자 풍산리 패밀리의 장남 준걸 역으로 등장한 정재영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켜보는 것이 그에겐 무척 흥미롭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극 중 준걸이 좀비떼가 몰려든 집 밖을 나가기 위해 쫑비 옷을 걸치는 장면은 좀비 특성을 꿰고 있는 정재영이 낸 아이디어였다. 후각과 청각에 민감한 좀비 소재의 정통성을 지키고자 원칙을 고수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정말 맞는 말이고 반박할 수 없었다"고 감탄하는 순수한 그였다. 또한 좀비 연기는 처음인지라 간혹 제 스스로 힘이 들어간 연기를 하고 있을 땐 정재영이 이를 과하지 않도록 잡아줬다며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덕분에 그 역시도 표현을 자유자재로 내뿜을 수 있었다고.

다만 정재영에 두 번의 드롭킥을 당할 땐 보호장비를 찼는데도 묵직함이 전해졌다며 "'정재영 선배님은 정말 액션 배우구나'라고 느꼈다"고 다시금 감탄하는 해맑은 정가람이다. 매번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좀비 분장에 늘 얼굴이 말라가고 분장을 떼어낼 때도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를 만큼 아팠다지만, "저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데 분장해주시는 분들이 더 힘드셨을 것"이라며 상냥한 마음씨를 드러내고 "매일 팩하고 좋은 제품을 다 발라봤다"고 도리어 즐거워하는 그다. 이토록 작은 일에도 순수하게 감탄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건 천성이다.

한편으로 그는 못말리는 '선배 덕후'였다. 박인환부터 정재영 김남길 엄지원을 비롯해 이수경에 이르기까지 선배, 동료 배우들에 대한 동경과 감탄사를 쉼 없이 연발하고 "저는 항상 어딜 가나 느끼지만 제 실력에 비해 인복이 많아 덕을 보는 것 같다"는 정가람이다. 이토록 멋진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며 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성장해나갈 수 있는 점이 즐겁고 행복했다고.

이런 마음가짐을 갖게 된 건 직업에 대한 애정과 그의 겸손한 배움의 자세 덕분일 테다. 정가람은 "이 일을 하며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졌고, 얘기하는 것도 좋아졌다. 한때는 제가 진짜 배우로서 성장을 하고 있는 게 맞나 의문점이 들 때가 있었는데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자체가 재밌고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또 하나 해냈구나'란 생각이 든다. 이런 결과물을 보며 '조금은 연기적으로 발전하고 있구나', 그동안 힘들고 고민했던 것들이 풀려나가는 느낌이 들어 더 애틋하고 즐거운 것 같다"고 털어놨다.

스스로를 "정말 평범한 사람"이라고 지칭한 그는 "평소엔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연기할 땐 집중해서 확실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기에 일반적으로 열심히 보고 표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며 확고한 연기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 정가람의 목표는 분명하다.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 이를 단순한 궁금증으로 그치게 하지 않고 나아가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다. "가장 어렵다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며 수줍게 웃어 보인 정가람은 제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착실하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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