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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제2의 김연아’ 피겨 이해인 “난 은반 위에서 가장 자유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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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노래 대신 뮤지컬 듣고, 휴대폰보다는 책 더 많이 찾아

순한 얼굴과 달리 완벽주의자

연아 언니 가끔씩 응원의 문자…롤모델 격려 받으면 기운 절로

경향신문

‘분신’과 함께 활짝 ‘제2의 김연아’로 불리는 이해인이 지난 16일 서울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경향신문과 만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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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마른 몸매에 조그마한 얼굴, 교정기를 단 치아를 환히 드러내며 웃는 모습은 길에서 흔히 스치는 여중생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지난주 경향신문이 직접 만난 이해인(14·한강중 2학년)의 첫인상은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금방 깨닫게 했다. 인터뷰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진행됐다. 이해인은 또래 친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신나는 노래 대신 뮤지컬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했다. 또 휴대폰보다는 책을 주로 찾는다고도 했다. 그 나이 때는 찾아보기 힘든 성숙함마저 흘러나온다.

생각의 대부분은 ‘피겨’로 시작된다. 그래서인지 은반 위를 누빌 때 이해인의 얼굴은 가장 빛이 난다. 이해인은 지난달 열린 2019~20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여자 싱글에서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한국 선수가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한 건 2005년 김연아 이후 14년 만이자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다. 김연아가 14세였던 2004~2005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이해인도 만 14세의 나이로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경향신문

이해인은 다른 ‘김연아 키즈들’과 달리 ‘선(先) 피겨-후(後) 김연아’의 과정을 거쳤다. 이해인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취미로 피겨를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그저 걷는 것보다 조금 빨리 나아가는 느낌이 좋았다”는 이해인은 2013년 김연아가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본격적으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이었던 ‘레미제라블’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해인은 “‘사람이 아니다, 어떻게 저렇게 하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점프도 그랬지만 스핀을 빨리 도는 동작은 내가 절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그때를 기억했다.

실제 선수 생활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일주일 중 하루만 빼고 매일 훈련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양쪽 발등에 피로골절 부상을 입었는데도 참고 경기를 뛰었다. 여간 독한 게 아니다. 순한 얼굴과는 달리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부상을 입었을 때는 본인의 아픔보다 친구들이 앞서나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했다.

이해인은 “정빙차가 올 때까지 연습한 적도 있다. 그걸로 성이 안 찰 때는 대관을 해서 연습을 하고 지상에서도 계속 회전을 해봤다. 될 때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해인은 이미 피겨에 깊이 빠져있다. “놀고 싶지 않다”며 현재의 쳇바퀴 같은 생활이 오히려 좋다고도 했다.

어떤 매력이 이해인으로 하여금 피겨와 사랑에 푹 빠지게 만들었을까. 이해인은 “얼음 위에서 탈 때는 내가 혼자다. 바깥 세상에서 떨어져 나와 자유로워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시원하고 바람이 느껴지는 게 좋다. 점프를 뛰고 착지했을 때의 쾌감이 좋다”고 했다. 가장 듣기 좋을 말은 역시 ‘포스트 김연아’라는 평가다. “제1의 이해인이 되는 건 어떠냐”는 물음에 그는 “그냥 제2의 김연아 할래요”라며 웃었다. 세계 피겨의 정상을 밟아본 김연아 그 자체가 이해인의 최종 꿈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해인은 김연아가 걸어온 길을 하나하나 따르려 한다. 이해인은 12월 초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참가한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도 참가하고 싶다. 차례차례 밟아가다보면 롤모델에 다가서게 된다. 가끔 김연아 언니로부터 응원 문자도 받는다. 꿈이자 롤모델이 보내는 “편하게 하라”는 휴대폰 메시지를 받을 때면 기운이 절로 난다고 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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