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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막판 大騷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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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회전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미위팅 九단 / 黑 신진서 九단

조선일보

〈제12보〉(156~170)=바둑 게임의 결정적 특징은 아무리 큰 차이로 앞서고 있어도 단 한 수에 의해 언제건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시대의 총아로 등장한 인공지능과 달리 인간은 시종 냉정함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 우세에 취해 적당히 두다가 잔뜩 기회를 기다리던 상대 반격에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중앙 대마를 좀 더 멋지게 살리고 끝내려던 흑의 욕심이 천지개벽의 대파란으로 이어진다.

▲의 절단이 그 출발점. 156 때 157이 심각한 문제수였다. 159가 불가피할 때 160~165를 선수한 뒤 166으로 파호하니 거대한 중앙 흑 대마도 자체로 미생(未生) 신세가 돼버렸다. 단 한 순간의 방심, 한 수의 실착으로 인해 반상(盤上)에 거대한 해일(海溢)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참고도를 보자. 157로는 단순히 1로 연결해야 했다. 백 2엔 흑 3. 이 간단한 수순으로 중앙 흑 대마는 완생이고 백 대마는 여전히 빈사 상태다. 분쟁의 소지가 더 이상 없었다. 백이 A로 나가 끊는 수는 흑 3으로 인해 성립하지 않는다. 170까지 되고 보니 누가 추격하고 누가 달아나는지 알 수 없게 됐다. 쉽게 끝날 것 같던 바둑이 '단 한 수' 삐끗하면서 막판 대소동에 빠져든다.

조선일보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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