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태주 시인은 31일 '시무 7조' 논쟁에 대해 "뻣뻣해진 나무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라며 설전을 이어갔다. /림태주 시인 페이스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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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두 분 모두 수고"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상소문 형태로 지적한 30대 가장 조은산 씨가 "2천만 백성을 짓밟는 게 정의인가"라며 반격하자 시인 림태주 씨는 31일 "뻣뻣해진 나무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면서 조 씨를 우회적으로 재차 비판했다.
림 시인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인(조은산) 선생께 드리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태풍이 오는 날, 숲에 들었다. 그 속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있었다. 밑동이 썩어 죽은 나무였다. 뻣뻣해진 나무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 살아있는 한 경직되지 말아야겠다"라고 했다.
그는 또 "사람은 각자 자기가 선 자리에서 본다. 보이는 만큼 이해하고 보는 만큼 말한다. 그래서 다른 자리에 선 사람의 시각과 말도 필요하다. 세세하게 보고 말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멀찍이서 숲을 바라보며 말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림 시인은 조 씨가 지난 12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린 '시무 7조'라는 글에 대해 '하교_시무 7조 상소에 답한다'라는 반박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사실과 의견을 혼동했다, 나의 진실과 너의 진실은 너무 멀어서 애달팠다"거나 "섣부른 부화뇌동은 사악하기 이를 데 없어 모두를 병들게 한다"며 조 씨를 지적한 바 있다.
조 씨는 지난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감히 나를 굴복시키려 들지말라"고 림 씨에 대해 재반박했다. /조은산 씨 블로그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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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조 씨가 지난 30일 자신의 블로그에 '백성 1조에 답한다'라는 글로 "너의 백성은 어느 쪽 백성을 말하는 것이냐. 고단히 일하고 부단히 저축해 제 거처를 마련한 백성은 너의 백성이 아니란 뜻이냐"라고 지적하며 "감히 아홉의 양과 길 잃은 양, 목동 따위의 시덥잖은 감성으로 나를 굴복시키려 들지말라"고 재반박한 바 있다. 그러자 림 시인이 타인의 주장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재차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림 시인은 또 조 씨가 일용직을 전전하던 과거를 언급한 데 대해 "선생처럼 나 또한 생계가 막중한 범부라 세세한 정치에 관심을 두고 살기가 어렵다. 무관심은 주권자로서의 무책임이라 늘 귀를 열어두고 있지만, 정치권도 민심도 극심한 대립과 분열로 치닫는 모습에 암담함을 느낀다"라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이 신하의 상소문에 답하는 형식인 '하교' 글을 써 비판받자 "내 이름을 적시한 선생의 글을 읽고 몹시 기뻤다. 사실 선생의 상소문이 그저 허름하고 잡스러운 글이었다면, 나는 '하교' 따위의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선생 글의 형식에 대구를 맞추느라 임금의 말투를 흉내 내었고, 교시하는 듯한 표현을 쓰기도 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리라 믿는다"라고 했다.
이어 "나는 정치의 품격을 말하고 싶었다. 일개 범부가 꿈꾸는 이상이 가당키나 하겠냐마는 정치를 둘러싼 권력 다툼이, 정치의 사무가 민생과 민의라는 근본에서 멀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좌든 우든 상식과 교양의 바탕에서 견해를 나누고, 품위를 잃지 않는 논쟁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림 씨는 또 자신이 시무 7조 반박글인 '하교글'을 조 씨의 재반박 이후 할 말을 잃고 삭제했다는 관측에 대해 "하교 글은 내린 게 아니라 친구보기로 돌려 놓았다. 낯선 계정에서 몰려와 하도 막말과 쌍욕으로 도배를 해서 방치하기 어려웠다.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고 했다.
두 사람의 논쟁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재미있네. 싸움을 이렇게 하면 풍류가 있잖아"라며 "두 분, 수고하셨어요"라고 격찬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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