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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4천만 금자탑 쌓은 ‘범죄도시4’…韓영화계 어두운 이면 드러내다 [SS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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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마동석, 박지환, 김무열, 이동휘가 허명행 감독과 15일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범죄도시4’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무대에 올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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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영화 ‘범죄도시4’가 트리플 1000만 고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네편만에 4000만 관객을 넘긴 프랜차이즈 영화의 탄생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지나친 점유율로 영화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12일 영화 배급사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범죄도시4’는 이날 오전 누적 관객수 950만을 돌파했다. 초파일 연휴인 15일 전에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68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시즌1을 제외하고 시즌2부터 1000만 관객을 돌파해 시리즈 누적 관객수 4000만이 목전이다.

‘범죄도시4’는 마석도(마동석 분) 형사가 IT천재 장동철(이동휘 분)이 설계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 백창기(김무열 분)와 그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3편에서 두 명의 빌런으로 양분돼 집중력이 약화됐다는 비판을 보완하고 1편의 장첸(윤계상 분)과 2편의 강해상(손석구 분)에 버금가는 강력한 악역을 탄생시켰다. ‘액션 마스터’ 김무열을 활용한 스턴트 출신 허명행 감독의 바삭바삭한 연출도 호평 요소로 꼽힌다.

초롱이(고규필 분)를 투입한 3편에 비해서 웃음이 덜하다는 평가가 있으나, 액션과 유머의 균형은 잘 맞았다는 평이다. 특히 1, 2편에서 활약한 장이수(박지환 분)가 돌아와 만든 익숙한 유머가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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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4’가 누적 관객수 1000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진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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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개봉한 ‘파묘’ 이후 한동안 관객이 없었던 극장가는 오랜만에 관객들로 들끓었다. 딱히 경쟁작이 없었던 덕에 영화관은 ‘범죄도시4’에 객석을 할애했다. 덕분에 좌석점유율과 상영점유율 모두 80%를 넘어서면서 ‘범죄도시4’만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범죄도시4’는 이 덕분에 불과 20여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봄’(2023)이 33일, ‘파묘’가 32일 만에 같은 성적을 거둔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르다. 일상에서 수많은 밈을 일으키는 영화라 관객이 빨리 몰린 점이 있지만, 다른 한국 영화들이 ‘범죄도시4’를 피한 터라 사실상 영화관 독점을 한 것도 이러한 결과의 이유로 꼽힌다.

‘범죄도시4’가 한국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점은 한국 영화의 빛나는 성과다. 힘든 시기에 확실한 4번 타자로 대형 홈런을 때렸다는 점은 충분히 의미 있다. 다만, 모든 과실이 ‘범죄도시4’에만 쏠린다는 건 큰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서울의 봄’과 ‘파묘’, ‘범죄도시4’까지 1000만 영화가 빠르게 세 편이나 탄생하는 사이, 300만 ~ 500만이 되는 허리급 영화는 전무했다. 올해 세 편의 영화를 제외하면 손익분기점을 넘은 국내 상업영화는 170만 관객을 모은 ‘시민덕희’가 유일하다. 1000만 영화 몇 편으로 극장가가 굴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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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속 ‘범죄도시4’ . 사진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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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은 축복할만한 일이지만, 영화적 완성도 측면에서 ‘범죄도시4’는 결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2시간 안에 수많은 상징과 함축으로 깊고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는 게 좋은 영화의 덕목인데, ‘범죄도시4’는 철저히 오락적 요소로만 기능한다. ‘범죄도시4’에는 잘못이 없지만, 이 영화만 보는 행태에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영화 감독은 “영화 감독들끼리 ‘얼마나 쉽게 만들어야 하냐’고 토로한다. 쉬운 영화도 있고, 영화적 메타포가 무수히 담긴 어려운 영화도 존재해야 하는데, 관객들이 생각할 필요 없이 너무 직관적인 작품만 찾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어떤 기준에 맞춰 창작을 해야 할지 정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관계자는 “한국 영화계가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지만, 현재는 정말 참담하다. 그간 한국 영화 발전의 토양이 됐던 영화제는 존폐 위기에 놓였고, 상업영화는 제작이 멈췄다. 완성도에 의미를 두기 힘든 ‘범죄도시’만 잘 되고 있다”며 “문화는 투자해서 융성하는 분야지 돈 버는 분야가 아닌데, 자본주의 논리대로만 흘러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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