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상암동 클라스'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상암동 클라스 / 진행 : 이가혁·김하은
[앵커]
'상클 라이프' 목요일 아침에는 영화 속 세상으로 안내해 줄 베테랑 영화저널리스트 더 스크린의 박혜은 편집장과 함께합니다. 편집장님 안녕하세요.
[박혜은/더 스크린 편집장 :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9일) 어떤 영화 가지고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박혜은/더 스크린 편집장 : 첫 번째 영화는 아주 현실감 뿜뿜 넘치는 멜로영화 한 편 가지고 왔어요. 먼저 영상부터 함께 보시죠.]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 언제 헤어졌는데요? 얼마 안됐어요. 생각하기 나름이긴 하지만, 서로 상처나고 곪아가는데도 무신경하게 넘기고 모른척하고. 그렇게 끝날 줄은 몰랐었는데 결국 그렇게 끝이 나더라고요.]
[앵커]
아까 현실 멜로라고 하셨는데 앞에 현실감 뿜뿜을 붙여주셨어요.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 같은데 이별영화인가요?
[박혜은/더 스크린 편집장 : 제목이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라는 제목이에요. 이 작품은 사실 우리가 멜로영화라고 하면 떠올리는 정말 달달한 해피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라기보다는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정말 많은 감정의 굴곡들을 겪는 아주 현실적인 연인들이 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10년 동안 연인으로 지냈다가 이제는 남남이 되기로 결심한 아영과 준호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30대 중반의 동갑내기 연인인데요. 아영은 생활력 강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있지만 준호는 이제 아직까지도 여전히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소위 시험을 준비하기는 하지만 백수의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어떻게 뒷바라지하는 여자친구에 대한 고마움도 점점 없어지고요. 그러다가 두 사람 사이에 큰 다툼이 벌어지게 되고 두 사람은 이별을 결심하게 되는 거죠.]
[앵커]
싸우지 마. 왜 싸워. 그런데 진짜 사랑만큼이나 이별도 사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만한 그런 소재고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랑과는 그런 관계잖아요. 그럼 이 영화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박혜은/더 스크린 편집장 : 굉장히 많은 대사들이 나오는데 그중에 귀에 쏙쏙 박히는 대사들은 이별할 때의 대사들인 것 같아요. 나도 저런 말했었던가 혹은 나도 들었었던가 싶을 만한 이런 대사들이 나오는데 예를 들면 '내가 네 엄마냐'라고 싸운다거나 '너 돈 번다고 지금 생색내는 거야'라고 얘기했더니 '너는 돈이 없으니까 생색도 못 내잖아' 이런 대사들.]
[앵커]
세네요.
[박혜은/더 스크린 편집장 : 그렇죠, 가슴에 팍팍 비수를 꽂는. 그렇지만 참다참다 그 이야기가 나오는 과정을 또 이해할 수밖에 없는 그런 대사들이 이제 나옵니다. 감독님 자체가 이 이야기를 실제 경험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서 만든 작품이라고 하고요. 오래된 연인 준호와 아영의 캐릭터는 자신 주변의 실제 연인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저 캐릭터를 조금씩 세공했다고 해요. 그렇다 보니 원하지는 않지만 조금 나 같다.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나의 이전 이별 같다라는 생각을 하시는 현실 관객들 많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현실이라고 하셨는데 현실이라는 게 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경우도 있으니까 이 결말 어떨지는 극장 가서 확인을 해 보도록 하고요. 결말은 되게 해피엔딩일 수도 있어요. 있지만 모르겠습니다.
[박혜은/더 스크린 편집장 : 모른다가 제목이니까요.]
[앵커]
모른다가 제목이니까요. 바로 다음 작품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거죠?
[박혜은/더 스크린 편집장 : 어제 개봉한 영화예요. '다음 소희'라는 작품인데요. 이 작품 작년 칸국제영화제에서부터 정말 크게 관심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특히 한국영화 중에서는 최초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죠. 굉장히 밝고 활달한 18살 고등학생 소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소위 현장실습이라는 공간을 나가게 되면서 어떤 사건을 겪게 되고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앵커]
이게 예전에 사회적인 공분을 일으켰던 사건을 실제로 반영한 작품이라고 들었거든요.
