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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적막 가득했던 김일성경기장… 골도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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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29년 만에 평양 원정… 북한과 월드컵 예선 0:0 비겨

격렬한 몸싸움에 옐로카드 총 4장… 역대 전적 절반이상 무승부 '치열'

29년 만에 평양 원정에 나선 한국 축구 대표팀이 북한과 무승부를 기록했다.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벌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 원정에서 접전 끝에 0대0으로 비겼다. 벤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주심이 경기를 자주 끊으면서 중단된 시간이 많아 평상시 경기와 다르게 전개됐다"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지만 계속 1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국내 취재진 입국을 불허한 탓에 기자회견장엔 일부 북한 기자만 참석했다. 이들은 벤투 감독에겐 아예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퇴장하며 질문을 주고받을 수 있는 믹스트존에서도 질문은 없었다.

조선일보

'북한 호날두' 한광성과 공 다투는 손흥민 -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에서 한국의 손흥민(왼쪽)과 북한 한광성이 공을 다투고 있다. 두 팀은 치열한 승부 끝에 0대0으로 비겼다. 격렬한 몸싸움이 이어진 이날 경기에서 옐로카드가 4장이 나왔다. 한국과 북한 선수 각각 2명이 경고를 받았다.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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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북한은 이날까지 2승1무로 승점 7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2차전에서 스리랑카를 8대0으로 대파한 한국이 골 득실 +10으로 북한(+3)에 7골 앞서 조 1위를 지켰다. 1차전 투르크메니스탄 원정에서 1대0으로 이겼던 한국은 3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이어갔다.

무관중·무중계였지만 경기는 정상적으로 치러졌다. 김일성경기장엔 애국가가 연주됐고, 태극기가 게양됐다.

벤투 감독은 이날 4―3―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황의조(27·보르도), 손흥민(27·토트넘), 권창훈(25·프라이부르크) 등 유럽파 선수들이 골 사냥에 나섰다. 북한은 이탈리아 세리에A 공격수 한광성(21·유벤투스)과 발 빠른 정일관(27)을 투톱으로 내세우며 4―4―2 전술로 나왔다. 북한은 올해 1월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0대4), 카타르(0대6), 레바논(1대4)과 만나 3전 전패 졸전을 치른 뒤 '덕장' 김영준(36) 감독을 경질하고 윤정수(57) 감독을 다시 불러들였다. 선수 시절 대인 마크 능력과 투지가 남달라 '독사'로 불리는 윤 감독은 북한의 전통적인 '속공 축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는 매우 과열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옐로카드는 총 4장이 나왔다. 북한은 리영직(전 30분)과 리은철(후 1분), 한국은 김영권(후 10분)과 김민재(후 17분)가 경고를 받았다.

조선일보

[관중 한명 없는 월드컵 예선… 황당한 평양 南北축구] 남북, 0대0 무승부 - 5만석 규모 김일성경기장이 텅 비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흰색 유니폼)이 15일 평양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북한과 경기를 치르는 모습. 이날 경기는 관중 없이 진행됐다. 안방에서 한국이 북한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외신 기자도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몇 안 되는 관람객 중엔 인공기 핀을 정장 상의에 단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도 있었다. 한국은 북한과 0대0으로 비겼다.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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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나상호를 불러들이고 최근 유럽 무대에서 물오른 골 감각을 보이는 '황소' 황희찬(23·잘츠부르크)을 투입했다. 후반 34분엔 황의조 대신 키 1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31·상하이)을 투입했으나 0의 균형을 깨진 못했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대표팀 선수 중에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금까지 북한과 17번 A매치를 벌여 7승9무1패를 기록했다. 역대 전적 절반 이상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37위)과 북한(113위)의 맞대결은 FIFA 랭킹이 무색할 정도로 언제나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승패가 났던 경기들도 한국이 각각 3대0으로 이겼던 1994 미국 월드컵 최종 예선과 2005년 친선경기를 빼면 모두 1골 차로 승부가 갈렸다.

한국 대표팀은 내년 6월 4일 북한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2차전을 치른다. 구체적인 시간 및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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