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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나 떨고있니? 김기태 사퇴 여파…물러나자니 '불명예' 버티자니 '가시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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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KIA 김기태 감독이 1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9 KBO리그 KIA와 KT의 경기에서 KT에 패한 뒤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를 하고 있다. 광주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김기태 KIA 감독이 올 시즌 KBO리그 전체 일정의 30% 소화한 시점에 자진해서 사퇴하면서 중하위권에 몰린 타 팀 감독의 심적 부담도 커지게 됐다.

어느 지도자든 팀과 장기 레이스에서 영광의 순간만을 함께할 순 없다. 세대교체에 따른 과도기를 겪어야 하고 이 가운데 지략을 발휘해야 한다. 김 감독도 올 시즌 주력 선수가 이탈한 시점에서 변화의 순간을 맞닥뜨렸지만 뚜렷한 묘책을 찾지 못했고 일부 베테랑 부진이 맞물리며 끝내 지휘봉을 놓았다. 프로는 결국 결과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감독이 지휘봉을 놓는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으로 불거진 건 SNS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커뮤니티다.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 지휘봉을 놓은 서정원 감독도 온라인 상에서 단순하게 성적 부진을 질타하는 게 아니라 가족 비방하는 글에 화를 참지 못하고 떠났다. 김 감독도 사퇴 과정에서 근거 없는 루머를 사실인 것처럼 꾸린 일부 극성팬의 ‘악성 루머 퍼 나르기’에 더 큰 상처를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난관에 빠진 타 팀 감독도 남 일이 아니다. 당장 김한수 삼성 감독만 해도 주요 포털사이트에 실린 뉴스 댓글과 커뮤니티를 통해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은 16일까지 17승27패 9위로 최하위 KIA와 3.5 게임 차다. 팀 타율이 0.255으로 역시 KBO리그 10개 팀 9번째다. 팀 전체 방어율도 4.52로 신통치 않다. ‘왕조 재건’을 노리는 삼성에 2017년 부임했으나 그해 9위에 그쳤고 지난해 6위였다. 무엇보다 지난 2년은 구단이 젊은 선수 육성 기조에 맞춰 김 감독을 지지했지만 3년차인 올해 일정 수준 이상 결과를 내지 않으면 팬 원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역시나 일부 팬 사이에서 선수 기용을 두고 억측이 오가는 데 문제는 김 감독을 비롯해 여러 성적이 좋지 않은 수장들이 부담을 갖고 자신의 야구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나자니 ‘불명예’이고, 버티자니 ‘가시방석’이다.

양상문 롯데 감독이나 이강철 KT 감독도 초반 꼴찌를 오가다가 최근 반등에 성공했지만 또다시 미끄러지면 언제든 부정적인 여론이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김 감독의 자진 사퇴와 함께 ‘파리 목숨’을 면하려는 KBO리그 타 팀 사령탑의 살 떨리는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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