[박혜은/더 스크린 편집장 : 이 사건 굉장히 크게 화제가 됐었어요. 2017년 1월에 벌어졌었던 실제 뉴스 기사에서 영화에 많은 부분들을 가지고 왔는데요. 평소에는 춤추기도 좋아하고 발랄한 이 18살 고등학생 소희가 학교에서 추천을 하는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죠. 그런데 이 현장실습은 소위 헤드셋을 끼고 고객을 응대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너무 강한 노동 강도 그리고 굉장히 현장에서 벌어지는 인격모독들, 감정의 피해들 이런 것들이 결국 쌓이게 되고 자신은 이 공간에서 그냥 하나의 부품일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돼요. 그리고 그 선택을 뒤쫓게 되는 형사의 이야기가 뒤로 이어지는데요. 영화가 절반. 절반은 정말 소희의 이야기, 절반은 그의 떠남 이후에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게 되는 그 세상. 정말 5:5로 보여줘요. 그런데 저는 이 작품 보면서 이 다음 소희라는 제목이 정말 마음에 깊이 와닿았었어요.]
[앵커]
그러니까 이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17년에 실제 있었던 일이고 지금도 콜센터 노동자들의 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그런 소식도 들려오고 있는데 말씀하신 다음 소희 그럼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박혜은/더 스크린 편집장 : 이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소희예요. 그런데 다음 소희라는 것은 우리가 이 많은 소희들에 대해서 지금 당장 생각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음 소희가 나타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사회적인 이야기라고 해서 메시지가 너무 강하다거나 웅변하는 식의 영화는 절대 아니고요. 그 상황들을 정말 세심하게 지켜보게 만들면서 우리도 그 소희의 삶을 따라가게 만드는 연출력이 진짜 훌륭하거든요. 이런 영화에 담긴 메시지가 있는 장면이 있어서 그 장면 여러분과 함께 보고 싶어서 가져와봤습니다.]
[앵커]
함께 보시죠.
[영화 '다음 소희' : 힘든 일을 하면 존중 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을 한다고 더 무시해. 아무도 신경을 안 써. 그러면 완전히 혼자가 돼.]
[앵커]
힘든 일을 하면 그만큼 존중받아야 되는데 그렇지 않은 세상. 이 대사가 우리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만드는 장면인 것 같습니다. 영화 '다음 소희' 만나봤고요. 마지막 작품은 또 어떤 작품일까요.
[박혜은/더 스크린 편집장 : 이번 작품도 작년 칸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던 작품입니다. 제목은 어제 개봉한 '성스러운 거미'라는 작품이에요. 이 작품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인데요.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이란에서 여성 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연쇄살인이 벌어졌었어요. 무려 16건의 연쇄살인이 벌어졌었는데 문제는 이 연쇄살인마의 행위를 마치 굉장히 성스러운 행위인 것처럼 이란 사회가 보도하고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담고 있습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아무도 이 사건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자 이란의 여성 저널리스트가 직접 자신이 미끼가 되어서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범죄스릴러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강력한 사회비판 영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앵커]
묵직한 그런 메시지를 보는 사람이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저희가 이라크에서 명예살인이라는 이름으로 딸을 아버지가 죽인 그런 사건을 보도한 적이 있는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그런 묵직한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요, 여성 인권이나.
[박혜은/더 스크린 편집장 : 맞습니다. 이 영화 속의 연쇄살인마는 정말 뻔뻔하고 끔찍하게 사람을 살해해 놓고서도 그 여성을 차도르로 처음 시신을 아예 포장해서 자신의 행위를 자랑하고 과시하듯이 보여주는 이런 행태 때문에 소위 굉장히 성스러운 살인마라는 이야기를 받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굉장한 공분을 일으켰던 인물이고요. 우리 사회가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조금만 비딱한 시선을 가지면 이런 괴물을 키워낼 수 있다라는 것을 굉장히 여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범죄스릴로서도 굉장히 긴장도 높은 작품이니까 극장에서 만나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개인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도 그렇고 이슬람 문화권의 사회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아무튼 앞서 살펴봤던 다음 소희도 그렇고 성스러운 거미도 그렇고 좀 재미를 위해서 볼 수도 있지만 또 동시에 잊고 있던 사건도 떠올리고 또 묵직한 그런 메시지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박혜은/더 스크린 편집장 : 그게 아마 영화의 힘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 사람들이 같이 스크린을 보면서 같은 이야기에 공감하고 울분하는 그런 영화의 힘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어제 갓 개봉한 따끈따끈한 이 세 작품을 맛보기로 만나봤고요. 현장에서 함께하면서 늘 이렇게 다양한 얘기 들으니까 유익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혜은 편집장님 고맙습니다.
[박혜은/더 스크린 편집장 : 고맙습니다.]
이가혁 기자 , 김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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