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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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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 선수도 주전급…대한항공엔 ‘몰빵 배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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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한항공 선수들이 2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OK금융그룹과 3차전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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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한 수, 두 수 위의 팀이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 대한항공을 상대로 챔피언결정전(5판3선승제)을 치렀던 OK금융그룹의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3차전이 끝난 뒤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했다. 대한항공은 2일 프로배구 역사상 최초 4연속 통합 우승을 확정 지었다. 우승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에서 OK금융그룹을 만나 한 게임도 지지 않고 리그 최강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대한항공 왕조’ 시대를 열었다. V리그 4연속 통합 우승은 전통의 강자인 삼성화재나 현대캐피탈도 이뤄내지 못했던 대업이다.



대한항공이 오랜 시간 리그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는 ‘두꺼운 선수층’이다. 대다수의 구단은 공격 전력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한다. 뛰어난 공격수 한명에게 집중적으로 공을 토스해 승리하는 이른바 ‘몰빵 배구’를 펼친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선수 자원이 풍부해 외국인 선수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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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임동혁(왼쪽에서 두 번째)이 2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OK금융그룹과 경기에서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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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격만 전담하는 외국인 선수가 주로 맡는 아포짓 스파이커(오른쪽 공격) 자리를 놓고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지만, 올 시즌 공격 종합 부문에서 1위(56.02%), 득점 부문에서 7위(559득점)를 차지하며 외국인 선수급 활약을 펼쳤다. 챔프전 마지막 3차전에서도 18득점을 올리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임동혁은 정규 시즌 중에도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의 부상, 무라드 칸(등록명 무라드)의 기량 저하로 구멍 난 전력을 충실히 메웠다.



반면, OK금융그룹은 리그 최고 공격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다른 공격수의 득점 지원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대한항공의) 교체 선수들도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는 오기노 감독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김민철 ‘케이비에스엔스포츠’ 해설위원은 1차전 3세트부터 레오가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리그를 운영하는 데 있어 선수층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제1 공격수는 외국인 선수가 담당하되 제2, 3 공격수가 좋아야 하는데 대한항공은 이 모든 걸 다 갖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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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선수들이 2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OK금융그룹과 3차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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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틸리아키넨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젊은 피’ 정한용, 이준 등을 앞세우며 선수들 간 기량 차를 좁히고자 노력했다. 이들은 부상으로 뒤늦게 합류한 토종 에이스 정지석의 공백을 메웠고, 정지석은 챔프전(1차전 31득점·2차전 10득점·3차전 18득점)에서 펄펄 날았다. 특정 선수의 활약에 기댄 승리가 아닌, 촘촘하게 짜인 선수층을 바탕으로 한 스피드 배구가 성과를 낸 것이다. 토미 감독은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오늘 경기가 좋은 예시다. 20명의 선수가 코트를 오가며 득점을 만들어냈다. 두꺼운 선수층으로 강한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87년생으로 세터 한선수보다도 두 살 어린 토미 감독은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과 같은 눈높이로 호흡했다.



‘한선수-유광우’로 꾸려진 리그 최고의 베테랑 세터진도 왕조 구축의 숨은 공신이다. 지난 시즌 V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세터로서 정규리그와 챔프전 최우수선수에 등극했던 한선수는 올 시즌에도 코트를 진두지휘하며 공격수의 입맛에 맞는 세트 플레이를 주도했다. 85년생이라 체력적인 한계가 있지만, 동갑내기인 유광우 또한 한선수와 교체 투입돼 코트를 지휘하며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김민철 해설위원은 “대한민국 최고의 세터 2명이 흔들리지 않고 경기 운영을 해주고 있고, 감독과도 잘 협력해 좋은 성적을 냈다”고 평가했다.



한편, 대한항공, 현대건설(여자부)의 통합우승으로 2023~2024시즌 V리그는 막을 내렸다. 올해 V리그에는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 총 264경기에서 58만6514명의 관중(경기당 평균 2222명)이 배구장을 찾았다. 2022~2023시즌 266경기 56만845명(경기당 평균 2108명)보다 늘어난 수치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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