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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스포츠 포커스] 피겨여왕 되려면… 트리플악셀·쿼드러플 중 하나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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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피겨 대세가 된 '고난도 점프'

러시아 출신 15세 트루소바, 4회전 점프 앞세워 세계기록… 그랑프리 2차·5차 금메달

동료 셰르바코바도 꿈의 점프인 쿼드러플 러츠가 주 무기

유영은 한국 첫 트리플악셀 성공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5차 '로스텔레콤컵'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열린 지난 17일 러시아 모스크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러시아·15)는 이날 총 네 차례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시도해 세 차례 성공했다. 압도적 점프력을 선보인 트루소바는 다른 경쟁자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같은 날 남자 싱글 금메달을 목엔 건 알렉산더 사마린(러시아·21)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 차례 4회전 점프를 뛰는 데 그쳤다. 남자 출전 선수 11명을 통틀어 트루소바보다 4회전 점프를 많이 뛴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여자 피겨에 '4회전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미 NBC 스포츠는 "그야말로 혁명의 시대"라고 평가했다. 수년 전 남자를 중심으로 일었던 쿼드러플 전쟁이 여자 피겨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조선일보

이젠 한 바퀴 더 돌아야 산다. 3회전 점프가 주류였던 여자 피겨에서 이젠 쿼드러플(4회전)이 대세가 됐다. 4회전 점프의 선두 주자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러시아)가 지난달 27일 ISU 그랑프리 2차 '스케이트 캐나다'(캐나다 킬로나)에서 연기 중 점프를 하는 장면.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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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까지 여자 피겨 최고난도 점프는 3회전이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29)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앞세워 정상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 나란히 금·은메달을 거머쥔 알리나 자기토바(17),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20)도 3회전 점프를 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젠 트리플 악셀(3회전 반)이나 4회전 점프 없이는 세계 정상권을 다투기 어려울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대표 주자는 러시아 출신 열다섯 살 동갑내기인 트루소바와 안나 셰르바코바다. 트루소바는 주니어 시절인 2017년부터 쿼드러플 점프를 뛰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여자 선수 최초로 4회전 러츠, 토루프를 뛰었고 지난 그랑프리 2차 대회 땐 총점 세계 기록(241.02점)을 썼다. 트루소바는 지난 17일 러시아 방송 RT 인터뷰에서 "내가 남자 대회에 출전하면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셰르바코바도 이번 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하며 일찌감치 파이널 진출을 확정했다. 그의 주 무기는 쿼드러플 러츠. 4회전 점프 중 가장 난도가 높아 '꿈의 점프'로 평가받는 기술이다. 이를 제대로 뛰는 남자 선수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한 프로그램에서 쿼드러플 러츠를 두 차례 뛴 선수는 셰르바코바와 남자 '점프 기계' 네이선 첸(미국·20), 단 둘뿐이다.

트리플 악셀을 무기로 한 선수도 적지 않다. 국내엔 아사다 마오(일본)의 특기로 알려진 이 점프는 쿼드러플 점프 못지않은 난도를 자랑한다. 알료나 코스토르나야(러시아·16), 기히라 리카(일본·17) 등이 트리플 악셀을 앞세워 이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한국의 피겨 기대주 유영(과천중·15)은 지난달 스케이트 캐나다(그랑프리 2차) 쇼트프로그램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ISU 대회 기준)으로 트리플 악셀에 성공했다.

'4회전 혁명'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피겨 종목이 점프 요소에만 치우쳐 자칫 '서커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여자 선수도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트리플 악셀, 쿼드러플 점프를 뛰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면서도 "연기력·구성력 등을 함께 키워나가야 하는 건 또 다른 과제"라고 말했다.

보통 4회전 점프를 뛰고 착지할 때 몸무게의 7배에 달하는 하중이 쏠린다고 한다. 점프 한 번에 그만큼 몸에 무리가 따르는 셈이다. 주니어 시절 난도 높은 점프를 뛰다가도 성인으로 성장하며 기량이 급격히 하락하는 건 이 때문이다. 네이선 첸을 지도하는 라파엘 아루투니안 코치는 "골격이 채 완성되지 않은 어린 선수가 과연 19세에도 쿼드러플 점프를 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4회전 점프를 뛸 수 있는 연령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리플 악셀(triple Axel)

앞으로 점프해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도는 기술.

☞쿼드러플(quadruple)

뒤로 점프해 공중에서 네 바퀴를 도는 기술. 총 다섯 종류(러츠·플립·루프·살코·토루프). 악셀 점프는 네 바퀴 반을 돔.

[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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