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해 실리를 취할지 주목된다. /배정한·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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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더시민당, 21대 국회 교섭단체 구성 주목
[더팩트|국회=이철영·문혜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만든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주당의 교섭단체 구성에 힘을 보탤지 주목된다. 현재 한국당 19석, 더시민당 17석의 비례의원을 당선시켜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각각 1석과 3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총선을 끝낸 정치권은 20대 국회 마무리 단계에서 오는 21대 국회를 앞두고 위성정당의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필요한 20석에 미치지 못한 한국당과 더시민당에 통합당과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위성정당을 만들 때와 같은 꼼수를 쓸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어떤 정당도 먼저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총선 직전 꼼수 논란을 빚은 바 있는 두 정당이 다시 한번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의원 꿔주기에 나설 경우 21대 국회 시작 전부터 비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정당 모두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교섭단체 구성에 좀더 자유로울 수 있다. 통합당에서 공천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김태호·윤상현·권성동 당선자 중 한명만 입당해도 교섭단체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또, 무소속인 이들이 통합당 복당이 아닌 한국당에 입당하는 것을 두고 지적하기도 애매하다.
민주당도 더시민당의 교섭단체를 위해 의원 꿔주기가 아닌 방법이 없지는 않다. 열린민주당 당선인 3명이 자진해서 더시민당에 입당하면 된다. 그러나 이 역시 한국당의 교섭단체 구성에 따라 진행될 수 있다.
여야는 정당보조금,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쪽이 먼저 만들 경우 다른 한 쪽도 교섭단체를 구성하지만 먼저 교섭단체를 구성한 측이 더 큰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본회의.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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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시민당 교섭단체 구성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17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더시민당이 이날 오후 비공개회의를 열고 민주당과 합당하지 않고 교섭단체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만약 더시민당의 교섭단체 구성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당도 마찬가지로 교섭단체 구성에 즉각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과 더시민당의 교섭단체 구성은 21대 국회에서 가장 주목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 1명씩, 여당과 야당이 2명씩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공수처장 추천은 이들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야당 몫 2명 중 한 명의 결정 권한이 커진다.
총선 이후 곧바로 비례 위성정당 교섭단체 구성 논의와 관련 전문가들은 "소탐대실 할 수 있다"면서도 "전략적인 판단이라 어쩔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교섭단체) 구성을 하려고 할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의 눈치를 본다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더시민당은 민주당의 자매정당으로 같이 가기로 약속했고, 표를 얻었다. 그런 뒤에 합당하지 않고 또 다른 교섭단체를 꾸려서 돈도 얻고, 원내에서 지위를 누린다면 과연 국민들이 민주당을 어떻게 볼 것인가. 국정운영과 의회운영에 굉장한 차질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평론가는 미래한국당의 교섭단체 구성 전망에 대해서도 "만약 통합당이 선전을 했으면 기세를 가지고 무소속 의원들의 합류로 '미래한국당으로 의회를 장악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패했다"며 "이후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고려하면 과연 국민이 통합당과 제2교섭단체에 힘을 실어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탐대실할 수 있는 여지가 여야 모두에 있다. 작은 것을 탐해서 지금 이익을 취할지라도 나중에 더 큰 비난을 받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속았다'는 생각에 국정운영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당초 양해를 구했던 대로 정식으로 합당해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국민과 함께 풀어나가는 게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에 대한 미래한국당의 고민과 관련해서도 박 평론가는 "그것도 소탐"이라며 "꼼수로 망한 정당이 또 꼼수로 가면 오히려 민주당을 도와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1대 국회 개원 후) 첫 작품으로 미래한국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 이익을 챙긴다면 할 말이 없는 거다. 어마어마한 저항이 있을 것"이라며 "정말 반성하고 성찰한다면 당초 약속했던 대로 통합해서 미래한국당을 해소하는 게 국민들의 성찰·반성 요구에 대한 최소한의 화답"이라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역풍'을 우려하면서도 '전략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는 시각이다. 지난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수기 개표 모습. /이덕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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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야의 '눈치싸움'이 이미 벌어지고 있어 막을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통화에서 "이미 선거제도부터 꼬아놨기 때문에 이게 바람직하느냐 아닌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야가) 원구성 협상에서 의장단, 상임위원장단을 나눌 때 어떤 게 유리한지를 따질 거다. 협상 과정에서 교섭단체 수가 많은 게 좋은지, 통합이 좋은지 판단할 것"이라며 "아무래도 쪼개서 협상하면 유리할 거다. 그래서 정당들이 당장 합치지 않고 교섭단체 논의에 들어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단은 다른 정당으로 출범을 해서 바람직하다 아니다 따질 수 없다"며 "이미 편법을 한 거다. 바뀐 선거법 제도가 가진 맹점이 그거(비례정당창당)였는데, 소수정당을 보호한다고 해놓고 만들어서 비판을 받았다. 이제와서 말해봤자 상황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교섭단체 지위를 갖춘 정당은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얻을 수 있다. 두 정당의 독자행보 고민에는 정당보조금 문제도 걸려 있다.
정당보조금은 보조금의 전체 금액의 50%를 교섭단체 정당에 배분한 후 이후, 5~19석 정당에 5%, 5석 미만 정당에 2%를 배분한다. 만약 야권 진영에서 교섭단체 하나가 더 탄생하게 되면, 여당의 정당보조금은 좀 낮추고 야권 전체의 금액은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여야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부터 온갖 편법과 꼼수로 점철됐다는 비판을 받는 국회가 '위성교섭단체'를 만들 경우 새로운 혼란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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