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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TF초점] '우리 그룹은 이제 이렇게' 큰 그림 내놓는 재계 총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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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최근 큰 그림을 담은 경영 방향성을 잇달아 제시하며 활발한 투자 및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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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그룹 총수들, 경영 방향성 제시하며 공격적 움직임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키워드는 '미래 투자'와 '조직문화 혁신'으로 요약된다. 이는 새로움을 추구하며 기존의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젊은 총수'가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다.

24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은 지난 22일 이규성 칼라일그룹 공동대표가 초청한 단독대담을 통해 고객 및 자본시장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에 나서며 그룹 미래 전략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장은 이러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행보를 놓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정의선식 리더십'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대담에서 고객중심 가치 미래 트렌드 대응 리더십과 조직문화 혁신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신경영의 큰 그림을 제시한 셈이다. 먼저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고객중심으로 회귀'를 강조하며 "요즘 고객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현대차그룹 모든 직원은 고객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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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왼쪽)이 지난 22일 칼라일그룹이 초청한 단독대담에 참석해 주요 시장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고객 중심으로의 회귀'와 '고객 니즈 변화에 따른 선제적 대응' 등을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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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풀어내야 할 과제로 꼽히는 '미래차 대응'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 트렌드에 대응하려면 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 그리고 연구개발의 효율성 증대가 중요하다"며 "특히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교통 여건이 좋은 환경뿐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테스트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그룹 변화와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유연한 기업문화 정착과 조직문화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대차그룹 기업문화는 스타트업처럼 더 많이 변할 것"이라며 "우리 문화는 더욱 자유로워지고 자율적인 의사결정 문화로 변모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말처럼 올해 현대차그룹은 미래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조직문화 혁신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관련 해외 기업에 1000억 원 규모 투자를 진행했고,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국내 스타트업과 협업을 선언하며 역량 확보에 나서는 중이다. 또 임원을 축소하고 복장자율화를 도입하는 등 '자율·창의·수평적' 기업문화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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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고객 중심'이라는 경영 방향성을 설정해놓고 미래를 위한 투자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 등을 추진하고 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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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수석부회장과 함께 경영 '큰 그림 그리기'에 가장 적극적인 재계 총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마찬가지로 올해 본격적인 경영에 돌입한 그는 신성장 동력을 찾는 작업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주요 투자 대상으로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바이오·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에 대해 역량을 갖추고 있는 인재와 업체다.

LG는 기업 벤처 캐피탈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미국 스타트업에 약 226억 원을 투자하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광모 회장은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운영 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직접 챙기고 있다. 그는 외부와의 협력 강화뿐만 아니라 미래 사업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임직원들에 끊임없이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구광모 회장의 경영 큰 그림 안에 포함된 핵심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이다. 지난해부터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작업을 진행하며 '미래 중심'의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사업에 과감히 투자하면서도 국내 스마트폰 생산, 일반 조명용 OLED 사업, 고밀도다층기판 사업 등을 정리하는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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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등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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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서열 1위 삼성을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도 급변하는 산업 흐름에 대비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오는 2030년까지 133조 원을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투자해 세계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게 이 부회장의 목표다.

사업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계획은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이미 그는 지난해 180조 원 규모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5G, AI, 바이오,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제시했다.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해 최근 그가 보인 행보는 일본 출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도쿄에 머물면서 NTT도코모와 KDDI 본사를 잇달아 방문해 회사 경영진과 의견을 교환, 일본 5G 시장을 뚫기 위한 본격적인 세일즈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사업 확대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에 1조 원이 넘는 '통 큰'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하며 신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주요 계열사에는 철저한 '미래 준비'를 주문하고 있다. SK텔레콤은 5G,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태계 구축,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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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이 추구하는 이익의 방향성을 사회적 가치와 연결하려는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해 공개하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의 본격적인 출항을 알렸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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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태원표 큰 그림의 시작이자 끝은 '사회적 가치'다. 그는 지난 21일 주요 계열사의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공개하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보텀라인(DBL) 경영'의 본격적인 출항을 알렸다. 그는 기업이 지속성장하려면 이익뿐만 아니라 고객이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는 판단 아래 그룹을 '사회적 가치 시스템' 안에 두려는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5년간 50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활발한 경영에 나서고 있다. 그는 올해를 '뉴롯데' 완성 원년으로 삼고 전통적인 주력 사업인 '유통'과 새로운 성장 동력인 '화학'을 양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그림을 그린 상태다. 신 회장은 지난 14일 3조6000억 원 투자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신 회장은 또 신남방 지역에서의 성공을 위해 주요 경영진에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일제히 비전, 투자 계획, 가치관, 경영 방향을 적극 알리고 있다"며 "이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정체성을 회사 안팎으로 확립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물론 '젊은 총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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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전통적인 주력 사업인 '유통'과 새로운 성장 동력인 '화학'을 양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신 회장(오른쪽). /롯데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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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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