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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몸집 키우기 전념’ 하이브, 민희진 SM 떠난 이유 잊었나[MK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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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ㅣ어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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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뉴진스, 세븐틴, 르세라핌. 이름만 들어도 K팝을 주름잡는 대형 아이돌 그룹들이다. 공통점은 이들 모두 하이브 소속이라는 것이다. 플레디스, 쏘스뮤직 등을 인수하며 ‘몸집 키우기’에 집중했던 하이브가 결국 민희진 대표의 어도어와 부딪혔다.

하이브는 민희진을 포함한 어도어 경영진이 대외비인 계약서 유출을 비롯해 경영권 탈취를 시도 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 대표 측은 하이브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신인 그룹 아일릿의 콘셉트를 지적하며 어도어 소속 그룹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이브는 민대표와 임원 A씨 등에 대한 감사에 나섰고 어도어 측에 주주총회 소집 요구와 함께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별도로 발송했다.

그야말로 민 대표에 대한 하이브의 저격이 대대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민 대표와 하이브 의장 방시혁의 대립에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특히 민 대표는 지난 2019년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떠나 방시혁의 부름에 하이브로 넘어왔다. 그는 SM에서 그룹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인기 아이돌 그룹들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직접 맡아 이름을 날린 스타 제작자다. 두 사람의 만남으로 하이브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치솟았고 방탄소년단에 이어 ‘뉴진스’라는 대형 걸그룹을 탄생시키며 ‘성공하는 엔터기업’으로 거듭났다.

그렇기에 방시혁과 민희진의 만남이 이번 ‘어도어 사태’를 야기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터. 과거 민 대표는 SM 퇴사 이유에 대해 “일이 너무 많아 번아웃이 너무 심했다. ‘왜 나는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까’ 생각했다”며 “그걸 피하려고 회사를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음악적 아이덴티티와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인물로 평가 받는다. 실제로 민 대표는 지난해 1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처가 어디든 ‘창작의 독립’, ‘무간섭’의 조항은 1순위였을거라 사실 꼭 하이브여야 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신이 갖고 있는 음악적 내공과 독창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 여기서 말하는 ‘창작의 독립’은 이번 어도어 사태의 시작점으로 보여진다. 아일릿의 데뷔곡 ‘마그네틱’은 사뭇 뉴진스의 음악을 연상케하는 멜로디 라인과 콘셉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뉴진스는 데뷔 때부터 ‘하입보이’, ‘디토’, ‘OMG’, ‘어텐션’ 등 감각적이고 듣기 편한 이지 리스닝 계열의 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발표하는 곡마다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고 이는 곧 하이브의 거대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만 어도어에 매출액 1102억 원, 영업이익 335억 원을 안기며 하이브 내 주요 그룹으로 떠올랐다. 이렇듯 아일릿 역시 뉴진스와 유사한 행보를 걸으며 각종 음원차트, 음악방송에서 높은 성적을 유지, 차기 ‘효녀 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진스는 음악 외에 패션, 광고 시장에서도 가장 영향력 큰 그룹으로 성장했다. 뮤직비디오를 쏟아내며 ‘보이는 것’에도 신경 쓴 결과다. Y2K 감성으로 패션 트렌드를 주도했고,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멤버들 각각을 앰버서더로 발탁해 이들의 영향력을 입증했다. 휴대폰, 패션, 화장품, 음료 등 톱스타들의 전유물인 주요 광고도 꿰찼다.

그런데 독창적인 음악 스타일로 인기를 끈 뉴진스 유사 계열의 음악이 탄생하면서 민 대표 입장에서는 아일릿에 대해 ‘뉴진스 카피’를 어필했다. 레이블간 음악적으로 호흡하고 공유해야할 상황에서 어찌보면 ‘음악 기획사’ 하이브는 기업 경영에 초점을 맞춘 레이블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인터뷰에서 “하이브는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성공한 문화 콘텐츠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카피했다. 어도어는 어느 누구에게도 뉴진스 성과를 카피하게끔 허락, 양해한 적 없다”고 말한 민 대표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의 규모와 경영 부문이 너무 비대해졌고 기계적으로 아티스트 활동을 처리하고 있는 느낌이다. 길게 봤을 때 하이브 내 복수의 레이블들이 정상적으로 경영이 될지 우려스럽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조직이 너무 크다보니 레이블들이 결국 하나의 부속품화되고 하이브가 전체적으로 컨트롤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하이브는 현재 조직 확장, 즉 몸집 키우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독립을 위한 경영권 탈취 시도’를 이유로 눈에 불을 켜고 있다. 그러나 민 대표의 눈은 경영이 아닌 ‘뉴진스 음악’에 맞춰져 있다. 아일릿 데뷔곡으로 하여금 민 대표가 SM을 떠나 하이브에 정착할 수 있게 한 ‘창작의 독립’이라는 조건에 스크레치가 났다. 민 대표가 어도어의 독립을 외친 이유가 아닐까.

[지승훈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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