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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징역 4년→1년' 우병우, 2심서 대폭 감형…불법사찰 일부만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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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방조 및 불법사찰 지시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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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방조 등 상당수 혐의 '무죄' 판단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의 주요 인물이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항소심에서 징역1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로 본 상당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4년보다 형량이 대폭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부장판사)는 4일 오후 2시 직권남용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우 전 수석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우 전 수석이 이미 1년여간 구금생활을 했기 때문에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의 14개 혐의 중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대한 사찰 지시 등 2개 혐의만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1심에서 유죄로 봤던 국정농단 방조 의혹, 직권남용 등 상당수 혐의를 뒤집었다.

함상훈 부장판사는 "안종범, 최서원의 미르 및 K스포츠재단 관련 비위행위에 대한 감찰은 민정수석으로서의 피고인에 직무에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은 비위행위의 존재나 안종범, 최서원과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안종범이 이 사건 비위행위 진상을 은폐하는 데 피고인이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아들 병역 보직특혜 등 우 전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두고 감찰을 개시하자 이를 방해한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고 인정했다. 함 부장판사는 "감찰 요건이나 절차 적법성에 의문을 갖고 한 정당한 방어권 행사거나 친분관계 등에 의한 불만을 표현한 정도로 볼 수 있을 뿐"이라며 "민정수석으로서 지위와 위세를 이용해 감찰직무를 방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죄로 본다"고 했다.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출석한 것에 대해서도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증인에 대한 적법한 출석요구가 전제돼야 하는데 증인출석요구서를 주거지가 아닌 근무지 직원을 통해 전달하려고 한 것은 송달장소에 관한 규정에 위배됐다"고 했다. 국회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은 공소 기각했다.

여론 조성 공작 지시와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및 감사담당관에 대한 좌천성 인사 요구, CJ E&M에 대한 공정위 검찰 고발 요구 등도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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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방조 및 불법사찰 지시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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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단대로 문체부 공무원에 대한 사찰 지시 의혹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을 통해 문체부 공무원 여러 명의 사찰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했다고 본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개인적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문체부 파벌 형성으로 인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좌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직권남용 적용이 어렵다"고 했다.

다만 추 전 국장에게 이석수 전 감찰관의 감찰 진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한 혐의와 김진선 전 위원장에 대한 사찰 지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추명호에게 이석주 전 감찰관 및 감찰 상황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인은 민정수석으로서의 직권 행사가 드러나지 않도록 공범 관계에 있는 추명호에게 비공식적으로 정보 수집과 보고 등을 지시했다. 추명호는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들여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과 추명호의 지위, 지시 내용, 경위 등을 비춰 보면 추명호의 직권남용 공모에 가담한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며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엄정하게 확인하고 감독해 유지할 의무가 있는 민정수석의 지위에 있었는데도 직권 남용에 공모·가담했다"고 했다.

선고 직후 우 전 수석은 "끝까지 무죄를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그는 "특검과 검찰이 청와대 근무하는 2년 4개월간 성심껏 대통령을 보좌한 내용을 전부 범죄로 만들었다. 왜 그렇게 무리하게 했는지 생각이 든다"며 "2건 유죄 선고는 대법원에 상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묵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국가정보원을 통해 불법사찰하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2018년 12월 징역 1년6개월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두 사건을 하나의 사건으로 병합해 심리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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