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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인종차별 범인 잡혔다...벌금 27만원 ‘솜방망이 처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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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에 "DVD 팔러 왔나" 조롱

웨스트햄 팬 제보로 반년 만에 체포

런던 법원, '축구장 퇴출' 요청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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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영국 축구 팬이 6개월만에 검거돼 처벌 받았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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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의 에이스 손흥민(27)에게 인종차별적 발언해 물의를 빚은 영국 현지 축구팬이 붙잡혔다. 영국 현지법원은 그에게 벌금을 부과했지만, 홈 경기 출입금지 조치는 승인하지 않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3일 “런던 치안법원이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한 중년 남성에 대해 벌금 184파운드(27만원)를 부과했다. 하지만 축구장 출입 금지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해당 남성은 지난해 10월 웨스트햄과 토트넘의 카라바오컵(리그컵) 16강전 직후 경기장을 떠나는 손흥민을 찾아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쏟아냈다. 토트넘 팬인 것처럼 위장해 손흥민이 운전하는 차량에 접근한 뒤 “영화 ‘혹성탈출’의 화질 좋은 복사본을 구해달라”며 모욕했다.

손흥민이 “무슨 소리냐”고 되묻자 “당신이 DVD 파는 것 다 알고 있다”며 조롱을 멈추지 않았다. 상황을 파악한 손흥민이 씩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인 뒤 차량의 창문을 닫으려하자 “그래 나는 웨스트햄 팬이다. 재수없는 놈(wanker)!”이라며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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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국적과 상관 없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는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 호소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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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는 영국에서 발생하는 아시아인 대상 인종차별 사건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길거리에서 불법 복사한 영화 및 드라마의 DVD를 판매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아시아인을 조롱할 때 쓴다.

해당 축구팬의 인종차별 행위는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 본 다른 축구팬들이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영국 주요 언론은 물론, 미국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이 소식을 크게 다루며 스포츠계의 핫 이슈로 주목 받았다. 영국 공공기소국은 지난 6개월간 이 남성을 찾기 위해 수사해왔고, 최근 익명의 웨스트햄 팬으로부터 범인의 정체를 제보 받아 그를 체포했다.

해당 남성에 대해 공공기소국이 ‘영국 전 지역 축구장 출입 금지’ 조치를 건의했지만, 런던 치안법원은 “다소 지나치다(excessive)”며 기각했다. 웨스트햄 구단은 자체적으로 홈 경기장인 런던 스타디움 출입 금지 조치를 취했지만, 법원 판결에 따라 “해당 팬이 인종차별 근절 교육을 이수한 뒤 재발 방지 합의서에 서명하면 홈 구장 출입 금지 징계를 철회할 수 있다”며 문을 열어줬다.

이와 관련해 '인종차별'이라는 범죄의 심각성, 축구계가 관련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 등을 감안할 때 소액의 벌금형에 그친 런던 법원의 판결이 다소 가벼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현지 축구팬들도 관련 소식이 보도된 이후 "경기장 내 인종차별이 벌금 184파운드짜리 범죄였느냐"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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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와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는 손흥민.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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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내 인종차별 행위는 유럽축구계의 오랜 골칫거리다. 손흥민 또한 프리미어리그의 간판 골잡이로 떠오르면서 상대팀 팬들의 인종차별적 발언과 행위에 노출되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해 3월 밀월과 FA컵 8강전에서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기록하자 밀월 홈 팬들이 “개고기를 먹는 XX”, “몰래 핵미사일이나 개발하는 나라(북한으로 착각)”, “DVD로 용돈 버는 XX” 등등 인종차별적 폭언을 쏟아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분노한 토트넘 동료 카일 워커가 밀월 팬들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일부 팬들을 지목하며 화를 내기도 했다.

최근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인종차별 관련 질문을 받은 손흥민은 “나 또한 잉글랜드에서 여러 차례 인종차별을 경험했다”면서 “함께 축구를 하는 선수들로서 인종차별 당하는 선수를 보호해야한다. 상대팀 선수 또한 똑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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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관련 사건 해결과 함께 손흥민은 챔스 결승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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