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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9 (일)

퍼거슨, "박지성은 내 손자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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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을 세계 스타로 키운 맨유의 전설 퍼거슨 감독 공식은퇴

[CBS체육부 박세운 기자] 박지성의 재능을 발굴한 스승은 거스 히딩크(67) 감독이다. 그렇다면 박지성을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제2의 스승'은 누구일까. 그를 축구선수에게는 꿈의 무대인 프리미어리그로, 그것도 세계 최정상급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인도한 알렉스 퍼거슨(72) 감독이다.

퍼거슨 감독은 2005년 7월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에서 활약하던 박지성을 영입했다. 박지성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당시 유럽 무대에서는 여전히 낯선 이름이었다. 영입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유니폼 판매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냐는 조롱도 있었다.

하지만 박지성의 입단을 결정한 주체는 바로 퍼거슨 감독이었다. 영입을 앞두고 박지성의 에이전트와 미팅을 하는 자리에서 진지하게 관심을 표출했고 맨유에 입단할 의지가 있는지 재차 확인했다.

퍼거슨 감독은 2005년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AC밀란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고 그의 재능을 알아봤다. 탄탄한 맨유의 미드필더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모았다. 특히 성실한 자세와 프로 정신을 높게 샀다. 맨유의 젊은 선수들에게 "박지성을 롤 모델로 삼으라"는 주문을 종종 했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었지만 둘의 관계가 항상 온탕이었던 것은 아니다. 냉탕이던 시절도 있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국가대표팀 차출로 인한 장거리 비행 탓에 무릎 부상이 생기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또 부진한 날에는 여과없이 혹평을 했다. 늘 팀을 우승권으로 이끌어야 하는 명장으로서 항상 당근을 줄 수만은 없었다. 채찍은 날카로웠고 그때마다 박지성을 다시 뛰게했다.

박지성은 2012년 맨유를 떠났다. 팀내 입지가 줄어들고 출전 기회가 많지 않자 이적을 결심했다. 선수는 그라운드에 있어야 선수라는 신조 때문이었다. 때마침 퀸즈파크레인저스(QPR)가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놓아주기로 했다. 직접 쓴 편지를 전하며 마지막까지 사제의 정을 나눴다. 박지성이 QPR에 입단하는 날 퍼거슨 감독은 맨유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은 진정한 프로였다. 지난 7년간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아쉽게도 그가 원하는 만큼 출전기회를 주지 못했다. 박지성이 QPR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례적으로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퍼거슨 감독은 "내 손자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박지성이었다. 그를 다른 팀으로 보내자 아직도 할아버지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2월23일. 영국 런던의 로프터스 로드 경기장에서 맨유와 QPR의 경기가 열렸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장에 나오자마자 QPR의 벤치를 향해 걸어갔다. QPR의 해리 래드냅 감독은 거장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러 오는 줄 알고 잠시 움찔하기도 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눈에는 오직 한명, 박지성만이 들어왔다. 벤치 앞줄에 앉은 래드냅 감독을 넘어 뒷줄에 앉아있는 박지성에게만 악수를 건넸다. 둘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박지성을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그를 아꼈던 스승. 그가 27년동안 몸담았던 맨유를 떠난다. 스승의 은퇴 소식에 박지성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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