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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터뷰] 이성민 “‘고통스러웠던 ‘비스트’…새로운 가능성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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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이성민은 영화 `비스트`가 "내 새 역사의 발판이 돼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제공|NEW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현장에 가는 길이 유난히 무겁고도 싫었어요. 늘 힘들고 지쳐 있었고요. 선배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었어야 하는데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 정도로 어렵고 고된 작업이었어요.”

지난해 ‘공작’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쓴 배우 이성민(51)은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타공인 ‘연기장인’인 이성민에게도 어려웠던 영화, 바로 ‘비스트’(감독 이정호)다.

“보통 형사가 등장하면 범인을 잡는 게 주요 설정인데 우리 영화는 형사가 형사를 잡는다. 이 영화의 메시지, 그것을 위해 달려가는 방식이 새로웠다”고 운을 뗀 이성민은 “누구나 내면에 자신도 모르는 ‘괴물’이 살고 있지 않냐. 원칙을 지키는 형사와 그것을 파괴하는 형사, 뭔가 두 사람이 맞닿은 극한의 지점에서 흥미로움을 느꼈다”며 ’비스트’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이성민 분)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 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담은 범죄 스릴러다. 지난 2005년 프랑스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원작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리메이크했다.

이성민은 살인마를 잡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강력반 에이스 형사 한수로 분했다. 범인을 쫓던 중 자신의 정보원인 마약 브로커 춘배(전혜진 분)의 살인을 은폐하는 대신 범인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얻고 점점 수렁으로 빠져든다.

출연 결정과 동시에 ‘온 기운을 빼앗기겠구나’라는 예감이 들었다는 그는 “가면 갈수록 한수의 에너지가 월등하게 세지더라. 인물의 스트레스가 점점 더 쌓여 갈수록 나 또한 걷잡을 수없이 황폐해져 갔다. ‘이렇게 가다 엔딩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빨려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영화의 감정이 워낙 어두운데다 끝없이 폭주하니까 관객들 역시 힘들진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다행히 완성본을 보니 우려했던 것보다는 충분히 쉽게 잘 따라갈 수 있겠더라고요. 저마다의 캐릭터를 통해 결국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지점도 잘 표현이 됐고요. 기대 이상인 것 같아 뿌듯합니다.(웃음)”

연기신의 ‘힘들었다’는 거듭된 표현이 유독 신기하게 느껴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그렇게 어려웠나”라고 물으니, “내 안에 없는 줄 알았던 감정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처음에는 그냥 이야기가 좋고 신선해 힘들더라도 ‘이 정도라면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발을 들여놓고 보니까 예상보다 더 고통스럽더라고요.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이 나올 때까진 많이 해멨던 것도 같고요. 이 작품을 계기로 제가 자신 없어 하는 것도 조금은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막막한 질주 끝에 어느 경지를 한 번 가보니 느낌이 오더라고요. 내가 갈 수 없다고 생각한 영역에 조금은 닿은 느낌?”

그러면서 “나는 악당 연기가 잘 안 된다. 진짜 한 번 진하게 해보고 싶은데, 가장 자신이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폭력을 쓰고 거친 욕을 끝없이 하고, 누구를 괴롭히는 연기가 정말 스트레스였어요. 한수가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저 또한 괴로움이 커졌고 어떡해야 할지 점점 더 막막해졌어요. 그래서인지 현장에서 배우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감독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럼에도 내가 못한다고 생각한 것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건 배우로서 너무나 영광스럽고 흥분되는 일이죠. 지금은 더할 나위 없이 기쁘네요. 하하!”

이성민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결국 배우란, 그리고 연기란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정리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 얼굴, 표정, 음성 등 하드웨어를 가지고 가능한한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게 연기가 아닌가 싶어요. 내 안, 밖의 모든 역사를 동원해서요. 그런 점에서 ‘비스트’는 제 새로운 역사의 발판이 돼 준 작품이에요. 부담스럽고 힘들었지만 어느새 그것을 단 번에 보상시켜줄 달콤한 선물을 안긴, 잊지 못할 경험이었어요.(웃음)”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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