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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응원도, 중계도, 심지어 관중도 없었다' 벤투호, 29년 만의 평양 원정 0-0 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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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15일 한국 대 북한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3차전이 텅 빈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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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9년 만에 이뤄진 역사적인 ‘평양 원정’은 ‘깜깜이’ 경기였다. 취재진도, 생중계도, 심지어 관중조차 없었다. 고요함만이 가득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우리 선수들은 외로운 싸움을 펼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5만명 수용)에서 열린 북한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3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5만명이 넘는 북한 관중이 경기장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관중석에는 일반 관중이 단 1명도 없었다. 북한은 자발적으로 무관중 경기를 선택했다. 전날 감독관 회의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인정하는 국가 간 공식 A매치는 반드시 양국 국기가 게양돼야 하고 국가가 연주돼야 한다. 북한은 주민들이 태극기와 애국가를 보고 듣지 못하도록 관중석을 아예 봉쇄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 당시 북한은 주민들이 애국가와 태극기가 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홈경기를 제3국인 중국 상하이에서 치른 적도 있다.

키르기스스탄 출신 아시아축구연맹(AFC) 감독관은 AFC에 보낸 보고서에 “김일성 경기장에 관중이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경기장에는 외신 기자들도 전무한 상태다. 킥오프를 했는데도 무관중이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이날 경기는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전세기를 타고 와 직접 관전했다. 하지만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본 광경은 황당하게 텅 빈 관중석뿐이었다.

이날 경기 내용은 북한 현지에서도 생중계되지 않았다. 경기 내용은 AFC 홈페이지 문자중계와 AFC 감독관이 휴대전화로 말레이시아 AFC 본부에 전하는 구두 보고를 통해 간신히 전달됐다.

이날 한국은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를 투톱으로 내세운 4-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객관적인 전력은 한국이 앞섰지만 북한 선수들도 안방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물러서지 않고 맞불을 놓았다.

신경전도 뜨거웠다. 양 팀 합쳐 옐로카드가 4장(한국 2장, 북한 2장)이나 나왔다. 심지어 전반 중반에는 양 팀 선수들이 몸싸움을 벌이다 가벼운 충돌이 벌어져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아시아축구연맹(AFC)는 경기가 과열돼 불상사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감독관 외 안전요원을 별도로 배치했다.

경기 내내 치열한 공방이 계속된 가운데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황희찬(잘츠부르크)을 교체 투입했다. 이어 권창훈(프라이부르크), 김신욱(상하이 선화)을 잇따라 집어넣어 공격을 강화했다.

하지만 수비수를 5명이나 배치한 북한은 필사적으로 골문을 지켰다. 한국 대표팀도 낯선 인조잔디가 깔린 경기장에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후반 24분 김문환(부산)의 슈팅이 북한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등 몇 차례 아쉬운 찬스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승점 1점에 만족한 한국은 이날 결과로 2차 예선 전적 2승1무를 기록했다. 승점은 7로 북한과 같지만 골 득실에서 한국이 앞서 조 1위를 지켰다. 역대 A매치 상대전적은 7승9무1패로 한국이 우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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