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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9 (일)

행복기금 신청 요지경…"타워팰리스 4채 부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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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무치한 국민행복기금 신청자들

지난 1일부터 국민행복기금 본접수가 시작된 가운데 일부 신청자의 후안무치함이 정도를 넘어 지탄을 받고 있다.

충분한 재산과 채무상환능력을 갖췄음에도 일부러 빚을 연체하다가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를 면제받으려는 ‘꼼수’를 쓰는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샤넬 명품백을 맨 여성이 A은행을 찾아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했다. 옷차림으로 보나 몸에 두른 명품으로 보나 1000만원 가량의 돈이 없어서 빚을 연체할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법적인 요건만은 정확히 갖췄던 그는 결국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의 50%를 면제받았다.

B은행에서는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에 집을 4채나 가지고 있는 부자가 수억의 빚을 연체하다가 국민행복기금에 채무조정신청을 접수한 것이다. 그는 결국 접수 중에 지나치게 많은 재산을 소유한 것이 발각돼 탈락 처리됐지만, B은행에는 아찔한 경험이었다.

B은행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국민행복기금을 두고 도덕적 해이 논란이 심한데, 저런 부자가 채무를 면제받으면 사회적으로 비판의 소용돌이에 휩싸였을 것”이라며 “우리가 주도한 것도 아닌 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 몹시 억울하다”고 낯을 찌푸렸다.

이처럼 돈이 있으면서도 국민행복기금을 악용해 빚을 면제받으려는 후안무치한 신청자가 생겨나고 있는 것은 제도의 허점과 함께 미리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던 탓으로 여겨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행복기금’ 공약이 나온 직후부터 일부러 빚을 연체하면서 기회를 노려온 사람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와 같이 악의를 품은 자일수록 오히려 법적인 요건은 정확히 맞추기 때문에 더 적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비양심적인 신청자들 때문에 은행 지원, 신용불량자의 사회 복귀, 경제활성화 유도 등 여러 좋은 목적에도 불구하고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채무면제라는 방식 자체가 성실하게 일해 돈을 갚은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잘못된 제도’”라고 지적한다.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seilen78@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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