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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중수청 반대' 윤석열 향한 민주당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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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중대범죄수사청에 반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작심 발언에도 3일 신중 대응 기조를 유지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왼쪽).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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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슈 부각·윤석열 대권 합류 우려하는 듯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달라졌다.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추진을 공개 비판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과거와 달리 신중한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추미애-윤석열 갈등 국면에서 윤 총장 '자진사퇴'를 압박해온 것과는 딴판이다.

4·7재보궐 선거 국면에서 검찰과의 갈등 이슈 부각에 따른 악영향 우려와 함께, 향후 야권 정계개편에서의 윤 총장 등판 가능성을 고려해 달래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반기 내 중수청 관련 입법 완료를 목표로 2단계 검찰개혁을 밀어붙였지만, 이에 반대하는 윤 총장을 강하게 내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3일 윤 총장은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시도에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오후 대구고·지검을 방문해 "지금 진행 중인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서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고 국가와 정부에 헌법상 피해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중수청법 반대 취지를 밝혔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중수청 역시 반대한다고 해서 (국회) 다수당을 가로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내가 밉다고 해서 국민들의 안전과 이익을 인질 삼아서는 안 된다"며 강한 어조로 여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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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향후 행보에도 정치권 관심이 쏠린다. 3일 오후 대구광역시 수성구 대구고등·지방검찰청을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윤 총장. /대구=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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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주당은 당 차원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윤 총장과 관련해 일절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공식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회의가 끝난 후 "당 지도부는 당 특위의 논의를 지켜보고 있고, 오늘 회의에서는 검찰개혁이 차분히 진행돼야 한다는 기조를 확인했다"며 윤 총장을 향해 "검찰총장 언행이 요란스러워서 우려스럽다는 시각이 있다. 좀 차분해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낙연 대표도 윤 총장에 대해선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검찰개혁에 관한 의견이라면 법무부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게 더 일반적이었겠다"고만 했다. 오는 6월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했던 중수청 법안 일정도 속도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수석대변인은 검찰개혁 법안 발의 시점에 대해 "검개특위에서 여러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조율 기간이 길어지면 (다음 달 보궐) 선거 뒤에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해 추-윤 갈등 국면에서 윤 총장에 대해 거침없이 공세를 퍼부었던 것과 대조된다. 당 지도부는 연일 윤 총장을 검찰개혁 반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 대표도 지난해 11월 추 전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하자 "윤 총장은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길 권고한다"며 압박했었다.

이런 변화는 '때릴수록 대권주자로 커진다'는 학습 효과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해 '추-윤 갈등' 국면에서 당 차원의 공세 수위를 높였지만, 오히려 윤 총장의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대선 선대본부장'이라는 조롱마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윤 총장은 지난 6월부터 10%대 초반 지지율을 얻었다가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추 장관에 대해 반격하면서 이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이어 추 전 장관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11월 여야 통틀어 차기 대통령 지지율에서 선두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의 사퇴 이후 현재는 각종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검찰과의 갈등이 재현될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도 있다. 민생 현안을 제쳐두고 검찰 이슈를 부각할 경우 선거 판세에까지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총장의 퇴임 이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무리한 압박은 그의 사퇴 구실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총장은 이날 정계 진출을 묻는 말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이 아니다"라며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윤 총장의 중수청 설치 공개 반대 발언에 대해 "자기가 의도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겠다는 의도가 관철이 안 된다면 '이제는 나도 정치를 하겠다'는 의사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수청 발족 부분도 정부·여당이 속도 조절할 것이라고 본다. 안 하면 윤석열만 키워주는 꼴이 된다. 그것을 여당도 지금 바라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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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윤 총장 발언에 대해 "정치적 행보가 아니다"라며 옹호했다. 3일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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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때릴수록 크니까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놓고 때리기 힘들다"며 "또 윤석열의 출현은 보궐선거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윤 총장이 그만두면 보궐선거에서도 커다란 바람이 불 수 있다. 또, 보궐선거 이후 정계개편 과정에서도 윤 총장이 핵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달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고 분석했다.

다만 여당 지도부와 달리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대권주자들은 개별적으로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입장을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은 행정 책임자인 검찰총장인데 어제 하는 것을 보면 정치인 같다"며 "행정과 정치는 분명히 문화도 다르고, 실행 방법과 내용도 달라야 하는데 마치 정치인(의 발언)이지. 평범한 행정가 공직자 발언 같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 지사도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을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라고 말씀해주셨다"라며 "이 말씀에 들어있는 기준에 따라 행동해주면 좋겠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여당의 중수청 설치 시도를 '독재'라고 비판하며 윤 총장을 지원사격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총장 발언에 대해 "헌법상 부여된 검찰의 수사 권능을 뺏는 법을 만드는 데 대해서는 조직의 수장은 물론 일반 국민도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며 "전혀 정치적 행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도 "대한민국을 지켜온 민주주의와 법치를 말한 것이 그렇게 거북한가"라며 "정권 비리를 중수청을 통해 치외법권으로 만드는 시도는 '민주주의 퇴보'와 '법치 말살'이 맞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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