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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반나절] '금연구역 아닌가요?' 길거리의 흡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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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 PLUS가 기획한 '반나절' 시리즈는 우리 삶을 둘러싼 공간에서 반나절을 머물며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기획 기사입니다. 이번 반나절 시리즈 9회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일대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이들을 관찰해보고, 단속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봤습니다.

"공공구역에서의 금연, 타인에 대한 배려입니다"

여러 방송국과 회사, 아파트가 빼곡히 모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금연구역 플래카드에 적힌 문구다. 하지만 이 문구가 무색하게도 이곳에서는 삼삼오오 모인 흡연자들이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1일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상암동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흡연 실태를 살펴봤다.

■ 종일 흡연자 30~40명 드나드는 금연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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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가온문화공원 인근은 마포구에서 흡연 민원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공원 내부에 금연구역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은 물론, 공원 바깥쪽 도로 위에도 금연구역 표시가 돼 있다. 마포구 보건소에서 걸어놓은 금연 캠페인 플래카드도 크게 걸려있다.

그러나 공원 주변에는 늘 30~40여 명의 흡연자가 거리를 점령한다. 주로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로, 점심시간뿐 아니라 오후 일과 시간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몇 시간을 지켜보니 몇몇 흡연자는 무심코 침을 뱉기도 했고 담배꽁초가 버려지기도 일쑤였다. 쓰레기통이 있었지만 땅에 버려지는 꽁초와 쓰레기를 치우는 건 주변 건물 관리자들과 환경미화원들의 몫이다.

이 공원 인근에 있는 회사에 다닌다는 한 비흡연자 시민(31)은 "담배 연기가 너무 심하게 퍼져서 출근길마다 숨을 참고 길을 지나가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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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증진법 제34조에 따라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한 자에게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에게 전부 과태료를 물리긴 어려운 실정이다. 이날 이곳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은 흡연자는 수십 명 중 3명뿐이었다.

금연구역 흡연 단속에 나선 마포구 보건소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 "법적으로 금연구역 표시 안쪽인 공원과 일부 도로에서 흡연하는 이들에게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도로 위에 화살표로 표시된 금연구역을 살짝만 벗어나도 처벌이 어렵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흡연 사각지대다.

그래서 일부 흡연자들은 금연구역을 불과 몇 센티미터 벗어나 담배를 피우고 과태료를 면하지만, 모호한 금연구역 경계선 탓에 이곳을 지나는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 피해는 여전하다.

또 마포구 전체를 시간선택제 공무원인 단속반 4명이 상시 지켜보고 있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가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걸 함정 수사처럼 숨어서 지켜보다가 처벌하는 건 어렵기도 하지만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과태료 부과가 금연 사업의 주목적이 아니라, 금연에 대한 계도와 홍보가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연구역 흡연 단속과 계도 활동은 각 구 보건소에서 맡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재정 자립도가 다르기 때문에 서울 구별 단속 현황도 다르다. 마포구 보건소 관계자는 "서초구나 영등포구 단속 인원이 약 20여 명이 되는 것에 비해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마포구는 4명밖에 채용하지 못하는 현실도 있다"라고 밝혔다.

■ 금연구역은 아니지만...점심시간이면 흡연자 50명 모이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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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YTN 사옥 맞은편에는 거대한 '흡연 존'이 형성돼있다. 점심시간에는 평균 40~50명의 흡연자가 끊임없이 오가며 담배를 피운다. 일부 흡연자들은 일부러 벽을 보거나 구석으로 피해 담배를 피우기도 했지만, 거리 가운데를 막아선 채 수다를 떨면서 흡연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곳 역시 흡연 민원이 잦은 곳이다. 하지만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과태료 부과가 어렵다는 게 마포구 보건소의 설명이다. 주변 빌딩들이 모두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거리 자체는 금연구역이 아니다.

마포구 보건소는 꼭 금연구역이 아니더라도 흡연 관련 불편 민원이 들어오면 흡연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하고 계도하는 활동도 한다. 하지만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현장 단속에 나서도 어디까지나 계도에 그칠 뿐 상황은 몇 년째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상암동 여러 빌딩 아래, 길거리,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흡연하는 직장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날 4시간 동안 관찰한 수만 대략 따져봐도 거리의 흡연자가 200~300여 명은 될 터였다. 하지만 대부분 금연구역을 교묘히 벗어나 흡연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근거가 없다.

물론 상암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회사촌이나 번화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빈번한 일이다.

■ 길 걸으면서 흡연하는 건 불법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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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흡연자라면 길을 걷다가 담배 연기 때문에 얼굴을 찌푸린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보행자 도로가 전부 금연구역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당연히 흡연이 허용된 길을 보행하면서 흡연하는 것도 불법이 아니다. 단속 규정 또한 없다.

이날도 길거리를 활보하며 흡연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중엔 궐련형 전자담배 이용자들도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금연구역은 어떻게 정해질까. 국민건강증진법은 공공기관 청사, 학교, 어린이집, 음식점, 1천 제곱미터 이상 사무용 건축물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뒀다. 이 외에도 서울시, 마포구 등 지방 자치단체 조례를 통해 금연구역을 정할 수 있지만 일반 도로는 예외다.

마포구 내에도 '서강초등학교 후문~서울 창전동우체국~서강감리교회 입구'와 '마포역 2번 출구~삼개어린이공원 입구' 등 단 두 곳만 금연 거리로 지정돼 있다.

■ "담배 필 곳 없어" 흡연자들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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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사실상 금연구역을 제외하면 모두 흡연구역이라는 말이 되지만, 흡연자들은 여전히 흡연구역이나 흡연실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시내 공식 설치된 흡연구역은 6,200여 곳으로 금연구역 28만여 곳에 비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남들에게 피해를 줄까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기 불편하다는 입장과 함께, 담뱃값 인상과 맞물려 흡연실 설치를 요구하는 여론도 있다.

반대로 건물 내외부에 흡연실이 설치됐다 해도 흡연실 사용을 꺼리며 길거리 흡연을 일삼는 흡연자들도 있다. "회사 내 흡연실에 가면 상사를 만나게 돼서 꺼려져요", "저도 흡연을 하지만 흡연 부스에서 담배를 피우면 몸에 냄새가 심하게 배기 때문에 잘 안 가요"

흡연자들 사이에서도 흡연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서울시는 "흡연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철거, 이전 요청으로 비추어 흡연시설 없는 순수 금연구역의 확대와 흡연율 감소가 가장 바람직한 정책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연구역이지만 흡연자들이 모인 도로, 그리고 법적으로는 흡연이 허용됐지만 비흡연자들에게 간접흡연 피해를 주는 거리를 보고 있자니, 순수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합의가 절실해 보였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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