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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학병원 중환자실 36시간 방치된 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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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학병원 중환자실 36시간 방치된 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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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부설병원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환자의 시신이 약 36시간 동안 중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실에 방치되는 일이 일어났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전모씨(75)는 지난 16일 정오쯤 심한 가슴 통증을 느끼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곧바로 혈관조영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전씨의 둘째 딸(55)와 셋째 아들(43)는 이날 오후 3시에 전씨를 면회했다. 당시만 해도 전씨는 “수술을 해서 그런지 가슴이 편안해져서 좋다”고 말할 만큼 의식이 또렷했다.

전씨의 자녀들은 오후 7시 두 번째 면회를 마치고 병실 밖으로 나오다가 문득 전씨가 끼고 있던 틀니가 떠올랐다. 틀니를 빼드리려고 다시 병실에 올라가보니 그 때부터 상태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어머니의 의식이 1차 면회 때와 비교해 흐릿해 보였다. 간호사는 ‘진통제를 맞아서 그렇다’고 말했고 그 순간 호흡이 거칠어져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유족들과 병원 측이 사이에 사망 경위를 두고 분쟁이 생기면서 중증 환자들이 모여 있는 중환자실에 전씨의 시신이 하루넘게 그대로 방치됐다. 전씨의 시신이 있던 중환자 3호실의 7개 병상에는 건강상태가 좋지않은 고령의 중환자 4명이 더 있었다.

유족들은 “처음 고인의 상태가 안 좋아질 무렵 간호사에게 알렸지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진료기록부와 실제 처치기록 중 다른 점이 있다”며 의료사고 의혹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첫 면회 때 의식이 또렷했고 말도 할 수 있었던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는데 병원 측이 사망 원인조차 가족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병원측은 유족들이 시신을 둘러싸고 막고 있는 상황에서 허락없이 시신을 이동시킬 수 없어 중환자실에 둘 수밖에 없었다”며 “사실상 유족들이 중환자실을 점거한 것” 밝혔다. 의료사고 의혹에 대해선 “고령인 고인은 빠른 처치가 요구되는 급성심근경색을 앓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오기 전 시간이 지체되어 있었고, 평소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도 앓고 있었다”며 부인했다.

시신과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중환자들은 약 18시간 뒤인 17일 오후 6시쯤 다른 병실로 옮겨졌다. 병원 측은 “타 환자들에게 시신에 의한 2차 감염이 우려돼 병실을 옮겼다”고 말했다. 시신은 18일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