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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지배종' 이수연 작가 "동물 안 잡아먹어도 되고, 숲 안밀어도 되는 시대 오기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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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매우 근미래의 일, 어떻게 될까 여러 생각이 들었었다”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탁월한 드라마 '비밀의 숲'으로 장르물의 새 역사를 쓴 이수연 작가가 이번에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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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종'은 2025년 새로운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연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한효주)와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퇴역 장교 출신의 경호원 ‘우채운’(주지훈)이 의문의 죽음과 사건들에 휘말리며, 배후의 실체를 쫓는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이다.

주지훈과 한효주 외에도 이희준, 이무생, 김상호, 전석호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하며 더욱 기대를 모은다. '지배종'은 오는 4월 10일 오직 디즈니+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다음은 이수연 작가의 일문일답 인터뷰.

Q. '지배종'​은 ‘배양육’이라는 대한민국에서 한 번도 다뤄진 적 없었던 소재를 그려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인상적인데요. 이번 작품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와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배양육이란 소재를 선택하게 된 건 제 개인적인 바람에서 비롯됐습니다. 동물 안 잡아먹어도 되고 식량 생산을 위해서 숲을 밀어버리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그렇게 되면 수많은 농축산업 종사자분, 도살장부터 사료업체까지 미칠 영향도 매우 크겠구나, 그렇지만 피할 수 없는 매우 근미래의 일인데, 어떻게 될까 하는 여러 생각도 들었고요.

Q. '비밀의 숲'을 통해서는 검사의 세계를, '라이프'에서는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문제를 다루셨습니다. 이번 '지배종'은 디즈니+라는 OTT 플랫폼과 함께 하면서 장르나 소재 그리고 표현 방식에 한계를 두지 않고 색다른 시도에 나섰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이전 작품들과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표면적으로 가장 큰 차이점은 이전 작품들은 현실에 기반을 둔 것이었고, '지배종'은 아직 오지 않은 2025년이 배경이란 점이겠지요. 이 드라마가 공개되는 시점에서는 바로 내년이 돼 버렸지만 제가 대본을 쓴 건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에 걸쳐서였으니까 그때는 3년 정도 후의 일이었습니다. 매우 가까운 미래이기 때문에 SF 장르까지는 아니고, 환경적 이상향 하나가 실현된 이후의 세계라고 할 수 있지요.

Q. ‘우채운’은 대통령 테러 사건의 배후를 쫓기 위해 ‘윤자유’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지만 그와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변화를 겪는 인물입니다. ‘우채운’이라는 캐릭터를 만드실 때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이셨을까요? 그리고 주지훈 배우의 캐스팅 소식을 들으셨을 때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중점을 둔 점은 한마디로, ‘채운이 멋있어 보였으면 좋겠다’ 였습니다. ‘채운’이 멋있게 비춰지는 게 중요했습니다. 과거의 아픔과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현재, 군인에서 경호원이 된 직업적 특성, 이런 설정에서 풍겨 나오는 매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설정 보다 강한 게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 분의 매력인데요.

그래서 주지훈 배우님을 처음 봤을 때 ‘꼭 저분이 하셔야 하는데’ 란 마음이 들었습니다. 캐스팅이 확정된 상태에서 뵌 게 아니었거든요. 미팅 자리에 배우님이 먼저 나와 앉아 계셔서 처음에는 잘 못 느꼈는데 액션 동작에 대해서 얘기하던 중 배우님이 갑자기 일어난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우와 채운이다, 꼭 저분이 해야 한다, 까이면 안 돼’ 라고 생각했던 게 떠오르네요.

처음엔 그렇게 외형적인 면에서의 인상이 짙었다면, ‘우채운’ 역할을 주지훈 배우님께서 하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를 절감한 건 그 다음에서였습니다. 한 회 한 회 대본을 써가던 진행 과정에서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주시어 ‘우채운’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주지훈 배우님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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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윤자유’는 표면적으로는 세상을 바꾼 거대 기업 ‘BF’를 이끄는 성공한 사업가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과거에 있었던 일들로 인한 트라우마나 상처가 가득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상처에 매몰되기 보다는 항상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윤자유’ 캐릭터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한효주 배우의 캐스팅 소식을 들으셨을 때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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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자유’ 캐릭터의 키워드는 ‘전진’입니다. ‘윤자유’는 전 세계 배양육 시장의 지배자이기 때문에 전 세계 1차 산업 종사자들한텐 원수 같은 인물이지요. 그래서 ‘자유’를 증오하고 해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성공을 질투하는 사람들도요. ‘자유’는 본인을 향한 거센 도전이 있다는 걸 잘 알고 그럴만한 이유도 충분하다는 것도 알지만 그럼에도 오로지 전진하는 인물입니다. 고뇌하고 공감하되 늘 앞만 보고 전진하는 이미지만 품고 ‘윤자유’를 썼습니다.

한효주 배우님은 첫인상이 굉장히 강렬했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한효주 배우님은 코스모스 같은 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딱 뵀을 때 ‘단단하다!’ 란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 한창 역할 때문에 운동을 많이 하실 때이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흔들리지 않는다’ 느낌이 있었습니다.

‘윤자유’가 세계적인 그룹의 수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터프하고 강하기만 한 인물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뱃속을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배우님 자체가 가진 그 면이 상당히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때의 이미지가 이후 ‘윤자유’를 써 나가는 데에 기본 받침이 됐습니다.

