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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돌아온 '보니하니', 방송가 청소년 인권 개선 마중물 되려면[SS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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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어린아이들이 스타라는 꿈을 건강한 방식으로 이룰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게 우리 어른들의 과제죠.”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이하 ‘보니하니’)가 재정비 시간을 마치고 방송을 재개했다. 꽤 오랜기간 방송가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아동·청소년 출연자의 인권침해 문제가 ‘보니하니’로 인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들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보니하니’로 촉발된 이번 논의가 아동·청소년 출연자의 인권·노동권 보호의 마중물이 되려면 좀 더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보니하니’는 지난해 12월 10일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구설에 올랐다. 성인 남성 출연자들이 청소년 여성 출연자를 성희롱·폭행했다는 논란이 인 것. 주먹을 휘두르는 듯한 동작부터 “리스테린 소독한 X”이라며 성희롱 의미가 담긴 욕설을 해 비난을 받았다. 여기에 더욱 문제를 키운건 “폭력은 발생하지 않았다”, “친한 사이에서 발생한 심한 장난이었다”는 제작진의 무책임한 해명이었다.

결국 EBS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김명중 사장이 직접 “EBS 프로그램 관리 책임이 크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약 40일의 시간동안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한 EBS는 ‘보니하니’ 방송 재개 소식을 전하며, EBS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유아·어린이·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EBS는 기존 ‘EBS 제작가이드라인’의 전면 개정해 유아·어린이 및 청소년의 출연에 관한 조항을 기존 11개에서 20개로 늘렸다. 또 ‘EBS 제작 현장 매뉴얼’ 개발, ‘EBS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 출연자 선정 공동 심사 위원회’ 운영 등 다양한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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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도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등 8개 단체가 참가해 만든 공동행동 ‘팝업’은 아동·청소년 연기자 103명을 대상으로 드라마 제작 현장 노동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14일 토론회를 열어 아동 청소년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공개하고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는 “아동·청소년 출연자들이 촬영 현장에서 ‘을’의 위치에 있다보니 긴 노동시간이나 인권침해적인 발언, 행위 등에 노출되기 쉽다. 에이전시나 부모님들도 현장에 있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현행 아동·청소년 출연자 관련 법제도들의 규정이 모호하고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희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청소년들의 활동시간을 제한하는 규제가 있지만 15세 이상과 미만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세분화된 보호를 받기 어렵고 다양한 나이대의 어린 친구들에게 각각 맞는 노동환경이 제공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들은 아동·청소년 출연자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담당 인력 배치 등 대책이 검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한솔 이사는 “촬영 현장에서 아동·청소년 출연자의 복지를 위한 적절한 교육과 감독을 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영국에선 보호자가 촬영현장에서 보건·안전 문제를 감시·감독하는 ‘샤프롱’이라는 제도가 있다”며 “교육부나 고용노동부가 아이들이 노동을 제공하는 공간에서는 ‘아동인권보호관’을 파견해 관리한다면 ‘보니하니’와 같은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BS를 통해 촉발됐지만 사실 아동·청소년 출연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는 한 방송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전히 많은 청소년들이 이러한 문제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고 최근 Mnet ‘아이돌학교’ ‘프로듀스X101’ 등의 장시간 노동환경 실태도 알려진 바 있다. 이에 대해 박희아 평론가는 “‘보니하니’는 문제가 겉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선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지만,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아역 배우들의 문제 등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10대 초중반 청소년들이 새벽촬영이나 언어 폭력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부당한 처우를 당한다는 걸 우리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지켜봐야 한다. 언제든 내 아이, 내 동생의 일이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E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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