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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서병기 연예톡톡]‘열여덟의 순간’ 한결쌤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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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한결 선생님의 미소가 더욱 그리워진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주변의 고교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가급적이면 학생들에게 불간섭, 불개입하는 게 좋다고 한다. 아이들을 지도한답시고 섣불리 학생들의 일에 개입하다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 그 교사는 요즘 애들은 너무 무섭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교사가 학생 일을 무작정 나몰라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10일 종영한 ‘열여덟의 순간’에서 준우(옹성우) 반 담임인 오한결(강기영) 선생님은 애들 일에 개입도 하면서 봉변도 당하지 않는, 알고 보면 꽤 영리한 교사다.

‘열여덟의 순간’은 돈의 힘에 의한 계급 구조를 전 면에 드러낸다. 서열로 보면 이기태(이승민) 학생은 마휘영(신승호) 밑에 있고 오한결 선생조차도 마휘영 밑에 있는 듯하다.

오한결 쌤이 마휘영의 더티 플레이(정확하게 말하면 마휘영 부모의 더티 플레이)를 지적하자, 마휘영 엄마는 한결쌤에게 돈을 주고 회유하기도 하고, 담임 선생 퇴진 서명서를 만들어 한결쌤을 협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결쌤은 마휘영 엄마에게 잡혀있는 교감 선생님이 자신 앞에 퇴진 서명서를 내놓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자 “그거 마휘영 어머니 혼자 만든 거잖아요”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오한결 교사는 현실을 인정한다. 교실의 부조리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다. 그럼에도 결코 비굴하지 않다. 오한결 교사는 언뜻 우유부단한 것 같지만 그의 허허실실 전법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정면으로 맞서는 것보다 효과가 더 높다. 그런 점에서 요즘 교사들이 한결 교사의 방식을 조금은 본받을 필요가 있다.

가령, 한결 선생님은 “지금은 ○○하는 시간이다”라고 했을 때 마휘영이 “우리가 성적 관리해야 하니까 ○○를 해야 합니다”라고 상황을 바꿔버리면, “아, 그래” 하고 살짝 물러난다. 그렇다고 교사의 모양새가 빠지는 게 아니다.

한결 선생의 방식은 교사의 귄위가 땅에 떨어지고, 교권이 추락한 뒤의 한 가지 썩 괜찮은 스승의 모습일 수 있다. 이런 모습이 교권을 회복하는 길일 수 있다.

‘열여덟의 순간’의 학생들 사이에서도 학교폭력에 의한 준우 절친의 죽음과 성적조작 등 간단치 않은 사건들이 등장한다. 오한결 교사는 이를 피하지 않고 다가가 문제 해결에 미력하나마 도와준다. 기능적으로 학생만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다가가는 교사다. 그는 여자친구에게도 기다려줄 아는 배려형 인간이다.

한결 교사는 어느 순간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친구 같은 교사다. 그래서 결국 오한결 교사는 학생들과 진정한 소통을 이뤄낸다. 이는 반항적인 학생들을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바르게 교육 시키는 흑인 교사를 주제로 한 영화 ‘To Sir With Love’(언제나 마음은 태양) 같은 느낌도 조금은 든다.

한결 교사가 준우라는 아이에게 자신의 어렵던 학창시절이 떠올라 동병상련의 마음이 들어, 더 많이 도와준다고 했다. 이는 한결 교사 자체의 성장담이자 동시에 학생들이 진정 원하는 스승상(像)이며 꽤 괜찮은 어른의 모습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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