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단독] 손흥민 "10년 신뢰 깨졌다"…에이전트에 결별 통보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북한과의 경기를 마치고 귀국한 남자축구 대표팀 손흥민이 10월 1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로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손흥민(27·토트넘)이 10년간 관계를 이어온 에이전트사와 결별했다.

손흥민은 ㈜스포츠유나이티드의 장 모 대표에게 이메일을 통해 “신뢰가 남아있지 않으므로 지금까지 이어온 관계를 종료하겠다”고 통보했다.

스포츠유나이티드는 손흥민이 독일 함부르크 유소년팀에 합류한 2010년부터 지금까지 손흥민의 에이전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손흥민 측은 “오로지 신뢰만으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손흥민 “신뢰 깨져…선의의 피해자 막아라”



계약서 없이도 10년을 이어온 이들의 관계가 깨진 건 지난 6월 5일 스포츠유나이티드가 드라마 제작사인 ㈜앤유엔터테인먼트사(이하 앤유)와 체결한 계약 때문이다. 앤유는 스포츠유나이티드를 118억원에 양수하기로 했다.

이를 한 달이 지나서야 알게 된 손흥민은 장 대표에게 항의하며 “앤유와 어떠한 관계도 맺지 않겠다”고 밝혔다. 손흥민 측에 따르면 장 대표는 “네가 거부할 경우 앤유와 너에 관한 어떠한 업무도 진행하지 않겠다”고 손흥민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6월 계약 당시 이미 스포츠유나이티드는 앤유로부터 1차 대금 약 57억원(49%)을 받았고, 나머지 자금은 12월 15일 받기로 한 상태였다.

앤유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손흥민을 내세운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업 영역을 스포츠 매니지먼트 등으로 다각화 하겠다면서 투자설명 자료에 손흥민을 소속선수로 소개했다. 사업 내용에는 손흥민 출연 광고 13개와 토트넘 구단 초청 경기 추진 등을 담았다. 손흥민 소속사 토트넘 핫스퍼가 1위에 오른 올해 네이버 해외축구 구단 선호도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손흥민 선수 2015년 토트넘 핫스퍼 이적’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손흥민은 이와 관련, 통지문을 통해 장 대표 측에 “본인에 대한 어떠한 권한도 없다는 점을 공시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본인에 대한 어떠한 권한을 표명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라고도 했다.

손흥민 측 관계자는 “앤유가 설명회를 개최했다는 사실도 손흥민은 뒤늦게 알게 됐다”며 “스포츠유나이티드와 헤어지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말했다.



“축구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는데…”



중앙일보

손흥민은 인스타그램에 포체티노 감독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며 축구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포체티노 감독의 앞날에 행운이 있길 빌었다. [사진 손흥민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손흥민과 스포츠유나이티드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간다. 장 대표, 그리고 그와 함께 대표를 맡고 있는 독일인 T씨가 손흥민의 독일 축구 유학을 도우면서다.

장 대표가 운영하던 유학원이 대한축구협회 공식파트너로 ‘우수선수 국외 유학 프로그램’ 업무를 위임받으면서 손흥민의 유학생활을 지원한 것이다. T씨도 당시 손흥민의 현지 적응을 돕고 독일 함부르크 유소년팀 계약 체결까지 주선했다. T씨는 언론 인터뷰에선 “손흥민은 내 아들”이라며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다.

손흥민 측도 이들을 신뢰했다. 손흥민 측 관계자는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가 이번 사건 초기만 해도 장 대표와 T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럴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호통쳤다고 말했다. 손씨는 과거 인터뷰에서 “국내 에이전트들이 달콤한 조건을 제시해와도 거절한 이유는 T씨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손씨는 지난달 중순 T씨 측에도 “더는 함께 일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가 감독을 맡고 있는 ‘손 축구아카데미’ 관계자는 “손흥민 선수와 가족이 장 대표만 믿었던 만큼 이 일로 상심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어떤 소문이 들려와도 장 대표를 믿었고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그 외 일에는 신경쓰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면서다. 또 “손흥민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경질로 힘든 상황에서 이런 일까지 벌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장 대표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어 입장을 듣지 못했다.

한편 손흥민은 전담 에이전트 체제로 선수 생활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지성도 지난 2006년 에이전트사인 FS코퍼레이션과 광고문제로 갈등을 겪다 결별하고 박지성만 전담하는 에이전트 법인 ‘JS리미티드를 설립했다. 박지성이 이철호 FS 대표와 가족만큼 가까운 관계였다는 점에서 결별 소식은 큰 화제였다.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박지성이란 이름만 보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계약 해지를) 서둘러 발표했다”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