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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키움, 5년 만에 KS행…염경엽시리즈 아닌 ‘장정석시리즈’였다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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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안준철 기자

한국시리즈 티켓은 키움 히어로즈의 차지였다. 그리고 플레이오프는 ‘장정석시리즈’였다.

키움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의 2019 KBO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10–1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 무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시리즈 내내 키움이 SK를 압도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깊은 인상을 남긴 장정석 감독의 용인술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이날도 3회 타선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승기를 잡았고, 5회는 5득점하며 빅이닝을 만들었다.

매일경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17일 2019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SK 와이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2사 2루에서 키움 이정후가 박병호 적시타에 득점하고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사진(서울 고척)=천정환 기자


애초 이번 플레이오프는 ‘염경엽시리즈’ 내지는 ‘염갈량시리즈’가 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염경엽 SK감독이 히어로즈 지휘봉을 잡았던 것 때문이다. 염 감독은 2013시즌 넥센(현 키움)에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해, 2016시즌까지 사령탑으로 있으면서 매 시즌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히어로즈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였던 2014시즌에도 염 감독이 선수단을 이끌었다. 염 감독은 넥센 감독 시절 리그를 대표하는 지장(智將) 이미지가 굳어졌다.

하지만 2016년 플레이오프에서 LG트윈스에 발목을 잡힌 뒤, 곧바로 사퇴를 선언했다. 당시 염 감독이 정규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SK로 팀을 옮긴다는 소문이 돌았고, 결과는 이별이었다. 물론 감독은 아니지만, SK단장에 취임하면서 야구계에서는 넥센과 헤어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또 키움을 이끌고 있는 장정석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 시절 염 감독과 함께 한솥밥을 먹었고, 염 감독이 히어로즈 사령탑이던 시절 1군 매니저와 운영팀장으로 보좌했던 사이다. 사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비하인드스토리에 두 팀의 플레이오프는 염경엽 감독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장정석 감독의 용인술이 부각됐다. 키움은 LG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부터 벌떼 불펜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투수를 많이 쓰는 게 아니다. 데이터에 기반해 상대 타자를 잘 막을 수 있는 투수를 투입하는 게 핵심이다. 정규시즌 마무리를 맡았던 오주원은 준플레이오프에서 중간에 나온 적이 있다. 또 가장 구위가 좋은 조상우는 위기 상황에 시점을 가리지 않고 등판하며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 제로 행진을 이어갔다. 키움과 맞붙었던 류중일 LG 감독이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염경엽 감독도 “획기적이다”라는 평가를 내놨다.

또 오랜 기간 매니저를 역임하면서 선수와의 소통에 능한 장 감독의 장점도 포스트시즌을 거치면서 빛을 발했다. 가을에 유독 고개를 숙였던 간판타자 박병호는 준플레이오프에서 결정저인 홈런 3방을 앞세워 MVP를 차지했고,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은 외국인 타자 제리 샌즈에게도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고, 샌즈는 플레이오프 1차전 적시타로 보답하기도 했다. 베테랑 서건창은 공격의 선봉장으로 거듭났고,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젊은 선수들도 즐기는듯 한 플레이로 맹활약했다.

매경기 승리 후 장정석 감독은 “선수들이 똘똘 뭉친 결과다”라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지만, 돌풍의 중심에는 분명 그가 있었다. 2017시즌 처음 사령탑에 선임됐을 때만해도 코치 경험 없이 프런트만 역임했기에 지도력에 물음표가 붙었던 장 감독이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는 장정석시리즈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장 감독은 코치 경험 없는 사령탑으로 최초의 한국시리즈를 밟게 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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