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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인터뷰] `기생충` 이정은 “여배우들의 美친 경쟁 시대…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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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배우 이정은이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제공| 윌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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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배우 이정은(49)이 날아올랐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을 통해서다.

작품이 공개된 이후 쏟아지는 칭찬에 “이게 무슨 일이래요?”라며 얼떨떨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이정은은 “많은 댓글들을 봤는데 아무래도 나의 연기로 작품에 더 잘 몰입하게 됐다는 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이 내준 숙제를 잘 푼 기분이 들어 좋더라”라며 수줍게 웃었다.

“감독님이 인물의 서사와 연기 디렉션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스타일은 아니세요. 기본적으로 열린 서사에 툭툭 핵심어를 던지면서 배우가 스스로 공백을 메우고 완성하도록 하게 만드는 스타일이시죠. 제가 하면서도 이게 맞게 하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는데 이런 (관객들의)반응을 보면서 조금은 안심하게 됐죠.”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박사장네 오랜 집사로 분해 등장해 영화의 전환점이 되는 이정은은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1인 다역을 소화하는 사람처럼 봉 감독의 쉴 새 없는 변주에 기가 막히게 녹아드는 한편, 눈빛과 표정 목소리까지 변화무쌍함의 끝을 보여주며 입체적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극이 진행될수록 호화 출연진 사이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인다.

“아무래도 뮤지컬 무대에 오래 있다 보니 ‘소리’ ‘음성’에 대한 관심도 많고 활용의 경험이 많아요. 아마 그런 부분에 대해 감독님께서 흥미롭게 봐주시는 것 같고, 그것을 조금 잘 녹여서 독특한 무엇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런 부분은 자유롭게 의견을 냈고, 최대한 감독님이 그리는 인물을 잘 표현해내려고 노력했어요.”

봉준호 감독과는 '기생충'에 앞서 영화 ‘마더’ , ‘옥자’로 호흡을 맞췄던 그는 “봉 감독은 엉뚱하다. 생각지 못한 것만 시킨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매번 작품이 어떤 묵직한 메시지를 담았든지 간에 ‘우리 재미있게 해보자’라고 말씀하신다. 그런 파이팅과 유쾌함이 좋다. 놀라운 기발함에 늘 감탄한다. 돈독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뭘 제안하든 흔쾌히 함께 한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로든, 감독님의 전략에 제가 정말 큰 수혜를 입은 것 같아요. 칸에서의 환대도 그렇고 지금 이런 관심과 응원, 칭찬까지 모두요. 사실 좋은 작품, 존경하는 감독과 동료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고 감사한데 이런 호사라뇨. 하하!”

실제로 봉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조여정 등은 이정은의 연기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을 맞춘 조여정은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정은 선배의 연기는) 보고 있으면서도 놀랍다. 정말 내공이 깊고 매력이 넘친다. 함께 하는 신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면서 “언니의 어떤 장면은 넋을 놓고 보게 되기도 한다. 어떻게 저렇게 연기할까 싶다. 틀이 없는 듯한 연기,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느낌”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낸 바 있다.

이정은은 이런 찬사에 “인복이 정말 좋은 것 같다. 너무 대단한 배우들 아닌가. 그런데 그렇게 좋은 말을 해줘서 감동이었다. 어떻게 보면 기존에 내가 해온 것과는 너무 다른 역할이라 잘 할 수 있을지, 의도대로 잘 보여질지 걱정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 조금은 용기도 생기고 새로운 힘도 낼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기뻐했다.

‘대세’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대세는 라미란이다. 나는 주변 언니”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앞으로 점점 더 중년 여배우들의 미친 활약이,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신나고 뿌듯한 현상”이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시대적으로 잘 타고난 것 같아요. 점점 더 한국 영화가 큰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고, 그 안에서도 여배우의 역할이 다양화되고 있는 지금 (주연이 아니지만 어떤 역할로든)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고 감사해요. 저 역시 진심으로 영화를 사랑하고 응원하고 잘 되길 바라는 팬 중의 하나로 그 물결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다면 언제든 최선을 다할 겁니다. 역할이나 장르 이런 건 상관없어요. 할 수 있는한, 배우로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싶어요.”

이정은은 지난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해 연극,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대중에게는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대세 반열에 올랐다. “연기를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이정은의 진짜 전성기는 지금부터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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