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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빈 귀의 價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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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 제2국<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타오신란 七단 / 黑 박정환 九단

조선일보

〈제1보〉(1~10)=박정환(27)은 주변으로부터 목표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주저 없이 "세계 메이저 타이틀 두 자릿수 획득"이라고 답한다. 지금까지 이런 실적을 올린 기사는 세계를 통틀어도 이창호(17개)와 이세돌(14개) 단 2명에 불과하다. 조훈현(9개), 구리(8개), 커제(7개)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 아직 4회 우승에 머물고 있는 박정환이 이 꿈을 이루려면 갈 길이 바빠 보인다.

흑 3은 보기에 따라선 도발적인 한 수다. 아무리 삼삼 침입이 유행이라지만, 상대방 첫수의 '안방'을 빼앗는 수이기 때문. 물론 대국 예절과 연관 지을 정도는 아니다. 타오신란도 익숙한 정석이라는 듯 빠른 손길로 7까지 교환 후 8로 좌상귀를 차지한다. 8은 흑이 참고도 1에 걸쳐올 경우 7까지의 수순으로 남은 빈 귀마저 점령하겠다는 뜻.

잠시 생각하던 박정환, 좌상귀를 방치한 채 9로 우하귀부터 차지한다. 바둑 이론이 종종 혼란을 겪는 시대가 됐지만 빈 귀의 가치는 여전히 존중받고 있다. 이번엔 백이 10으로 흑의 첫수 '아지트'를 송두리째 접수하러 나섰다. 여기서 흑이 받는 방향에 따라 이 바둑의 골격이 결정될 참이다. 찬 기운 돌던 반상이 서서히 달궈져 가고 있다.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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