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원정엔 우려 한 가득…"전술에 시차 문제까지…젊은 자원 기용도 방법"
홍명보 감독의 첫 경기 |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팔레스타인과의 홈 경기에서 졸전 끝에 겨우 승점 1씩 나눠 가진 홍명보호에 대해 축구 전문가들이 "좌우 전환이 되지 않은 건 코칭스태프의 전술적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이 73계단이나 낮은 팔레스타인(96위)을 홈으로 불러들인 만큼 쾌승이 기대됐지만, 경기 내내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며 득점에 실패하고는 당혹스러운 결말을 맞았다.
축구 전문가들은 홍명보호의 첫 경기가 사실상 '참패 수준'이라고 정의했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팔레스타인은 같은 조의 다른 중동 팀에 비해서도 객관적 전력이 열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 내용을 떠나서 반드시 승점 3을 가져왔어야 했다"며 "승점 1에 그쳤기에 진 거나 다름없는 최악의 결과"라고 혹평했다.
이어 "팔레스타인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4-4-2 포메이션과, 이전과 똑같은 경기 전술을 들고나왔다. 상대의 수비적인 형태를 어떻게 파훼할 지 게임 플랜을 세세하게 마련했어야 했다"며 "전반전에 적어도 2골은 넣었어야 했지만 유효 슈팅이 1개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박문성 한국프로축구연맹 해설위원 역시 "결과는 물론, 경기력 자체도 유럽파를 모두 불러들여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홈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 건 믿기 어려운 경기"라고 말했다.
짙은 아쉬움 |
이들은 좌우 전환의 속도가 현저히 느린 게 저조한 공격력의 원인이라고 봤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빌드업의 템포, 좌우 전환의 속도는 무조건적으로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을 통한 공격 전개에 실패해 경기장을 효과적으로 쓰지 못한 것도 지적됐다.
한준희 위원은 "특히 전반전 공격이 너무 좌우 양 측면으로만 치우쳤다"며 "중앙과 하프스페이스 활용이 심각하게 부족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장지현 위원은 "선수들이 경기장 전역에 퍼져 있다 보니 패스 거리가 길어지고, 순간적으로 빠른 판단을 못 하면서 측면에서 고립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며 "그러다 보면 공이 뒤로 갈 수밖에 없고, 또 공수 간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찬하 위원은 "선수도, 벤치도 결과를 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모험을 피하다 보니 계속 측면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가운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쉬운 손흥민과 이강인 |
팔레스타인이나 오만 등의 단단한 수비벽을 뚫기 위해서는 상대의 균열을 유발할 수 있는 과감한 스쿼드를 기용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복귀 후 첫 A매치를 맞아 안정 속에서도 변화를 택한 명단을 발표하며 강원FC의 황문기와 양민혁을 비롯해 이한범(미트윌란), 최우진(인천) 등 새 얼굴을 발탁했다.
한준희 위원은 "견고한 수비를 펼치는 상대와의 경기에서는 안정성보다는 좀 더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자원을 위주로 기용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지현 위원 역시 "조직적인 수비를 펼치는 상대와 만날 땐 체력적으로 많이 뛸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나 현재 폼이 좋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각에 잠긴 홍명보 감독 |
10일로 예정된 오만 원정에 대해서도 우려를 쏟아냈다.
장지현 위원은 "계속 비슷한 형태로 가게 된다면 앞으로 중동 팀들과 경기가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라며 "선수들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골을 넣어줘야 하지만, 코칭스태프 역시 선진 전술을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실제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문성 위원은 "오만이 1차전에서 이라크에 0-1로 지긴 했지만, 내용 측면에서는 오만이 훨씬 좋았다"며 "전술은 물론 또다시 시차 문제가 걸린 중동 원정 경기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찬하 위원도 "우리는 이미 중동 팀들에 교보재 같은 경기를 보여줬다"고 우려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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