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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TF초점] 주호영, 文대통령 향한 10가지 '새 질문'과 '불통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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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 사무실을 찾은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주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7월에 했던 10가지 공개질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답을 듣지 못한 가운데 '다시 대통령에게 드리는 10가지 질문'을 최 수석에게 전달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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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文들의 압축된 질문 외면…野 "최재성 방문 '정치 쇼'" 의심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국민과 야당을 대표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10가지 공개질의를 했다. 지난 7월 16일 문 대통령의 21대 국회 개원연설을 앞두고 10가지 공개질문을 한 것에 대해 103일이 지난 이날까지 답을 듣지 못한 가운데 새로운 질문을 던진 것이다.

주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두 번에 걸쳐 한 질문들에는 이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의문을 가진 사안이 압축돼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당·청의 태도엔 '야당의 질문엔 답하지 않겠다'는 불통의 의지가 엿보인다.

◆무시당해도 또 묻는 주호영

주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을 국회에서 만나 지난 7월 10가지 질의에 청와대가 답변하기로 한 뒤 이때까지 답이 없는 것에 대해 "대단히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토한 뒤 '다시 대통령에게 드리는 10가지 질문'을 전달했다.

이 질문들에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 대해 대통령의 진솔한 설명과 사과 △첫 단추 잘못 꿴 탈원전 정책 재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남발로 검찰이 법무부 수사국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 △검찰총장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는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서두르는 이유 △라임·옵티머스 사태 특검 도입 △경제부총리마저 전세난민이 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대통령의 설명 △대통령이 레드 라인으로 설정한 북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완성 이후 레드 라인을 지키기 위한 방안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 사건에 대한 북한에 직접 사과 및 책임규명 요구 △국민분열 극복 책임 △낙하산 인사 심화에 대한 시정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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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재성 정무수석에게 전달한 '다시 대통령에게 드리는 10가지 질문'이 담긴 서류봉투.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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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공개질의에선 △작금의 여야관계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민주당에 실질적 협치를 요청할 의향이 있는지 △윤미향 사태 관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 직접 나설 의향이 있는지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수하는 이유와 지금이라도 바꿀 의향은 있는지 △탈원전 정책 고수 △실패한 부동산 정책 목표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 책임론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 가능성과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 지명 사유 △고 백선엽 장군 예우 논란 △추미애-윤석열 갈등과 청와대 특별감찰과 공석 이유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의 잇따른 성범죄 사건에 침묵하는 이유 △과거 발언과 민주당 당헌을 이유로 여당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무공천 요구 계획 여부 등을 물었다.

탈원전 정책, 부동산 정책, 추 장관 논란 등 중복된 질문은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이 대통령의 답을 듣고 싶은 사안이면서, 야당이 해당 사안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늠자다.

문 대통령은 최근 7주째 40%대 중반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45.6%를 기록했고, 부정 평가는 50%로 과반을 넘었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이 과반에 달하는 만큼 이들을 끌어안을 '소통의 정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최 수석은 문 대통령의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주 원내대표 측에 "지난 7월 보낸 10대 공개질의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을 전달하겠다"며 방문 요청을 한 뒤 '빈 손'으로 찾아갔다. 빈 손으로 온 이유에 대해선 "주 원내대표가 주신 말씀은 서로 질의 응답하듯이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수위가 아니다. 서면으로 제보받을 수 있는 내용들은 아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드물다. 야당의 질의라는 게 비판을 담은 거니까 받는 쪽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있겠지만 그런 갈등을 극복하고 의견을 좁혀나가기 위해 그런 생각을 한 것"이라며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편지도 미리 사람을 통해 전해드리고 공개하고 그랬다. 그 점은 대단히 아쉽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민주당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최 수석은 (대통령의) 답변서를 갖고 왔다. 애초 비공개 일정이었는데 주 원내대표가 일방적으로 공개로 전환해 답변서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최 수석이 답변서를 들고 온 것은 민주당 풀단에서 촬영했다"고 반박했다. 답변서를 전하지 못한 것을 주 원내대표 탓으로 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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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원내대표 면담을 마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26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주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려 했던 '주호영 원내대표 10대 질의 답변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측은 "주 원내대표가 일방적으로 최 수석 방문 일정을 공개로 전환해서 답변서를 전달하지 못 했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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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답변서' 전달 못 한 것은 주호영 탓"

촬영된 답변서는 최 수석이 주 원내대표를 만난 의원회관이 아닌 국회 본관 민주당 사무처 앞으로 추정된다. 이에 국민의힘 측에선 "공개질의의 답을 왜 비공개로 전달하려는가. 대통령의 답신을 전달만 하고 가면 될 것을 정무수석은 야당 원내대표 앞에서 남몰래 낭독이라도 해야 했나"라며 "청와대가 모레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제1야당과 소통은 노력했다'는 식의 얕은수, 뻔한 쇼를 해보려 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최 수석의) 배달 사고인가. 너무 황당하다"라며 "주 원내대표가 만남을 공개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어떤 말을 뒤집어쓸지 모를 뻔했다"고 당·청의 행태를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다시 대통령께 드리는 10개 항의 공개질의' 전문을 공개하면서 "대통령과 청와대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질의와 응답이, 대통령과 야당,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확장된 소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께서 매주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에 나와서 전하는 메시지 잘 듣고 있다"며 "꽉 짜인 틀을 깨고 나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한다. 이번 질의에 대한 답변은 좀 더 신속하게 해 달라. 문 대통령의 건강과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무시를 당해도 또다시 국민을 대신해 묻는 야당 원내대표의 바람에 문 대통령이 어떻게 답할지 주목된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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