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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KBS는 정준영의 성범죄 무마와 관련된 바 없습니다 [박효실의 SS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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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사진 | 유튜브채널 BBC 뉴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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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지난 18일 BBC뉴스 코리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틀 만에 300만뷰를 돌파하며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기자들 중 한명이 저입니다. 8년 전인 2016년 9월23일 저는 ‘[단독] 가수 정준영, 성범죄 혐의로 여성에게 피소 충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고, 3년 뒤인 2019년2월26일 SBS연예뉴스 강경윤 기자가 ‘[단독] 빅뱅 승리, 해외투자자 상대 성접대 의혹…카톡 대화 입수’를 시작으로 정준영 단톡방 속의 추악한 범죄를 연속 보도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BBC 다큐멘터리는 당시 언론 보도에서 미처 다뤄지지 않았던 단톡방 속의 적나라한 대화와 충격적인 범죄 영상, 클럽 버닝썬 성폭행 피해자와 직원의 증언 등이 담겨 있어 파장이 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사건의 피해자들, 그리고 이를 전한 저희 기자들에게 공감하고 공분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PD 카이 로렌스와 클로이 하지마튜는 2023년 초부터 K팝 씬에서 벌어진 이 기묘하고 끔찍한 범죄를 수개월에 걸쳐 방대하게 취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와 강경윤 기자가 관련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지독한 사이버폭력을 당한 것에 대해 놀라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영국에서 비행기로 왕복 30시간을 오가며 이뤄진 수개월간의 취재에 이어 후속 취재, 편집, 번역 등을 거쳐 다큐멘터리는 충격적인 베일을 벗었습니다. 이 설명을 길게 하는 이유는 그토록 공들인 다큐멘터리에서 발견한 작은 오류를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스포츠서울

사진 | 유튜브채널 BBC 뉴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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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이 공개된 뒤 뜻밖에 KBS가 정준영의 성범죄 사건 무마에 관여한 듯한 오해를 받았습니다.

영상 6분45초 경에 “정준영은 KBS에서 방송된 유명 TV쇼 ‘1박2일’에도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었다. 채널(KBS)의 변호사는 정준영을 고소한 경미(피해자 가명)에게 접촉했다”(a lawyer representing the channel (2 Days 1 Night of KBS) contacts Jung’s accuser, Kyungmi)라는 영어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이후 제가 등장해 “변호사 말이 증거가 불충분하면 되레 당신이 무고죄로 큰 벌을 받을 수 있다 얘기를 들으니까 너무 두려웠대요. 그래서 그때 고소를 취하했고”라고 발언하는 부분이 이어집니다.

우선 앞서 내레이션에서 ‘KBS의 변호사가 정준영을 고소한 경미에게 접촉했다’라는 내용은 제가 한 발언이 아닙니다. KBS는 정준영 사건의 직접 당사자도 아니고, 당연히 KBS 측 변호사가 나서서 프로그램 출연자에 대해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문제의 내레이션이 BBC 측에서 확인한 다른 경로의 취재 결과로 붙은 것인지, 정준영의 소속사 측 대응이 잘못 인용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제가 말한 내용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내레이션과 영상이 붙어있다 보니 제가 한 말로 잘못 인용 보도가 되어서 우선 짚습니다.

두번째로 제가 인터뷰에서 말한 ‘변호사 말’은 피해자 측 변호사의 말입니다. 이는 피해자가 지난 2021년 3월 SBS뉴스 유튜브채널의 ‘끝까지판다-정준영 단톡방 사건 비하인드’ 영상에 장문의 댓글로 스스로 밝힌 2016년 당시 정준영을 성범죄 혐의(불법 촬영)로 고소했다가 소 취하한 이유와 심경을 전한 내용입니다.

피해자는 “저는 정준영이 저에게 소홀하여 우발적으로 고소한 것이 아니고, 고소를 당한 후 정준영이 저와 사귀는 척 달래서 고소를 취하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개인적 고통 해소와 재범 방지라는 대의를 갖고 고소했으나 일주일 만에 고소를 취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신고 이후 변호사 상담 결과 증거가 불충분하여 제가 무고죄를 뒤집어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라고 고소를 취하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 당시 사건이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혐의로 종결된 것에 대해 “정준영이 저 외에도 수많은 여성들의 영상을 유포하여 인권을 유린하고 성폭행까지 하는 악질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절대 정준영에게 협조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당시 경찰의 부실 수사 등으로 인해 정준영의 범죄가 드러나지 않게 된 점에 대해서는 저 또한 깊은 유감을 느끼는 바입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경찰의 부실 수사와 정준영 봐주기가 있었고, 결국 제가 2016년도에 그 싸움을 이어 나갔을 경우의 결말은 제가 결국 무고죄로 피소당하고 제 인생이 완전히 망쳐지는 것이 아니었을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을 어떤 식으로든 무마한 세력이 있다면 부실 수사에 이어 솜방망이 처분을 내린 경찰, 검찰, 사법부를 비롯해 그들과 유착된 엔터테인먼트 업계 거물들이지 적어도 KBS는 아닐 겁니다.

다큐멘터리 공개 이후 몇몇 매체에서 내레이션과 제 코멘트를 합쳐 “KBS 측 변호사가 피해자를 접촉했고, 변호사 말이 증거가 불충분하면 되레 당신이 무고죄로 큰 벌을 받을 수 있다 얘기를 들으니까 너무 두려웠대요. 그래서 그때 고소를 취하했고”라고 보도하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더 커져 버렸습니다.

KBS가 뜬금없이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을 20일 오후 10시경 BBC 쪽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확인하고 수정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사이에 KBS가 겪을 피해와 오해가 너무 클 것 같아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KBS가 20일 밝힌 “당시 KBS 법무실이 관여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다”라는 공식 입장을 확인드리며, 저 또한 KBS 측이 피해자를 접촉하거나 압박했다고 인터뷰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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