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이호연의 하이킥] 영어로 된 K팝? 언어 뛰어넘은 독보적 정체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에릭남(윗줄 왼쪽), 몬스타엑스(윗줄 오른쪽)가 영어 앨범을 발표하며 K-POP의 새로운 영역을 발견시켰다. 방탄소년단과 슈퍼엠은 빌보드 메인 차트 1위로 K-POP의 영향력을 입증했다. 스톤뮤직,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빌보드 공식 홈페이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가수의 영어 앨범, 외국인의 한국어 노래, 한국 가수가 참여한 외국 노래, 외국 차트 위 한국 노래 등 전 세계 음악 시장 속에서 K-POP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그 범주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에릭남과 몬스타엑스가 100% 영어 가사로 이뤄진 앨범을 발표해 주목 받았다. 이들의 결과물도 K-POP으로 볼 수 있을까.

에릭남은 지난해 11월 총 8곡의 영어 노래가 담긴 '비포 위 비긴(Before We Begin)'을 발표하고, 올해 같은 타이틀로 전 세계 34개 도시 월드투어를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음악 활동은 한국에서 MBC '위대한 탄생 2'를 통해 펼쳐왔기에 이번 '비포 위 비긴'은 에릭남의 미국 시장 도전으로 볼 수 있다. 발매 당시 에릭남은 인터뷰를 통해 "K-POP에 더 많은 장르가 있단 걸 알려주고 싶다. 나중에는 더 많은 현지 분들과 큰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예 POP으로 인식돼도 좋을 것 같다"고 소망했다.

전원 한국인 멤버로 이뤄진 몬스타엑스는 14일 미국에서의 첫 정규앨범이자 영어 노래 11곡을 담아낸 '올 어바웃 러브(All About Luv)'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미국 빌보드가 먼저 "다음주 '빌보드 200' TOP 10에 진입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할만큼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전부터 월드투어와 현지 라디오 및 토크쇼 출연과 영어 싱글 발매 등을 통해 꾸준히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몬스타엑스가 이번에는 K-POP 그룹 최초의 완전한 영어 앨범으로 더 확실하게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한국 가수가 불렀지만 영어로 된 노래라는 점에서, 다르게 보면 영어 앨범이지만 한국 가수의 목소리로 담겼다는 점에서 '비포 위 비긴'과 '올 어바웃 러브'의 분류법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나라와 차트마다 반영 기준이 다르지만, 전 세계 음악이 모이는 미국 빌보드는 '비포 위 비긴'과 '올 어바웃 러브'를 소개하는 기사 등에서 이 앨범들을 K-POP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대신 K-POP도 '빌보드 200' 등 메인 차트에서 충분히 영향력 있는 음악이란 건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 박희아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수의 정체성이 K-POP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노래 가사가 어떻든 영어 앨범은 해외 진출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과 팝 가수들의 컬래버레이션을 사례로 든 박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서는 할시가 K-POP에 참여한 것이고, 릴 나스 엑스의 '서울 타운 로드'('올드 타운 로드' 리믹스)에서는 RM이 POP의 영역에 참여한 것"이라며 "비중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가수가 어떤 시장에 발을 딛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K-POP 분류의 기준이 프로듀싱에 있다고 바라보며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가 포함돼 종합예술에 가까운 K-POP의 문법에 따라 프로듀싱된 노래와 콘텐츠는 언어와 상관 없이 K-POP이라고 생각한다. K-POP이 전 세계에 더 많이 대중화된다면 아예 하나의 장르로 POP에 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로듀싱은 작곡과 안무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제작을 의미한다. 최근 외국의 유명 작곡가와 안무가들이 많은 K-POP 곡들을 만들고 있지만, 이는 한국 프로듀서들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수정되고 편곡된다. 특히 아이돌 씬의 경우, 멜로디와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가사와 콘셉트를 통해서도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프로듀싱의 의미가 더욱 강조되는 편이다. 그래서 언어와 무관하게 K-POP 앨범을 위해선 여러 준비 과정이 필요하고, 이 역시 K-POP의 카테고리를 규정하는 특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몬스타엑스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측 관계자는 이번 '올 어바웃 러브'에 대해 "2년 전부터 수록곡 녹음을 진행하는 등 오래 준비한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그 노력은 '켈리 클락슨 쇼' 등 현지 프로그램 출연과 팝업스토어 운영 등으로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몬스타엑스는 POP 시장에서 더 많은 음악 팬들과 만나고 있다. 몬스타엑스를 비롯해 미국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했던 방탄소년단, 슈퍼엠 등의 활약은 단순한 K-POP의 기록을 넘어 앞으로 K-POP이 입지를 확장하는 데 있어 중요한 성과다.

이 과정에서 K-POP의 카테고리는 미국 시장 속 낯선 음악이 아닌 새롭고 무궁무진한 영역으로 발전했다. 영어 앨범이라는 K-POP의 새로운 시도도 현실화된 지금, 앞으로 미국 POP 시장에서 K-POP이 어떤 입지를 확보하고, 또 넓혀나갈지 주목된다. 이제 미국 빌보드를 비롯한 전 세계의 차트는 K-POP에 대해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