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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A매치] 브라질이 가르쳐준 현주소, 투지와 손흥민만으로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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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아부다비서 열린 평가전에서 0-3 완패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9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상대문전을 향해 슛을 하고 있다. 2019.11.20/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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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UAE)=뉴스1) 임성일 기자 = 브라질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정상급 축구팀이다. 지난여름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10월 현재 FIFA 랭킹은 3위다. 그런 브라질이 최근 A매치 5경기에서 3무2패로 부진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의 대결은 그들에게도 단순한 평가전이 아니었다. 최강의 전력이 절실하게 나섰던 경기였는데, 역시 강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9일 오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브라질은 자신들의 2019년 마지막 A매치에서 무승 고리를 끊어냈고, 한국은 유럽파와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정에서 쓴잔을 마셨다.

경기를 하루 앞둔 18일 "내일은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던 치치 브라질 감독은 훈련 때 공개적으로 배치했던 베스트11을 그대로 내세웠다. 기본 전형은 4-3-3. 전방은 쿠티뉴, 히샬리송, 제주스 스리톱이 나섰다. 2선 미드필더는 파비뉴를 비롯해 파케타와 아르투르가 포진했고 4백라인에는 로디-밀리탕-마르퀴뇨스-다닐루가 배치됐다. 골문은 알리송 골키퍼가 지켰다.

맞서 벤투 감독은 황의조를 중심으로 손흥민과 황희찬을 동시에 출격시켰고 2선 중심에 공수 밸런스가 좋은 이재성을 투입했다. 상대의 공격력을 고려한 '보험'은 투 볼란치. 활동반경이 넓은 정우영과 주세종 2명의 수비형MF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았다.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김진수-김민재-김영권-김문환이 포백을 구성하며 골문은 조현우 골키퍼가 장갑을 꼈다.

관전 포인트는 역시 '달라질 양상'이었다. 현재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진행 중인 한국은 스리랑카와 투르크메니스탄 등 주로 약체와 맞붙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공격의 주도권을 쥔 채 지배하는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브라질전은 다를 공산이 컸다.

예상대로 경기를 주도한 쪽은 브라질이었다. 공의 소유권도 공격 빈도도 브라질이 많았다. 그런 와중 전반 9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줬다. 왼쪽 측면이 무너지면서 브라질의 좌측 풀백 로디에게 크로스를 너무 쉽게 허용했고 문전에서 파케타가 머리로 받아 넣어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너무 빨리 실점했으나 그렇다고 꼬리를 내리고 수비에 집중한 것은 아니다. 대표팀은 벤투 감독이 부임 후 내내 강조하던 '빌드업 축구'를 시작부터 구현하려 노력했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우리 축구'를 펼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억지로 아래서부터 썰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전반 16분경 센터백 김영권이 왼쪽풀백 김진수에게 패스를 연결하다 미스가 발생하자 벤투 감독은 전방을 가리키면서 길게 때려도 된다는 주문을 내렸다. 전체적으로 중장거리 패스 능력을 갖춘 주세종-정우영을 기점으로 해서 좌우로 크게 벌려 측면을 이용한다는 것은 공격 쪽 복안으로 읽혔다. 단계를 많이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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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19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루카스 파케타에게 실점하고 있다. 2019.11.1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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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앉지 않았을 뿐 1차 포인트는 수비였다. 웅크리지는 않되 대신 모든 선수들이 많이 뛰면서 모두 수비적인 몫을 나눴다. 그중에서도 키맨은 이재성이었다. 보는 관점에 따라 황의조와 투톱을 이룰 정도로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는데, 공격에 방점을 찍은 전진이라기보다는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공격적 수비' 그리고 어디서든 패스의 연결고리를 맡아달라는 주문이었다.

확실히 브라질의 수준은 높았으나 심심치 않게 역습이 나오는 등 한국도 선전했다. 그렇게 잘 싸우던 전반 36분 추가실점이 나와서 맥이 빠졌다. 공격수 황의조가 수비에 가담하다 페널티에어리어 근처에서 프리킥을 내준 것이 빌미가 됐고 쿠티뉴가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그대로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0-2로 출발하는 후반전. 대표팀의 콘셉트는 그대로였다. 어차피 어려움이 많을 것을 예상했던 경기, 대표팀은 주눅 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역시 브라질 선수들의 개인기는, 또 팀으로서의 조직력은 분명 우리보다 한수 위였다.

후반 15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빠른 크로스가 우리 수비수들을 그대로 통과했고 이를 달려들던 다닐루가 오른발 대포알 슈팅으로 정확하게 연결했다. 워낙 강력해 조현우 골키퍼의 손을 맞고도 골라인을 통과했다. 0-3. 이제는 기울어진 경기였다.

경기 막판까지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으나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잡을 수 없는 상대였다. 벼랑 끝에 몰린 브라질도 간절히 뛰었던 경기다. 손흥민이 갖은 애를 썼으나 혼자서 동료들을 끌고 넘을 수 있는 산은 아니었다.

브라질은 후반 막바지 리버풀의 슈퍼스타 피르미누를 투입하면서 팬 서비스했고, 결국 경기는 0-3으로 마무리됐다. 이기고자 했던 경기라기보다는 우리의 현주소를 보고자했던 경기다. 투지와 손흥민만으로는 어렵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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