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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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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게 돼" 류현진 격분→황재균 퇴장…ABS 신뢰 추락, KBO와 현장 어떻게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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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선수들이 이야기를 하면 아무래도 의심하게 된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26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에이스 류현진이 ABS(자동볼판정시스템)에 격분했던 것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류현진은 2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5이닝 7실점(5자책점)으로 무너졌다. 류현진은 ABS가 설정한 스트라이크존이 23일 수원 kt 위즈전과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고, 본인 예상과 다른 볼 판정이 자꾸 나오자 멘탈이 흔들렸다. 류현진은 25일 이례적으로 취재진 앞에서 ABS 스트라이크존이 일관되지 않아 혼란을 초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최 감독은 그런 류현진의 의견에 동의하며 힘을 실어줬다.

류현진은 현재 KBO리그에서 제구력이 가장 빼어난 선수다. 그동안 ABS가 설정한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파악해 거의 모서리에 공을 꽂아 넣는 투구를 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공 하나 또는 반 개 정도 차이나게 넣었다 뺐다 하면서 타자를 가지고 노는 게 류현진 투구의 특징이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기간 ABS를 경험하면서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투수였는데, 24일 kt전 만큼은 ABS 판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KBO는 26일 류현진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한 투구 추적 데이터를 공개했다. KBO는 "한화 류현진의 24일 수원 kt전 특정 투구 및 23일 한화 문동주 선수의 수원 kt전 특정 투구에 대한 ABS 판정 데이터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이례적으로 자료를 공개한 배경을 설명했지만, 류현진의 리그에서 입지와 발언의 파급력 등을 고려해 적극 대응하는 느낌이 강했다.

KBO는 류현진이 문제를 제기했던 1회 천성호 타석, 3회와 5회 조용호 타석의 ABS 데이터를 공개했다. 또 왼손 타자 바깥쪽 투구 판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23일 문동주가 4회말 kt 천성호에게 던진 4구(스트라이크), 24일 류현진이 1회말 천성호에게 던진 3구(볼)의 차이를 비교하는 데이터까지 제공했다.

KBO가 제공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류현진의 주장은 모두 틀렸다. KBO는 “류현진이 등판한 해당 경기 3회말 kt 조용호의 타석 3구째는 ABS 중간 존 하단을 0.15cm위로 통과했으나 ABS 끝면 존 하단을 0.78cm 차이로 통과하지 못해서 볼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23일 문동주가 투구한 4회말 kt 천성호 선수 타석의 4구(스트라이크 판정), 24일 류현진이 투구한 1회말 kt 천성호 타석의 3구(볼 판정)는 그래픽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것처럼 투구된 위치가 다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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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3일 경기에서 4회말 천성호를 향해 던진 문동주의 4구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좌타자 바깥쪽 코스였다. 투수 정보를 봤을 때 중간면 좌우는 22.60㎝, 중간면 상하는 71.22㎝, 끝면 상하는 69.27㎝로 스트라이크를 받았다.

반면 24일 경기에서 1회 천성호의 3구(류현진)는 중간면 좌우 29.60㎝, 중간면 상하 65.35㎝, 끝면 상하 63.10㎝로 볼이었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또 24일 경기에서 3회 조용호 3구는 중간면 좌우 -8.39㎝, 중간면 상하 44.30㎝, 끝면 상하 41.87㎝로 볼이었다. 이 공은 존 중간면은 0.15㎝ 위로 통과했으나 끝면이 0.78㎝ 미달돼 통과되지 않았다. 조용호와 천성호는 신장의 차이도 있어 존의 상하단이 다르다. 천성호는 상단이 3.437피트, 하단이 1.686피트인 것에 비해 조용호는 상단이 3.195피트, 하단이 1.567피트다.

류현진이 삼진을 잡고도 불만을 내비친 5회 조용호 3구는 중간면 좌우 25.59㎝, 중간면 상하 69.24㎝, 끝면 상하 67.21㎝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최 감독으로서는 KBO가 제시한 데이터에 반박할 근거가 더는 없었다. 최 감독은 KBO의 피드백을 수용하면서도 수치로 설명이 안 되는 선수들이 느끼는 차이는 존재한다고 봤다.

최 감독은 "수치와 선수들의 감이 정확하게 잘 맞아 떨어지지가 않는다. 그런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구장은 이렇게 나오지만, 다른 구장에서는 이렇다고 해서다. 그날은 첫날과 둘째 날이 확 다르다고 하니까. 이렇게 선수들이 이야기를 하면 아무래도 의심하게 된다. 또 저희가 최근 연패를 하다 보니까 선수들은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는데, 그런 것(판정) 때문에 자꾸 경기가 흔들리니까. 아마 다른 팀 선수들보다 더 예민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튼 첫 경기와 두 번째 경기에 판정 문제로 인해서 조금 어수선했던 것은 사실이다. 투수와 포수도 그렇고, 타자들도 타자들대로 그랬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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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류현진뿐만 아니라 10개 구단 선수 대부분 구장마다 ABS가 설정한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고 느끼고 있다. 같은 구장에서도 경기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고 느낀다. 류현진만, 또 한화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다. KBO는 그때마다 데이터를 근거로 들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근거다.