Q. ‘우채운’과 ‘윤자유’는 처음에 의심으로 관계가 시작되지만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 연민과 신뢰로 확장되는 서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 두 캐릭터의 서사를 만드실 때,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두 배우에게 특별히 요청하신 점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윤자유’와 ‘우채운’은 서로 필요에 의해서 얽히게 된 인물들입니다. 의도를 가진 인물들이고 또한 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 균형을 유지하며 쉽게 가까워지지 않기를 바랬어요. 감정 교류를 일정 기간 차단하고 서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합을 이루기 전에 먼저 힘을 겨루는 단계가 먼저인 관계로요.

그럼에도 올바른 목표를 향해 굳건히 나아가는 사람들이니 점차 서로를 신뢰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설득력을 갖는 게 중요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분들께서 ‘저 두 사람이 빨리 서로를 잘 알게 됐음 좋겠다, 한 팀이 됐으면 좋겠다’ 라고 바라시게 되는 것, 그것이 두 사람 관계의 이상향입니다.

Q. 이희준 배우가 연기한 ‘선우재’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복합적인 면모를 가진 매력적인 인물로 느껴집니다. ‘선우재’는 어떤 인물인가요?

‘선우재’는 자기 자신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입니다. 머릿속 마음속이 자기 하나로 꽉 차 있어서 설령 자식이라 할지라도 중요도에 있어서는 나 자신보다 훨씬 저 아래인 인물로 설정했어요. 게다가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다 보니, 경제력이든 권력이든 모든 걸 다 가졌으면서도 단 한 가지 부족한 걸 굉장히 크게 느끼고 노여워하는 사람입니다. 그걸 채울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캐릭터.

Q. 이번 작품에는 주지훈, 한효주, 이희준 배우 외에도 이무생, 김상호, 전석호, 박지연 등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특별히 캐스팅 과정에서 요청하신 부분이나 염두 하셨던 점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증오와 이기심이 팽배한 지배종의 세계에서 ‘온산’은 변치 않는 우정의 상징입니다. 이무생 배우님께서 ‘온산’ 역할을 맡아 주셔서 저는 ‘온산은 믿을 수 있다, 이 사람은 친구 등에 칼을 꽂지 않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동행할 수 있는 인물이다’ 란 이미지를 갖고 쓸 수 있었어요.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사실 쉽지는 않지요. 평범한 듯 끈기 있는 모습이란 특징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후에 ‘이무생로랑’이 되어서 보여주신 강렬함을 최대한 누르면서 이무생 배우님께선 오랜 남사친의 정석을 보여주셨습니다.

김상호 배우님은 제가 뭐라 덧붙이는 것이 사족이라 생각됩니다. 배우님이 등장하시는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는 순간이 있었는데요, 시청자분들께서도 그 순간을 저와 함께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전석호 배우님은 전부터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분이었는데 이번에 연이 닿았습니다. 배우님이 맡으신 ‘서희’라는 캐릭터는 IT전문가이지만, 전형적인 개발자 분위기가 아니라 회사원 느낌이 필요했었는데요. 어느 회사에나 있을 거 같은 느낌을 주시다가도 어느 순간에 확 순발력이란 게 빛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박지연 배우님의 ‘정해든’ 캐릭터는 설정부터가 일은 엄청 잘하는데 살짝 ‘똘끼가 있는 캐릭터’였거든요. 배우님에 대해서 전부터 느낀 게 있었는데,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연민이 가는 사람, 재수 없는 사람 역할 다 하시는 분이구나’ 라는 거였어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그 점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Q. 다양한 기술들이 총망라된 BF 그룹을 비롯해 인공지능 AI 장영실 등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프로덕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비주얼적으로 구현해내기 위해 제작진들과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궁금합니다.

비주얼, 미술적인 부분은 전문가분들이 힘을 쏟아 주셨으니 제가 보태서 말씀드린 건 많지 않았고 다만 일하는 공간이 평등하단 느낌을 주길 바랐습니다. 보스 ‘윤자유’와 그 밑에 연구원들이란 상하관계가 아니라 그들은 비슷한 공간에서 일하고 연구한다는 느낌이요. 그것이 ‘윤자유’의 캐릭터를 설명해 주기도 하고요. 그러나 회사 외형상으론 어마어마한 캠퍼스라는 게 구현되길 바랐습니다. 좀 욕심내서 표현하자면, IT회사 대표들이 옷차림은 장롱 밑바닥에 구겨져 있을 것 같은 티셔츠나 입고 다니지만 그들 회사는 엄청난 것 처럼요.

Q.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장면은 3회 말에 ‘우채운’이 1대 17로 싸우는 장면입니다. 대본에는 그렇게 쓰지 않았지만 촬영 현장에서 나온 그림 중에 어둠 속에서 ‘채운’이 손만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액션이라는 건 제가 아무리 글로 묘사하려 해도 실제 연출과 촬영, 연기를 따라갈 수 없구나 라는 걸 깨닫게 해준 장면입니다.

Q.'지배종'을 통해 시청자분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을까요?

전진입니다.

Q. 마지막으로 공개를 앞둔 만큼, '지배종'을 기다리고 있는 전 세계 디즈니+ 구독자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사실 한 가지입니다. 많이 보셨으면 합니다. 화제작이 되고 인기작이 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만드는 과정을 본 저로선 이렇게 많은 분이,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분들이 모두 모여서 마음을 모았으니 그 결과가 다른 분들께도 많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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