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골키퍼 도발에 성난 인천팬들, 물병 투척…기성용 급소 맞아

FC서울의 기성용(빨간 원)이 11일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 뒤 인천 서포터스들이 던진 물병에 급소를 맞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쿠팡플레이 화면 갈무리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인 더비’에서 서울의 주장 기성용이 인천 관중석에서 날아온 물병에 급소를 맞는 일이 벌어졌다.

기성용은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024 12라운드 인천과 방문 경기 뒤 인천 팬들이 경기장에 투척한 물병으로부터 동료 선수를 보호하려는 과정에서 급소를 맞고 쓰러졌다.

선수들은 이날 빗속에서 펼쳐진 ‘경인 더비’ 내내 거친 몸싸움 등 신경전을 벌였다. 두 팀 서포터스들의 신경전도 그라운드만큼이나 팽팽했다.

전반 추가 시간 인천의 제르소가 서울의 최준을 거칠게 밀쳐 퇴장당했고, 이 과정에서 서울의 권완규와 인천의 무고사가 몸싸움을 벌여 나란히 옐로카드를 받았다. 판정에 항의한 인천의 조성환 감독도 옐로카드를 받았다. 수적 우위에 힘입은 서울이 후반전 윌리안의 멀티골에 힘입어 역전승(2-1)을 거뒀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서울 골키퍼 백종범이 돌연 돌아서서 인천 서포터스를 향해 두 팔을 들고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에 격분한 일부 인천 서포터스가 백종범을 향해 물병을 던지기 시작했다. 서울과 인천 선수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인천 서포터스들을 제지하고 나섰지만, 관중석의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급기야 백종범을 보호하기 위해 나서던 기성용이 자신을 향해 날아든 물병을 피하지 못하고 급소에 맞아 경기장 위에 쓰러졌다. 한동안 고통을 호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던 기성용은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기성용은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연합뉴스 등 취재진과 만나 “어떤 의도로 물병을 던졌는지 모르지만 위험한 행동이다. 연맹에서도 잘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FC서울의 기성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백종범은 “후반전 시작부터 내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욕을 하고, 계속 부모님 욕을 하기도 했다”면서도, “선수로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 인천 팬들의 기분을 좋지 않게 해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의 골키퍼) 이범수 형이 골키퍼의 숙명이라며, 그러면 안 된다고 얘기해주셨다. (인천의 수비수) 김동민 형에게도 계속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인스타그램 갈무리.

인천 구단은 이날 늦은 밤 공식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사과문을 내고 “물병 투척과 관련된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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