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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범죄도시4' 김무열, 걷어냄의 미학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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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범죄도시4 김무열 인터뷰 /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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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김무열이 '범죄도시' 세계관에 녹아들었다. 새로운 빌런의 등장을 알린 '범죄도시4' 김무열이다.

영화 '범죄도시4'(연출 허명행·제작 빅펀치픽쳐스)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광수대&사이버팀과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다.

지난해 촬영을 마치고 올해 선보이게 된 '범죄도시4'에 대해 김무열은 "담담하게 개봉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촬영한 지 1년이 지났다. 배우들도, 제작자분들도 하루빨리 관객분들을 만나 뵙고 싶었다"며 "작품은 저희의 것이 아니라 관객분들의 것이기 때문에 개봉을 해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 같다. 설레고 떨리는 마음뿐"이라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김무열은 '범죄도시4'에서 빌런 백창기 역을 맡았다. 그동안 '범죄도시' 시리즈에선 장첸(윤계상), 강해상(손석구), 주성철(이준혁) 등이 빌런으로 출연해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그 바통을 이어받는 입장에선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무열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이 역할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캐릭터의 속내가 보이지 않고, 속을 알 수가 없었다"며 "이 작품을 선택한 건 마동석과 박지환, 그리고 동료들 덕분이었다. 믿을만한 형들이 같이 있다면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확실히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공동 작업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무열은 "제가 가진 좋은 것들은 최대한 취하고, 나쁜 것들은 최대한 버리면서 저랑 맞지 않는 것들도 벗으려고 했다. 전편 빌런들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전편 빌런들이 자유롭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해야하고, 어떤 식으로 하면 안 되는지 데이터가 쌓였다"며 "이성적으로 다가서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작업했다. 시나리오에 나온 캐릭터들의 힌트를 가지고 차별성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이 다른 빌런들이 악이나 깡, 때론 분노로 행동하는 원동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면 백창기는 그걸 가지고 있지만 최대한 억누르고, 드러내지 않으면서 생존하고,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걸 가진 사람이라고 하셨다"며 "그게 다른 빌런들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저 역시 포인트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고 공감했다.

빌런 백창기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특징인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날렵하고, 빠르게 상대를 제압하고 살해한다. 자신의 삶에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김무열은 "용병 직업의 특성상 포인트를 줬던 것 중 하나가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작전을 수행하는데 팀이 움직이면서 작전 시간을 초 단위로 설정하고 지켜야 하는 부분은 생존과 직결된 부분이었다. 또, 용병은 선금을 받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 부분을 생각하면서 장동철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백창기가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에 연구했다"며 "단순히 장동철이 보수를 주지 않았을 때 직업적인 것 이상으로 자존심을 건드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창기는 폭력에 중독된 사람이다. 그 폭력엔 살인 등 포괄적인 것들이 함축된 단어다. 그런 상황에 중독된 사람은 웬만한 돈 앞에선 크게 감정 동요가 없어 보일 수도 있고, 웬만한 위험 상황 앞에서도 감정 표현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백창기의 '분노' 스위치를 건드리는 이는 장동철이다. 김무열은 백창기와 장동철의 관계성에 대해 "파트너로 생각했을 거다. 근데 이동휘는 장동철이 백창기를 친구라고 생각했다더라. 애증의 관계라도 하던데 그게 입장 차이 같다"며 "정작 장동철은 백창기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용병 직업 특성상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어마무시한데, 백창기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안 하고 부탁을 들어준다. 그게 일말의 인간미가 아니었다 싶다"고 해석했다.

특히 백창기는 필리핀 현지 경찰을 죽이는 모습으로 첫 등장한다. 해당 장면에 대해 김무열은 "이 한 장면으로 이 인물에 대한 설명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첫 등장해서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찍을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대본 회의 때부터 촬영날까지도 결정을 못 했다"며 "근데 백창기가 만들어진 일련의 과정들을 거치면서 외형이 평범해지고, 표정이 걷어내지고, 불필요한 대사들을 걷어내니까 더 간결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중이 '용병'을 생각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외적인 이미지에 집중하진 않았다. 김무열은 "'용병' '살인' 이런 키워드들에 사로잡혀서 자료 수집을 하다 보니까 근육질에 마초적이고, 밀리터리 룩인 모습들이 모아지더라. 근데 감독님은 오히려 평범함을 강조하셨다. 필리핀을 배경으로 할 땐 몸에 문신이 있지만, 옷은 그냥 셔츠에 바지다. 구두도 흔히 볼 수 있는 검정 구두"라며 "한국에 와서도 라운드 티에 코트만 걸치고 다닌다. 비니를 쓴 것도 필리핀은 더우니까 추운 한국에 와서 비니를 쓰자고 했다. 그런 평범함 속에서 무표정하게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생각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캐릭터가 명확하게 다가오더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무열은 "테스트 촬영할 때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비니를 써보자고 했다. 막상 써보니까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시면서 '너무 이상해. 사람이 이상해 보인다. 알 수가 없어'라고 하시더라. 그렇게 백창기가 만들어졌다. 허명행 감독님은 정말 멋이 무엇인지 아는 분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앞서 백창기는 '최강 빌런'이라는 수식어로 소개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감정 표현을 절제하면서도, 온몸을 사용해 날렵하고도 묵직한 액션을 선보여야 했다.

김무열은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게 어려웠다. 저도 모르는 저의 입버릇이나 미간이 있더라. 그런 것들을 다 빼고 최대한 무표정하게 액션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힘이 없어 보이면 안 되니까 최대한 목이나 심장을 한 번에 찌르면서 간결하고 최소한의 움직임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급소를 찔러야 하는데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뿐만 아니라 백창기는 '두려움을 느끼는 세포가 없는 XX'라는 장동철의 대사로 소개된다. 실제로 극 중 장면에서 백창기는 자신을 잡으러 온 무리들에게도 유유히 웃음을 보인다.

해당 장면에 대해 김무열은 "자신감이 있었다. 본인이 혼자가 아니라 자기가 믿고 있는 부하랑 둘이 있으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때 백창기가 한 번 웃는다. '이거 살짝 위험할 수도 있겠구나. 근데 재밌겠다'라는 걸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그만큼 폭력에 중독된 사람이라 생각했다. 아드레날린 분비랑 연관이 돼 있지 않을까. 마지막에 웃는 얼굴들이 비로소 재미를 느낀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무열은 "어떤 빌런으로 기억에 남고 싶냐"는 질문엔 "없다. 그건 관객분들께서 판단해 주실 거라 생각한다"며 "각 빌런마다 명대사들이 있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백창기는 말이 없다. 근데 나쁜 사람 기억해서 뭐 하냐"고 웃으며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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