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열음이 대왕조개 채취로 태국에서 고발당했다. /더팩트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문가 "촬영 전 법 체크했어야…"
[더팩트|문수연 기자] 배우 이열음이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 멸종 위기에 놓인 대왕조개를 채취해 태국 현지에서 고발당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짤막한 형식적인 사과문만 공개하고 이열음의 뒤에 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정글의 법칙' 태국 편에 출연한 이열음은 인근 바다에서 식량을 구하던 중 대왕조개를 발견하고 이를 채취했다. 당시 이열음은 대왕조개를 채취하려다 실패하고 수면으로 올라왔다. 수중 팀은 그에게 "박혀 있는 게 있고 그냥 있는 게 있다"고 조언했고 이열음은 재도전 후 채취에 성공했다. 이후 '정글의 법칙' 팀은 대왕조개를 요리해서 먹었다.
방송 후 뜻밖의 논란이 일었다. 대왕조개는 태국에서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이다. 태국 현지 매체 '자카르타포스트'는 7일 태국 국립공원 측이 국립공원법과 야생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열음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핫 차오 마이 국립공원 원장은 "최대 징역 5년 형을 받을 수 있다"며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로 우리는 고발을 철회하지 않겠다. 이열음이 태국에 없더라도 경찰을 통해 그를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태국에서 대왕조개를 불법 채취하면 최대 2만 바트(약 76만원)의 벌금이나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또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태국 측은 한국에 신병 인도를 요청하거나 인터폴 수배를 통해 한국에 이열음의 소재 파악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열음은 제작진, 수중팀의 설명에 따라 채취에 임했지만 책임은 혼자 지게 됐다.
다만 다행인 건 국내에서 신병을 넘겨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자국민 보호 의무'로 인해 상대국으로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 이열음 논란 관련 공식적인 법적 절차에 대해 승재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더팩트>에 "태국 검찰청에서 이열음을 불러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 있기 때문에 출석할 수 없으니 기소 중지를 할 거다. 그러면 중지된 상태에서 인터폴 수배를 한다. 인터폴 수배를 하면 국내에서 이열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할 거다. 그런데 범죄인 인도 협약 6조에 따르면 자국민은 원칙적으로 인도를 불허한다. 예외적으로 사업 당국에서 이열음을 보낼 수 있지만 안 할 거다. 이런 일로 절대 인도해주지 않을 거다. 그러면 인도인 불허 결정이 서울고등법원에서 떨어질 거다. 태국에서 우리 당국에 소추하면 국내 재판 후 결과를 태국에 알려주게 된다. 그런데 이 자체가 외교 분쟁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봤을 때는 SBS가 잘못했다. 범죄는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열음의 경우 고의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SBS 제작진에게 책임을 돌렸다.
배우 이열음이 멸종위기종 대왕조개를 채취해 논란이 일었다. /SBS '정글의 법칙' 화면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가운데 태국 매체들은 제작진이 지난 3월 태국 정부에 보낸 공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공문에는 "태국에서 사냥하는 모습을 촬영하거나 방송하지 않겠다"는 글이 명시돼 있다. 이어 "출연진은 국립공원의 통제하에 하룻밤을 머물게 되며 카누타기, 스노클링, 롱보트 타기 등을 한다"는 내용과 PD의 영문 이름, 서명도 적혀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와 관련해 "내부 조사를 하겠다"는 말 외에 구체적인 해결책은 밝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 와중에 이열음에 대한 선처와 '정글의 법칙' 제작진의 책임을 묻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이열음 소속사 열음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논란과 관련 <더팩트>에 "기사로만 접해서 태국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촬영 당시 상황을 묻는 말에는 "저희는 말을 아끼겠다"며 "추후 입장 정리해서 보도자료 배포하겠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프로그램의 진행자격인 개그맨 김병만 소속사 SM C&C 측도 "저희가 입장을 밝히면 또 다른 이슈가 돼 프로그램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 일단 지켜보는 입장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배우 이열음이 태국에서 대왕조개 채취해 현지에서 고발당했다. /SBS '정글의 법칙' 화면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번 사태에 대해 태국에서 스쿠버다이빙 강의를 하고 있는 전문 다이버 따오는 <더팩트>에 "태국에서는 대왕조개를 채취하는 게 불법이다. 스쿠버들 사이에서는 법이 아니더라도 채취하지 않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역에 따라 법이 다르기에 제작진이 이에 대해 숙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는 밝혔다. 그는 "다이빙 전문가라고 해도 그 지역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법규에 대해서는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채취를 하려면 미리 알아보지 않았어야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요즘은 바다에 들어갈 때 수중생물들에 피해를 안 주는 식으로 물건도 안 가지고 들어가는 추세다. 다이빙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저걸 왜 잡지?'라고 생각하는 게 요즘 전반적인 인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이열음이 혼자 책임을 떠안게 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대왕조개는 일반인이 혼자 채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대왕조개는 일반인이라면 식용이 가능한지도 모를뿐더러 크기도 크고 무겁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문제가 된다고 하면 하지 않았을 것 같다"며 "(제작진이) 촬영할 때 현지에서 미리 잡아도 되는지 안 되는지 조언을 구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법적으로 체크를 잘 하지 못한 점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글의 법칙'은 자연 속에서 펼치는 생존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인 만큼 어떤 프로그램보다 사전 조사, 위기 상황 대처 등 제작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글의 법칙'에 출연 중인 한 연예인 소속사 관계자는 "촬영하러 갈 때 남자 연예인은 보통 혼자 가고 여자 연예인의 경우에는 스태프가 함께하기도 하지만 소수다. '정글의 법칙'은 제작진을 믿고 가는 프로그램이다. 변수에 대해 소속사 측에서 구체적인 체크를 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열음은 오히려 제작진의 무지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됐고, 오히려 제작진은 이열음을 앞세워 뒤로 숨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정글의 법칙' 제작진이 구체적인 해결책이 없는 두루뭉술한 사과로 과연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unsuye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