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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인터뷰] 민경진 “65세, 늦었다고? 20년간 욕심 無…이젠 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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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이름은 아직 낯설지만 얼굴을 보면 `아!` 하는 배우 민경진. 최근 `호텔 델루나`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제공 I HNS HQ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최근 tvN 인기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고독사로 사망한 할아버지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남긴 신스틸러 민경진(64). 출연 영화만 80여편, 오랜 경력의 연극 무대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드라마에서도 자주 만나는 얼굴이다. 20여년 넘게 연기에 올인 하면서도 욕심 한 번 부려본 적 없다는, 이름 석 자는 낯설 수 있지만 얼굴만 보면 ‘아하!’ 금세 미소를 짓게 하는 친숙한 얼굴의 배우다.

1955년 5월 24일, 충청북도 음성에서 태어나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초등학교 때 강렬하게 느낀 ‘말의 아름다움’에 빠져, 평생 그것을 사용하고 즐기며 알리며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이렇다 할 무대가 없던 시절부터 무대를 찾아 다녔고, 연기 아닌 연기를 즐기며 사람들과 뭉쳐 다니고 머리를 맞대며 자연스럽게 삶의 항로가 정해졌단다.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작품에 출연해 온 민경진은 영화 ‘범죄도시’ ‘우상’ 그리고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맹활약하고 있다. “가리지 않고 불러주면 다 간다”고 운을 뗀 그는 “연기할 때 느끼는 내 안의 뛰는 에너지도, 사람들과 어울리며 만드는 현장 공기도 모두 사랑한다. 그런 벅찬 행복감을 쫓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젊은 시절에는 그저 우리말이 가진 아름다움이 좋았어요. 공부하듯이 그것을 연구하기 보단 그 가치가 잘 표현될 수 있는, 보다 역동적이고 낭만적이며 나조차 마음껏 그것을 끊임없이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고전에서 느낀 아름다움이든, 현대극에서 본 일상 언어든, 심지어 욕을 통해 느끼는 구수한 카타르시스까지 아주 다양한 형태의 살아 있는 우리 말이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연극 무대를 가장 사랑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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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욕심 없던 그에게 다가온 슬럼프를 딛고 일어난 민경진은 배우 인생 2막을 꿈꾼다. 제공| HNS HQ


역할의 크기를 떠나 무대 위 그리고 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온 민경진은 “너무 몰입해서 연기할 때면 실핏줄이 터질 때도 있다. 머릿 끝부터 발끝까지 몰아치는 무서운 에너지가 좋아 힘들지만 계속 찾게 된다”며 “젊은 친구들 가운데 무대를 무서워하는 이들이 많은데 욕심내지 말고 작은 역할부터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정말 형언할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며 무대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요즘엔 드라마나 영화에 더 자주 참여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갈증이 해소가 안 된다. 언젠가 내 나이에, 나란 배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언어’의 다양한 카타르시스가 녹아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즐거우면서도 끝나고 나면 울림이 있는 그런 작품”이라며 '인생작'에 대한 염원을 밝혔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이내 “연기를 참 사랑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배우로서 욕심이나 야망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자평하며 “문득 ‘(현실적인) 욕망이 너무 없어서 지금까지 오랜 기간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해 오면서도 그에 비해 성과가 미약한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이제라도 좀 뜨려고 노력해야겠다”며 허허 웃었다.

“사실 몇 년 전 너무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어요. 결국은 누군가의 근거 없는 악의적인 행동이었던 걸 알게 됐지만 당시에는 큰 충격이었거든요. 내겐 그 어떤 것도 필요 없이 그저 행복한 현장이라는 곳에서 누군가 나로 인해 불편하다는, 내가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동료라는 이야기를 듣고 ‘잘못 살았나’라는 생각에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몇 달을 일을 하지도 않고 혼자 끙끙 앓다가 주변 사람들이 나서 위로하고 상황을 알아봐준 덕에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죠.”

민경진은 이전보다 더 진지한 얼굴로 “그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보다는 좀 더 알려진 배우, 힘 있는 배우, 더 필요한 배우였다면 내게 이런 식의 행동을 했을까’라는 거였다. ‘좋은 게 좋은 거’이기만 했던 내 마인드를 다시 돌아보게 됐고, 조금은 더 치열하게 현실적으로 이 악물고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 사건으로 민경진은 마음을 다잡고 ‘욕심’이라는걸 내게 됐단다. “과거에는 감독의 디렉션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고 여겼다. 앞으로는 좀 더 그 이상을 욕심내고, 새로운 것에도 도전하는 배우가 될 것”이라며 “한국 영화계가 나날이 치열해져 가는 요즘, 나 역시 좀 더 치열하게 제대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연기와 역할로 대중 앞에 서고 싶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미 베테랑 연기자인 민경진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안주하기 보다는 성장을 위해 다시금 고삐를 부여잡는 천생 배우다. 친숙한 얼굴만큼 이름 석 자 역시 금세 각인 될 날이 오기를 힘차게 응원하는 이유다. '호텔 델루나'로 또 한번 시청자들의 가슴을 두드린 민경진은 차기작을 검토하고 있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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