실제로 KBO가 ABS를 위한 투구 추적 시스템으로 PTS를 선정했을 때부터 현장에서는 의문을 품었다. PTS는 삼각 측량 방식의 추정치이기 때문에 실측을 하는 트랙맨, 호크아이보다 정확할 수가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2015년 트랙맨으로 스탯캐스트 시대를 연 이후 PTS를 더 이상 쓰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사라진 기술로 KBO는 ABS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PTS 기술 자체가 정확하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지다 보니 자연히 ABS 신뢰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ABS 시스템에 가장 적합한 기술로는 초고속 카메라를 쓰는 호크아이가 꼽히는데, 현재 호크아이를 쓰는 팀은 KIA 타이거즈뿐이다. 나머지 9개 구단은 트랙맨을 쓴다. 현장에서는 KBO가 기술 완성도가 가장 떨어지는 PTS를 기반으로 한 ABS를 올해 굳이 무리하게 도입했어야 했는지 꾸준히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에는 로봇 심판의 판정이니 수긍해 보려 했던 선수들이 조금씩 노골적으로 ABS에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kt 내야수 황재균은 26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삼진 선언에 불만을 품고 헬멧을 던져 퇴장됐다. 올 시즌 첫 선수 퇴장 사례였다.

황재균은 4회초 2사 1루 볼카운트 1-2에서 SSG 선발투수 오원석의 몸쪽 낮은 공에 반응하지 않았다. 포수 이지영과 사인 미스로 오원석의 공이 이지영의 미트에 들어갔다가 튕겨 나오면서 패스트볼이 될 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공이 ABS상으로는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갔다. 로봇심판 이전에는 포수가 놓친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 패스트볼로 2사 2루가 될 줄 알았는데 삼진을 당하자 황재균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기계의 판정'이라 주심과 더는 감정싸움이 없을 것이란 예상을 처음 깨는 장면이었다. 황재균의 이날 퇴장은 현장의 ABS를 향한 신뢰가 얼마나 추락했는지, 또 지금까지 불만이 얼마나 누적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선수들도 ABS가 일관성이 있으면 납득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선수들이 체감하기로는 분명 일관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외야수 박건우는 "ABS라고 하면 정확하게 딱 정해져서 모든 구단에 똑같이 들어가야 하는데 어느 구장은 몸쪽을 조금 더 많이 주고, 어느 구장은 바깥쪽을 많이 준다. 우리가 지금 이런 특징을 구장마다 적응을 해서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KBO는 현장의 계속되는 ABS 판정 존의 일관성과 관련된 의구심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KBO는 지난 19일 "홈플레이트에 설정된 해당 기준은 전 구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ABS 운영사 스포츠투아이는 메모리 폼을 활용한 실제 투구와 ABS 판정의 정확한 비교를 위한 테스트를 전 구장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진행 중이다. 해당 테스트가 완료되면, 상세 비교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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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KBO가 시즌을 치르면서 ABS 관련 제도를 계속 수정하고 있는 점도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바라보고 있다. KBO는 이물질이 트래킹 카메라의 추적 영역에 침범하면 추구 추적에 실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물질 문제에 미리 대비했어야 했는데 KBO는 시즌을 치르는 지금 "장마철 급격한 날씨 변화, 이물질 난입 등의 예상되는 트래킹 추적 방해 요소들에 대비하여, 운영사와 함께 곤충 방제 등 추적 실패 사례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할 방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구 NC-삼성전에서 주심이 ABS 콜을 제대로 듣지 못해 스트라이크를 볼로 선언한 사례가 나왔다. 강인권 NC 감독은 당시 선발투수 이재학이 문제의 공을 던지고 2~3구 정도 더 던진 뒤에야 문제를 제기해 잘못된 볼 판정을 뒤집지 못했다. NC로선 ABS 데이터가 태블릿으로 늦게 전송되는 문제가 있다 보니 당연히 문제 제기도 늦을 수밖에 없었는데, 데이터 전송 지연은 구단들이 KBO에 일찍이 문제 해결을 요청했던 건이었다. KBO는 이후 뒤늦게 "ABS 운영 개선을 위해 주심 혹은 3루심이 스트라이크/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였다. 또한 양팀 덕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하게 판정음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KBO는 "지속적으로 ABS 운영에 대한 검토와 의견을 수렴하며 개선할 계획"이라며 열린 자세를 취했지만, 현장에서는 1군 도입 시기가 너무 빨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군에 ABS를 도입하기 전에 2군에서 충분히 제도 개선을 해서 왔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개막 한 달이 지난 지금. ABS를 둘러싼 현장과 KBO의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양 측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화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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